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뚤삐뚤 그어지던 밑줄이 매끈하게 그어지는 순간을 경험하며
예상치 못한곳으로 온 몸을 흔들어댑니다
똑바로 그어지던 밑줄이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곳으로 왔다갔다합니다
파란펜을 움켜쥐고 있던 손에 평소보다 더 많은 힘이 들어갑니다
예상치 못한 곳으로 불쑥불쑥 튀어나옴이 반복됩니다
몇번의 시도끝에 힘으로는 컨트롤 할 수 없음을 알게 됩니다
버스의 덜컹거림을 이겨낼 수가 없네요
버스를 타고 책을 읽다 그어지는 밑줄은 본인도 어디로 갈지 몰라합니다
버스안에서는 책에 줄긋지 않기로 다짐합니다
줄긋기의 유혹을 뿌리치고 귀퉁이만 접어놓습니다
책을 읽는 매 순간 줄을 그어오다
줄을 긋지 않은만큼 허전함의 크기도 커집니다
눈과 손은 그리로 움직이려는데
뇌는 삐뚤삐뚤 춤을 추는 밑줄을 기억해냅니다
눈과 손은 차마 그곳까지 가지 못하고 제자리로 돌아옵니다
허전함을 채우려
다시 한번 도전합니다
똑바로 줄이 아니라 삐뚤하게 그을 각오로
파란펜을 다시 가져다 댑니다
힘을 빼고
파도 물결처럼 줄을 그어보았습니다
봉우리처럼 올라 가다가 깊은 계곡을 향해 아래로 내려옵니다
다시 봉우리, 계곡, 봉우리, 계곡...
반복하다보니 어느새 매끈한 한 줄이 그어졌습니다
불쑥불쑥 튀어나온 파란 줄은 보이지 않습니다
물결모양처럼 위아래로 왔다갔다하며 줄이 그어집니다
펜을 쥔 손에는 평소보다도 힘이 적게 들어갑니다
버스의 덜컹거림과 물결모양 밑줄그음 사이 리듬이 생겨납니다
덜컹거림을 이기려 한 것이 아니라
덜컹거림의 박자에 맞추니 조화를 이룹니다
세상은 이기는 것이 아니라
조화를 이루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