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잔 커피 이야기
수없이 많은 노력을 해 기적처럼 매우 이상적으로 추출되어진 한 잔의 커피가 있습니다. 잘 익은 과일처럼 달콤하고, 굉장히 깔끔하면서도 명확한 향미가 있습니다. 균형잡힌 산미는 매우 긍정적이며, 게다가 복합적이기까지 합니다. 한 모금을 마신 후 느껴지는 길고 긴 여운은 - 이 커피의 향미가 매우 이상적인, 그래서 인생커피라 할 만한 것이라는 것을 분명히 각인시켜줍니다.
'인생커피'란 '인생에서 한 번은 꼭 마셔봐야 하는 커피', 그만큼 완벽한 한 잔의 커피를 가리키는 말일 겁니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생두와 로스팅, 추출, 그리고 커피가 제공되는 장소(분위기, 서비스)까지 그 모든 것을 완벽하게 갖춰야만 비로소 기적적으로 만날 커피이기도 합니다.
'기적적으로' - 왜냐면 커피는 농작물이며 제철 과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적절한 작황시기에 적절하게 수확된 좋은 생두가 우선되어야 합니다. 로스팅은 균형잡혀 있되 각 생두의 특성을 잘 살려야 하며, 추출은 그 커피가 가진 향미의 본질을 잘 담아내야만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커피가 만들어지고 제공된, 그 경험의 가치가 함께 해야할 겁니다. 그렇기에 이 모든 것이 '기적적으로' 완벽하게 이뤄졌을 때 우리는 비로소 '인생에 한 번 만날까 말까' 싶은 '최고의 인생커피'를 만나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조금 생각을 바꿔 볼까요? 마시는 순간 '입안에서 화사한 꽃이 만개하는 것' 같은 화려함은 없으나 튀지 않은 '균형감'이 있습니다. 그렇기에 오히려 매일 마셔도 질릴 것 같지 않은 커피가 있습니다. 장소는 적당하며, 오며가며 부담없이 들려 커피 한 잔 할 수 있으며, 책을 읽든 이야기를 나누든 그 무엇을 하든 어색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매일 가고 싶고 매일 마셔도 질리지 않는 커피라면 그래서 '인생 내내 마시고 싶은 커피'라면 이 또한 '인생커피'라 할 수 있지 않을까요?
한 잔의 커피란 결국은 커피콩을 으깨고 갈아 물을 부어 만들어낸 한 잔의 음료일 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 한 잔의 커피를 통해 끊임없이 각성하고, 이를 통해 일을 하고, 사회와 문화를 이야기하며 인생을 논하기도 합니다. 어쩔 수 없이 '각성 - 깨어있음'을 요구하는 이 사회에서 매우 이상적인 '인생커피'란 기적적으로 만나게될 '최고의 인생커피'보다는 매일 마셔도 질리지 않을, 그래서 인생 내내 마시고 싶은 커피'가 더 적절할 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기적적인 최고의 커피 같은 건, 심사위원 앞에서 구체적 가이드를 제시하며 스코어시트에 명시된 맛을 끌어내 점수를 확보해야만 하는 커피 대회 같은 곳에서나 필요한 것인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