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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의 재정의

8년 전, 주부들 대상 정리 교육을 기획 할 때, 이런 캐치 프레이즈를 만든 적이 있다. ‘가정의 최고 경영자가 되세요. 낭비를 줄이고, 살림과 집안일에 전문가가 되세요.’ 대부분의 전업주부가 그렇듯, 경력단절이 된 것이 아닌 경력전환으로 생각했으면 싶었다. 그럼 아쉬움도 덜하고, 집안일에 대한 의욕도 고취할 수 있을테니.

이제 나도 결혼을 하고, 하루의 절반이상을 아이에게 매어있게 되니 알겠다. 집은 노동의 공간이지만, 회사를 다니거나 사업을 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름을. 아무리 잘 해도 도돌이표에, 돈이 벌리는 것도 아니고, 나와 가족의 필요를 넘어선 전문적 청소 스킬이나 화려한 요리 실력을 반드시 쌓아야 하는 것도 아니다. 이런 상황에 집을 회사로, 나를 최고경영자로 상정하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싶었다.

이제는 저마다의 이유로 전업주부인 이들에게 이런 캐치 프레이즈를 전하고 싶다. “정리로 집안일을 줄이고, 세상에 대해 공부하세요.” 돈을 굴리는 법에 대해, 나 자신에 대해, 사회에 대해. 철학하는 법에 대해. 자신의 흥미를 더듬이 삼아 독서로, 글쓰기로, 좋은 영화로, 좋은 커뮤니티로, 지금까지의 삶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아보라고 말이다.

삶이란 말을 좋아한다. 삶의 어원이 ‘살다’의 어간에 명사를 만드는 접사 ‘-ㅁ’을 붙인 것이듯, 살림도 ‘살리다’란 어간과 접사의 결합이다. 살림이란, 무엇인가를 살리는 일인 것이다. 일상에서는 귀찮고, 힘든 일로 치부되는 살림의 어원 은 너무나 숭고하기에, 의미의 확장을 통해 이렇게 재정의 하고 싶다.

[살림] 나를 살리고, 우리를, 더 나아가 세상을 살리는 사람이 되는 일

이런 넓은 의미로 두 집 살림이 아닌, 두 가지 살림을 하자. 집안일을 줄이고 공부하자. 더 많은 기회와 새로운 삶을 기대하면서!





The best way to predict the future is to invent it.
미래를 예측하는 최선의 방법은 미래를 창조하는 것이다.
- 알랜 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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