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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림캡처 변성우 Dec 05. 2018

못 생긴 그릇

작고 예쁜 그릇보다는 울퉁불퉁한 큰 그릇이 좋다

작고 아기자기한 모양이 마냥 예뻤습니다.

좌우 대칭이 안정감을 더해 주었습니다

무엇을 담을 것인지보다는 어떻게 생겼는지가 궁금했습니다

손끝으로 느껴지는 부드러운 촉감이 명품스러워 보였습니다

조금의 상처가 전체의 흠으로 보였습니다


어떠한 재질로 만들었는지

무엇을 담기 위해 만들었는지

왜 이러한 모양을 하게 되었는지

언제 세상에 태어났는지

누구의 손길에 의해 만들어졌는지

어디에서 사용되었는지


궁금하지 않았습니다

단지 작고 예쁨만이 보였습니다

그것이 지금 제 앞에 바라보이는 그릇의 전부였습니다


이제서야 비로소

바로 옆의 울퉁불퉁하고 못생긴 그릇이 보입니다

그릇인지조차도 알아차리지 못했습니다

작고 대칭인 그릇을 만들려다가 순간의 실수로 태어난 실패작으로만 여겼습니다


온 몸이 울퉁불퉁한 상처 투성이입니다

매끈하고 상처없는 곳을 찾기가 더 힘들어 보입니다


어떠한 재질로 만들었기에

무엇을 담기위해 만들었기에

왜 이런 모양으로 만들었는지

언제 세상에 태어났는지

누구의 거친 손길로 울퉁불퉁함의 상처가 생겨났는지

아무도 찾지 않는 존재를 어디에 사용하려고 하는건지


궁금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무엇을, 얼마나 담을수 있는지가 궁금했습니다

울퉁불퉁, 비대칭으로 인해 내부의 부피를 가늠할 수 없지만

예쁘고 대칭인 작은 그릇보다는 더 많은 것을 담을 수 있어보입니다


무엇인가를 받아들이고 포용할 수 있는 정도.


모양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상처의 많고 적음도 중요하지 않습니다

대칭의 유무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울퉁불퉁하게 못생겼지만

상처 많고 비대칭의 모습이지만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하지만


더 많이 담을 수 있기에

기쁨, 노여움, 슬픔, 즐거움을 모두 담아 낼 수 있기에

담고 담아 함께 어울림의 공간을 제공해 줄 수 있기에


못생긴 그릇이 좋습니다    


매끈하고 예쁜 작은 그릇이 아니라
울퉁불퉁하고 상처투성이지만
모든 것을 담을 수 있는 큰 그릇이 되게 해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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