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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도쿄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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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쿄 소시민 Jul 21. 2024

당분간은 일본에서 일하고 싶다

일본에서 경험한 재택근무 

 2020년 일본에서 일을 시작했을 때, 코로나 또한 시작되었다. 2020년 4월 초, 사원증을 받고 회사 노트북을 받으러 회사에 갔던 날을 제외하고는 9월이 될 때까지 회사에 출근할 일이 없었다, 그렇게 지금까지 이어지는 재택근무가 시작되었다. 21년도 10월에 회사를 현직장으로 옮겼어도 재택근무는 지속되었다. 주 1~2회 정도 팀이 정한 날에 다 같이 출근하는 하이브리드 형태로 바뀌긴 했지만, 아직도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월요일인 내일도 오전은 집에서 일을 한다. 

 부스스한 눈으로 일어나서 간단히 운동을 하고, 아침을 준비한다. 아침을 먹고 샤워를 마치고 나면 책상 위에 회사 노트북을 편다. 시스템에 로그인을 하고, 근퇴어플에서 출근 버튼을 누르면 나의 출근이 완료된다. 퇴근할 때는 퇴근 버튼을 누르면 퇴근이 완료된다. 지난 4년간 이러한 일상을 보내고 나니 어느새 재택근무에 익숙해졌다. 주변 친구들의 회사들도 아직 재택근무를 유지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한국에서 일하는 친구들을 보면, 재택근무는 2023년을 기점으로 사라졌다. 개인적인 느낌이 아닌 데이터로 봤을 때, 일본의 재택 현황이 어떠한지, 한국은 현재 어떤지 궁금해졌다. 


한국과 일본의 재택 비교


출처: 도쿄도 통계: https://www.metro.tokyo.lg.jp/tosei/hodohappyo/press/2024/01/16/09.html

  도쿄도의 통계에 따르면 도쿄에 있는 30인이상 기업 중, 코로나 직후인 2020년(令和2년) 3월, 4월에 재택근무의 보급률은 62%까지 올라갔다. 이후 외출이 제한되었던 긴급사태 선언 시기에도 60%대를 유지했다. 이후 어느 정도 등락은 있었지만, 점차 감소추세를 보여 최근에는 46%까지 내려왔다. 물론 기업의 규모에 따라 재택근무의 시행여부는 큰 차이가 난다. 대기업이라고 불리는 300인이상의 기업에서는 72%가 완전 재택근무 혹은 하이브리드 형태(주 XX회 출근 등)의 재택근무를 운영하고 있지만, 중소기업과 100인 이하 사업체에서는 37%~47%만이 재택근무를 운영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는 어떠한지, 최근 데이터를 찾아봤다. 2023년 11월을 기준으로 한국의 매출 50대 기업의 58%가 재택근무 제도를 운영한다고 한다. 정확한 비교는 아니지만, 도쿄에 소재한 300인 이상의 기업이 한국의 대기업을 포함한다고 가정한다면(일본 또한 대부분의 매출 50대 기업이 도쿄에 소재하기 때문), 실제로 일본이 아직 한국보다 재택근무를 더 시행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재택근무에서 느낀 점


 지난 4년간 경험한 재택근무는 실제로 매우 만족스럽다. 2020년부터 지금까지 100% 재택과 하이브리드 형태의 재택근무를 경험했다. 가장 만족스러운 점은 출퇴근의 지옥에서 벗어난 점이다. 일본의 출퇴근 시간의 전철 또한 서울 출퇴든 시간의 2호선 못지않게 사람으로 붐빈다. 지옥철에 타지 않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또한 지옥철에서 보내는 시간을 나에게 쏟을 수 있어서 좋다. 하루에 최소 1시간~2시간은 추가로 생긴 것 같은 기분이다. 운동을 하거나, 빨래, 청소등 가사 노동을 하는 등 그 시간을 보다 유용하게 쓸 수 있었다. 

 하지만 단점들도 분명히 존재한다. 먼저 집중력의 문제이다. 집에서 일을 할 때는 침대가 너무 가깝다. 주어진 일을 끝내고 나면 어느새 침대에 돌아가 있는 자신을 볼 때도 많다. 또한 외로움과 고립감도 심해진다. 특히 코로나 초기에는 하이브리드 형태가 아닌 100% 재택이었다. 이때 직장 동료들과의 소통은 줌(Zoom)과 팀즈(Teams)가 전부였다. 이중에는 내가 직접 얼굴을 보지 못한 선배, 후배들도 많았다. 얼굴을 모르는 사람들과 계속 원격으로 일하다 보니, 사람이 아니라 챗봇과 일하는 기분이 들었다. 잡담을 나눌 수도 없으니 동료, 상사들과의 인간적인 커뮤니케이션도 없었다. 100% 재택이 끝나서 정말 다행이다. 



 일본보다 더 디지털화가 진행된 한국에서 왜 재택근무가 줄었는지는 의문이다. 어쩌면 직원들에 대한 신뢰도, 서로에 대한 신뢰도가 낮은 것일 수도 있다. 혹은 일의 결과물이 아닌 일을 하는 태도 또한 한국에서는 중요하게 보는 것일 수도 있다. 한국에서 일을 해보지 않았기에,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을 것 같다. 다만 일본의 경우 그 특유의 관성 때문이지, 코로나 2년이 남긴 재택근무는 아직까지 자리 잡고 있다. 최근 기업회장들의 인터뷰를 봐도 하이브리드 형태의 재택근무는 앞으로도 남아 있을 것 같다. 지난 4년간 재택근무를 하며 느낀 장단점을 생각해 본다면 당분간은 일본에서 커리어를 계속 이어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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