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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임스 Nov 03. 2019

여행자의 삶, 태국, 2015

‘A Whole Photography of Mine, 2019’ 중-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그리고 다시 미얀마를 거치고 도착한 2015년의 태국에서는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새로운 곳을 탐방하고, 마치 살아있는 듯 들끓는 용암의 열기를 느끼며, 천 년의 역사를 담은 고대의 도시까지 지나온 후의 마음은 딱히 뭐라고 설명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분명한 것은 이전보다도 더욱 선명하게 여행자로서의 자각을 느끼고 있는 중이었다. 이후 (한국으로의) 복귀 다음에 가진 전시에서도 대부분의 작품이 이 시기의 것들이었으니, 그런 마음의 짙음은 분명해 보인다.

5년 만에 태국에서 처음으로 이싼(Isan) 지방을 둘러보게 되었다. 태국의 동북부에 있는 지역으로 코랏과 콘깬, 우돈타니, 우본랏차타니 등의 도시가 있는 곳이다. 라오스 그리고 남쪽으로는 캄보디아와 국경을 마주하고 있으며 태국에서는 가장 빈곤한 지역이라고 볼 수 있다. 이는 정부와 정책에 의해서 오래간 차별을 받았기 때문이기도 한데, 문화적으로도 태국의 중앙부와는 확실히 조금 다른 느낌이 있다. 다만 태국의 국민 요리인 쏨땀 샐러드가 이싼 지방의 대표적인 음식이고, 같은 연유로 음식에 한해서는 이싼이라고 하면 현지인들도 고개를 끄덕이는 분위기다. 참고로 한국인의 입맛에는 입이 아릴 정도로 맛과 향이 강해 그리 추천할 만한 음식은 아니다.

척박한 환경인 만큼 사람들, 삶의 모습도 상대적으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아니면 그간 나의 동남아시아에서의 여행력과 내공이 크게 신장하여 그들의 모습과 동화되는데 더 이상 어려움이 없었던 까닭일지도 모른다. 여느 해보다도 익숙한 연차가 되었으나 이싼이라는 생소한 지역은 나에게 끊임없이 이방인이라는 감성을 덧칠했다.

덕분에 다시금 방콕으로 복귀했을 때는 정말 집과 같은 마음이 들었음이 기억난다. 그 해 항상 묶던 카오산의 숙소에서는 인생의 인연이 될 만한 자를 둘이나 만났다. 매일 같이 함께 빵을 먹던 소녀와 술 마시기를 좋아하는 자전거 여행자. 스쳐지나는 인연이라도 마음으로 붙잡아 두고 곁에 놓으면 항상 가까운 사이가 된다.

연말의 러이 끄라통(Loi Krathong) 축제에는 친구들이 셋이나 찾아왔다. 네 남자는 슬리핑 버스를 타고 방콕에서 치앙마이로 이동했다. 전후로 몇 년간은 최고의 풍경으로 회자될 공간과 시간에서 서로 분주히 뛰어다니며 카메라를 움직이기가 바빴다. 고단한 하루 일정의 거의 막바지에 이르러서야, 한데 모여 하늘을 보면서 서로를 원망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2015년의 태국에서는 또 노동자로서의 삶도 있었다. 방콕 인근의 나콘 파톰(Nakhon Pathom)이라는 지역에 일터를 잡은 나는 수개월간이나 꽤나 부지런하고 부단하게 생활권을 태국으로 바꾸고자 하는 노력을 했다. 이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거의 5~6년에 이르는 여행의 기간 동안에서도 어느 한 점 또렷하게 느끼지 못했던 절대적인 향수병이 불현듯이 방문하는 바람에 손안에 잡은 모래처럼 이내 흩어지고 말았다.

역시나 2015년의 사진이 전반적으로 그렇듯이 사람 사는 모습, #worklife 시리즈가 선명했다. 그리고 와중에, 대상과 나(작가)의 관계에 대한 고민도 깊어지게 되었다. 그런 고민이 나를 발전시켰다는 것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는 듯하다.

곧 여행을 마치고 오랜 친구가 있는 마카오, 새로운 친구를 만난 홍콩을 들러 한국으로 귀국한다. 불타는 마음으로 후회 없는 여행을 하고서도 항상 마음 한켠에는 꺼지지 않는 불씨가 있다는 것을 깨닫고는 비로소, 나의 삶이 그저(곧) 여행자의 삶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A Traveler’s Life, Thailand, 2015
@dalaijames

#태국
#내사진의모든것

#여행자의삶


여행자의 삶, 태국, 2015 @dalaija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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