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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물건을 비우는 3가지 방법



가역이라는 말과 비가역이라는 말이 있다. 가역은 외부에 어떤 변화도 남기지 않고 원래의 상태로 되돌아갈 수 있는 변화를, 비가역은 원래 상태로 되돌아 갈 수 없는 상태를 말한다. 물건을 버린다는 것은 그 물건이 없었던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기에 가역적이다. 하지만, 추억은 버리고 싶어도 절대로 버릴 수 없기에 비가역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억의 물건을 비운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마치 추억도 함께 버리는 느낌이랄까? 다음 세 가지 방법이 추억의 물건과 이별하는 고통과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달래줄 수 있을 것이다.




1. 사진에 영원히 봉인한다.


보리수님은 아기 썬그라스를 비우기가 어려웠다. 이 안경에 담긴 사연이 있었던 것이다. 이 안경은 시어머님이 사은품으로 받으신 것인데 거의 6~7년 동안 주지도 못하고, 처분도 못하고 갖고 계셨다. 보리수님은 우여곡절이 많아 아기가 늦게 생겼던 것이다. 썬글라스에는 임신 소식을 전했을 때 눈물을 흘리시면서 기뻐해주시던 시어머니에 대한, 죄송하고 감사한 마음이 담겨있었다. 그러나 아이는 이제 3살. 보리수님은 썬글라스를 보내주기로 결심했다. 아이가 이 안경을 끼고 찍은 사진이 있어서, 훗날 아이에게 이 사진을 함께 보게 되면 썬글라스에 담긴 사연을 함께 추억하기로 하면서...


추억이 이야기 되고, 공유되면 그 감흥이 더 커진다. 아이와 사진을 보면서 선글라스에 대한 추억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 더 없이 좋을 것 같다. 더 이상 쓰지 못하는 유아용 선글라스를 버리지도 못하고 볼 때 마다 고민하면서 계속해서 있는 것 보다 더 의미가 있는 비움이리라.



2. 부피를 줄이거나, 일부만 간직한다.


고은별님이 <혼수는 혼수상태로 보관되었다> 라는 글을 올리셨다. 이사를 위해 짐을 정리하려고 꺼낸 병풍을 처분하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병풍은 아버지가 제사를 지내는 시댁에게 딸을 시집을 보내면서 준비해주8 양면 병풍이었다. 당시 제법 활동하셨던 작가분들의 동양화가 계절별로 8 그려져 있고, 뒷면에는 서예가의 글씨가 있는 귀한 물건이었다. 그런데 이사가는 집은 지금 집보다는 작아서, 이렇게  물건을  공간이 없었던 것이다. 이름이 있는 작가의 작품이고, 돌아가신 친정 아빠가 떠올라서 쉽게 비울 수가 없었는데, 좋은 방법이 생각났다. 문구점에서 문구용 칼과 화구통 4개를 사와서 그림과 글씨를 오려내고, 둘둘 말아  화구통에 넣으신 것이다. 병풍틀은 아깝지만 대형 폐기물로 비움했다.

고은별님은 두 마리 토끼를 살짝 잡은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부피를 줄이면서, 중요한 것은 간직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잘 키워주시고 좋은 혼수까지 해주신 부모님의 마음을 느끼며, 감사함을 다시 한 번 가슴에 품으면서 말이다.


나도 고은별님의 글을 읽으며, 웨딩 스튜디오 액자를 해체했다. 드라이기로 접착제를 녹이며 열심히 떼었는데, 액자에서 사진을 떼고나니 이상하게 이 사진에 대한 소장 가치가 떨어지면서 비워도 되겠다는 마음이 들어섰다. 그래서 비웠다. 완전무결한 물건이 해체되고, 부피를 줄이면 마음 속에 가지고 있던 이 물건의 가치나 아쉬움이 현저히 감소하게 된다.




3. 더 필요한 주인을 찾아준다.


르네님은 고등학교 어머니께서 사주신 코트를 옷캔에 기부했다. 이 옷에는 많은 추억이 있었다. 구입했던 기억도 생생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잘 입고 다니던 코트가 화려하다는 이유로 담임선생님도 아닌 옆반 선생님께 입지 말라는 말씀을 듣고, 어머님께서 가볍고 따뜻한 걸로, 디자인까지 고심해서 사주신 것이다. 고등학교 내내 입고 다니며, 친구들과의 추억을 함께 한 코트였다. 수능 시험을 보러갈 때도 대학교 입학 면접을 보러 갈 때, 임신 후 배가 남산만해서 병원에 갈 때도 함께 했다. 조리원에서 아이와 집으로 올 때도 이 코트가 아이를 품어주었다. 이렇게 소중한 추억을 함께한 코트를 보낼 수 있었던 이유는 옷캔이란 단체 덕분이었다. 옷캔은 몽골, 티베트, 네팔, 키르기스스탄 등, 추운 나라에도 보내기에 물자가 부족한 나라에 꼭 필요한 사람에게 가서 유용하게 쓰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소중한 물건을 더 소중하게 써주는 이가 있다면 기쁜 마음으로 보낼 수 있는 것이다.


요즘에는 당근마켓에 나눔이벤트라는게 있다고 한다. 기존에는 나눔울 올리면 맨 처음 그 글을 본 사람이 채팅을 해서 가져가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래서 필요하지는 않지만 무료이니 '일단 받아보자.'는 심리로 가져갈 수도 있다. 그런데 나눔이벤트를 하면 '이 물건이 나에게 왜 꼭 필요한지'를 작성해서 신청을 하기 때문에 정말 잘 쓸거 같다고 생각이 드는 분께 나눔을 해줄 수가 있다. 잘 써줄 사람에게, 그것도 내가 직접 선정해서 드릴 수 있다면 마음에 기쁨과 보람을 채우며 물건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추억의 물건을 비우는 3가지 방법


1. 사진에 영원히 봉인한다

2. 부피를 줄이거나, 일부만 간직한다.

3. 더 필요한 주인을 찾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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