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오릉 커피씨 Jun 11. 2019

1. 이상적인 커피란 무엇일까 (인생커피)

하루 한 잔 커피 이야기

수없이 많은 노력을 해 기적처럼 매우 이상적으로 추출되어진 한 잔의 커피가 있습니다. 잘 익은 과일처럼 달콤하고, 굉장히 깔끔하면서도 명확한 향미가 있습니다. 균형잡힌 산미는 매우 긍정적이며, 게다가 복합적이기까지 합니다. 한 모금을 마신 후 느껴지는 길고 긴 여운은 - 이 커피의 향미가 매우 이상적인, 그래서 인생커피라 할 만한 것이라는 것을 분명히 각인시켜줍니다.


'인생커피'란 '인생에서 한 번은 꼭 마셔봐야 하는 커피', 그만큼 완벽한 한 잔의 커피를 가리키는 말일 겁니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생두와 로스팅, 추출, 그리고 커피가 제공되는 장소(분위기, 서비스)까지 그 모든 것을 완벽하게 갖춰야만 비로소 기적적으로 만날 커피이기도 합니다.  


'기적적으로' - 왜냐면 커피는 농작물이며 제철 과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적절한 작황시기에 적절하게 수확된 좋은 생두가 우선되어야 합니다. 로스팅은 균형잡혀 있되 각 생두의 특성을 잘 살려야 하며, 추출은 그 커피가 가진 향미의 본질을 잘 담아내야만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커피가 만들어지고 제공된, 그 경험의 가치가 함께 해야할 겁니다. 그렇기에 이 모든 것이 '기적적으로' 완벽하게 이뤄졌을 때 우리는 비로소 '인생에 한 번 만날까 말까' 싶은 '최고의 인생커피'를 만나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조금 생각을 바꿔 볼까요? 마시는 순간 '입안에서 화사한 꽃이 만개하는 것' 같은 화려함은 없으나 튀지 않은 '균형감'이 있습니다. 그렇기에 오히려 매일 마셔도 질릴 것 같지 않은 커피가 있습니다.  장소는 적당하며, 오며가며 부담없이 들려 커피 한 잔 할 수 있으며,  책을 읽든 이야기를 나누든 그 무엇을 하든 어색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매일 가고 싶고 매일 마셔도 질리지 않는 커피라면 그래서 '인생 내내 마시고 싶은 커피'라면 이 또한 '인생커피'라 할 수 있지 않을까요?


한 잔의 커피란 결국은 커피콩을 으깨고 갈아 물을 부어 만들어낸 한 잔의 음료일 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 한 잔의 커피를 통해 끊임없이 각성하고, 이를 통해 일을 하고, 사회와 문화를 이야기하며 인생을 논하기도 합니다. 어쩔 수 없이 '각성 - 깨어있음'을 요구하는 이 사회에서 매우 이상적인 '인생커피'란 기적적으로 만나게될 '최고의 인생커피'보다는 매일 마셔도 질리지 않을, 그래서 인생 내내 마시고 싶은 커피'가 더 적절할 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기적적인 최고의 커피 같은 건, 심사위원 앞에서 구체적 가이드를 제시하며 스코어시트에 명시된 맛을 끌어내 점수를 확보해야만 하는 커피 대회 같은 곳에서나 필요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프롤로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