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에 사는 개들
입국자가 많지 않은 공항은 한산했고 절차는 간결했다. 부탄에 머무르는 동안 함께 할 가이드 소남과 드라이버 타시와 조우했다. 연착 때문에 비행기가 예정보다 늦게 도착했고 이들은 두어 시간을 더 공항에서 대기했다고 한다.
"오래 기다리셨죠? 이거 괜히 미안해지네요."
"그런 말씀 마세요. 이렇게 기다리는 것도 제 직업의 일부입니다."
드라이버인 타시는 수줍고 과묵했고 가이드 소남은 활달하고 말이 많았다. 각자의 직업에 대한 프로 의식이 느껴졌고 말과 행동에 경어체가 녹아있었다. 부탄 경제의 가장 큰 부분이 수력 발전을 통해 남은 전기를 인도에 파는 일이었고 그다음이 관광 산업이었다. 관광 가이드와 드라이버는 젊은이들이 선망하는 직업 가운데 하나. 가이드가 되기 위해선 국가에서 공인하는 시험에 합격해야 하는데 커리큘럼이나 과정에 난이도가 있어 보였다. 드라이버 역시 10년 이상의 무사고 경력을 갖춰야 하는 등 세부 조건이 까다로웠다.
"비행은 어떠셨습니까?"
"공항에서 밤을 새웠는데 살짝 피곤해지려고 하네요."
"일정을 좀 변경할까요? 숙소에 먼저 들려서 잠깐 휴식 시간을 갖기로 해요.
오전 11시에 호텔 로비에서 기다릴게요."
모든 게 여행의 사용자인 나를 중심으로 조절되었다. 여행의 소소한 일정부터 심지어 영어의 레벨까지 고객에 맞게 튜닝되고 있는 게 느껴졌다. 숙소는 팀부에 있는 호텔 라율이란 곳이었다. 가이드가 체크인 수속을 밟는 동안 스팀 타월을 받아 손을 씻고 웰컴 티를 마셨다. 가이드 소남은 잠깐이라도 눈을 붙일 것을 권했지만 샤워를 하니 잠이 오지 않았다. 가벼운 복장으로 호텔 주변 산책을 나섰다.
마침 출근 시간이었다. 남편으로 보이는 이가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고 아내와 아이 그리고 개 한 마리가 배웅을 나섰다. 듣던 대로 부탄엔 개들이 많았다. 목줄이 없고 주인이 없는 개들이었다. 출근길 배웅에 나섰던 개 역시 그저 길거리에 사는 개였다. 불교 신자인 부탄 사람들은 동물을 해치지 않았다. 거리의 개들에게 밥을 주긴 했지만 아무도 그들을 소유하진 않았다.
가이드 소남에게 부탄의 개들에 대해 물었을 때 그는 역시 6마리의 개를 키우고 있다고 했다. 물론 밥을 주고 돌보는 정도였고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반려견의 개념은 아니었다.
세계 최대 청동 불상이라는 도르덴마를 방문하고 점심 식사를 위해 팀부의 메인스트리트로 갔다. 도시의 중심가답게 상가가 밀집해있었고 하천은 쓰레기로 더럽혀져 있었다. 금연 국가인 부탄의 거리나 건물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을 보진 못했지만 식당이 있는 건물 로비에는 재떨이가 놓여있었다. wifi가 연결될 수 있는 21세기의 어느 공간이라면 이렇게 적당히 오염되어 있기 마련이다.
도심의 개들은 좀 더 먼지를 뒤집어썼고 소음을 못 이기는 듯 낮잠에서 깨어나 어슬렁거렸다. 중심가답게 차가 많았다. 자동차도 개의 움직임에 익숙했고 개 역시 자동차의 움직임에 익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