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회사 생활에서 느낀 점1
우여곡절 끝에 입국하고, 기숙사에 입주한 뒤, 첫 직장생활이 시작되었다. 군대나 아르바이트를 제외한다면, 처음으로 제대로 일한 것이었다. 첫 직장을 일본 회사에서 다니면서 몇 가지 느낀 점, 관찰한 점을 소개하고자 한다. 물론 한국에서 직장을 다녀보지 않았기 때문에 한국과의 비교는 하기 힘들다. 또한 “일본 직장”이라고 해도, 회사에 따라, 같은 회사여도 부서에 따라 경험이 달라질 수 있다. “일본 회사는 모두 그렇다.”라는 주장보다는 “이런 경험도 있을 수 있구나” 정도로 받아들여진다면 좋겠다.
가장 많이 느낀 것은 공과 사의 구분이 확실하다는 점이었다. 스몰토크도 거의 없었으며, 주말에 무엇을 하였는지, 휴가 때 어디를 가는지 등 물어보지도 않았고, 개인의 일상은 대화의 소재가 되지도 않았다. 간혹 업무 외의 잡담을 하여도 코시엔이나 일본 프로야구와 같은 스포츠에 대한 이야기나, 과거 회사에서의 경험 등이 많았다. 아마 가장 사적인 이야기를 한 것은 부서 배정 첫날 한 자기소개였던 것 같다.
코로나의 영향도 있어 회식도 거의 없었다. 심지어 첫 1년은 재택근무를 했기 때문에 물리적으로 부서사람을 볼 수도 없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업무 관련 이야기만을 하게 되었다. 사적인 이야기, 개인적인 이야기는 거의 할 기회나 공간이 주어지지 않았다. 부분 출근이 된 이후에도 이러한 기조는 유지되었다.
어쩔 때는 차가움을 느꼈다. 업무에 관한 이야기만 하고 바로 자기 자리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특히 재택근무를 하는 1년 동안은 상대방의 얼굴도 몰랐기에 사람이 아닌 챗봇과 일을 하는 기분이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뭔가 깔끔했다. 서로 사적인 정보는 물으려고도 하지 않고, 말하려 지도 않았기에, 간섭이 없는 느낌이었다.
부서와 업무적인 관계는 차가웠지만 동기들과의 관계는 매우 끈끈했다. 이직을 한 지금도 그때의 동기들과 꾸준히 연락을 하며 만난다.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고, 가끔은 상사의 뒷담과 불만을 하소연하며 같이 신입사원 생활을 버텨낸, 일종의 동지애가 있다. 기숙사의 존재도 큰 역할을 했다. 오래된 일본 기업들은 대부분 신입사원들에게 기숙사를 제공한다. 기숙사에서 일이 끝난 뒤에도 같이 저녁을 먹고, 주말에는 같이 놀면서 동기들과 단순한 회사 동기가 아닌 친구가 될 수 있었다.
일본 대중문화를 어느 정도 이해해야 한다는 점도 깨달았다. 가끔 나오는 스몰톡에서도 대화 내용은 대부분 일본 스포츠와 대중문화였다. 일본 스포츠나 연예계 소식을 모르는 외국인으로서는 대화에 참여하고 싶어도 참여할 수 없었다. 그들의 악의는 없었으나, 어쩔 수 없이 소외감을 느낄 때가 있었다. “そうですね〜(아 그렇군요)”만 말할 수 있었다. 일본에서 사회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일본의 스포츠, 특히 프로야구 정도는 어느 정도 알고 있어야 대화에 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지만 아무런 베이스도 없이 접근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현재 직장에서도 마찬가지이지만, 꽤 많은 사람들이 점심시간을 자진 반납한다. 점심시간에 편의점에 가서 간단한 도시락 혹은 주먹밥을 사 와 자신의 책상에 앉아 점심을 먹으면서 업무를 본다. 노동법상 그리고 회사 취업규칙에 의해 보장된, 허락된 휴게시간이지만, 쉬지 않는다. 샌드위치나 주먹밥을 먹으면서 엑셀을 만지거나 이메일에 답장을 한다. 점심시간에 일을 한 만큼 퇴근이 빠른 것 같지도 않았다. “그렇게 일이 많은가?” 항상 궁금했다. 밥이 중요한 한국인으로서는 이해하기 힘들었다.
한국에서 직장 생활을 했다면 한국 직장생활과의 비교가 가능했을 것 같은데, 아쉽게도 아직까지는 한국 직장생활과의 비교를 할 수 없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한국 직장생활과 일본에서의 직장생활을 비교도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