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헌옷수거함의 실체


동네마다 헌옷수거함이 있다. 그래서 주민들은 입지 않는 옷을 이 헌옷수거함을 통해 쉽게 비울 수 있다.


한 때 어느 SNS 정보에 이런 문구가 눈에 띄었다. “헌옷수거함의 실체!” 궁금해서 보니, 불우한 이웃을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개인사업자들이 자신의 영리를 위해 구제옷으로 팔거나, 다른 나라에 수출을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알고 있었던 사실과는 달라서 그런가, 일종의 배신감이 느껴졌다. 카페 정인님들께도 이러한 사실을 알려드리고 되도록 아름다운 가게나 옷캔과 같은 자선단체를 이용해 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 때 옷을 많이 비울 때는 마켓인유에 매입을 신청하거나 옷캔에 기증을 했다. 이제 4계절 60여벌 정도 밖에 없는, 미니멀한 옷장을 가지고 나서는 한 두벌 정도 비울 옷이 생길  때 헌옷 수거함을 찾는다.그러던 어느날은 헌옷 수거함에 옷을 넣고, 헌옷수거함에 쓰여진 문구를 자세히 봤는데, “불우한 이웃을 돕는데 쓰인다”는 말은 전혀 없었다. 수거 가능 품목과 수거 불가능 품목만 표시되어 있을 뿐. 지자체에서 불우한 이웃을 돕기 위해 설치했을 거라는 순전히 나의 상상에 의한 오해였다.


집으로 돌아오면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이 수거함을 설치한 개인사업자들은 수거함을 만들고, 그것들을 수거하고, 판매하고, 유통하는 노동에 대한 댓가로 돈을 버는 것이 아닌가. 게다가 요즘에는 폐기 할 옷을 선별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고 하는데. 그 수입으로 밥벌이를 하고, 가족들을 부양하고, 아이들을 교육시켰을 생각을 하니 과거에 느꼈던 배신감이 더욱 머쓱해졌다.  


요즘에는 옷이 헤질  까지, 빵꾸날  까지 입는 일은 드물기에 새로  옷도 생기고, 비워낼 옷들이 생기는 것이 사실이다. 언젠가는 SPA 의류 업체기 옷을  많이 팔기 위해 집에 있는 옷을 찢어져 매장 수거함에 넣으면 할인 쿠폰을 주는 행사를 했다는 기사를 접한 적이 있다 . 세상의  쪽에서는 옷을 찢고,  세상의  쪽에서는 사업이든, 자선이든 입을만한 옷을 순환 시키는 일을 한다. 입을만한 옷들을 버리지 않아도 되고, 어딘가에 재사용될  있게 해주는 헌옷수거함의 존재가 새삼 고맙고, 다행스럽다.






의류를 재사용하게 되면 톤당 소나무 약 5천그루를 심는 효과가 발생합니다.

- 옷캔


작가의 이전글 살림의 재정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