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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손 Nov 23. 2020

아트워크에 혼을 싣다,
네이버 바이브 - 1편

네이버 바이브 플레이리스트 커버 디자인 프로젝트

음원 서비스들은 대게 각자의 플레이리스트를 제공한다.

특히 애플 뮤직은 플레이리스트의 커버 디자인이 전반적으로 매우 아름다운 것으로 유명하다. 플레이리스트의 수량이 엄청날 텐데 그에 맞는 컨셉이 담긴 커버를 일일이 제작한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지, 늘 감탄스러운 부분이었으며 이런 종류의 프로젝트를 꼭 해보고 싶었다.

꼭 애플이 아니더라도 국내의 서비스도 이런 작업이 필요는 할 터이니 그런 일이 나에게 주어지면 장그래처럼 질이 다른 노오오오력으로 열심히 할 자신이 있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중 네이버와 인연이 닿아 바이브의 플레이리스트 커버를 정기적으로 제작해서 납품할 수 있는 기회가 닿았고 현재도 진행 중이다.

이 프로젝트는 ABT 멤버 외 다양한 국내외 디자이너들이 협업으로 참여한다. 프로젝트의 특성상 최대한 다양한 스타일의 디자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프로젝트의 개요와 목표와 같은 지엽적인 이야기보다 각 커버 디자인에 담긴 이야기들을 주로 담고자 한다.

대부분 커버의 제목과 이미지를 보면 제작 의도를 알 수 있기 때문에 그것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을 하지 않을 것이다. 표현이나 시대적 배경, 혹은 아무거나 하고 싶은 말을 쓸 예정이다.

다른 디자이너분들의 작업도 소개하고 싶지만 작업자가 원하지 않는 이상한 흐름의 글을 쓸지도 모르니, 내가 작업한 것만 소개한다. 제작 수량이 너무 많아 시리즈 물로 갈 것이다.





숨은 명곡 - 국내 메탈

피해의식이란 밴드의 "Heavy metal is back"이란 곡이 있는데 거기 가사 중 "그 구린걸 왜 아직도 하고 있느냐고"란 대목이 있다. 그 구린 음악을 난 아직도 좋아한다. 불타는 해골도 하나 넣고 싶었지만 참았다. 화염 뒤에 장발남은 나다. 때마침 머리 길이도 알맞았고 저작권 문제도 해결하고자 나를 사용하였다.





세기말 탑골 가요

내가 가장 정확한 탑골가요를 즐긴 세대라는 자부감이 있어 이 주제는 자신 있었다.

옛날에는 고딩들이 교복 입고 콜라텍 가서 춤 연습하고 주말에 정장 입고 나이트 가는 문화가 있었는데 이 탑골가요와 하나 된 것이었다.

비록 나는 디자인 연습을 하느라 이런 문화에 동참하지는 못했지만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충분한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에 이 작업을 의뢰받는 순간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요즘  유행하는 레트로 스타일과 밀레니엄 전후의 탑골가요 시절의 스타일은 그 결이 다르다. 더 미래 지향적이고 테크노적인 느낌이 필요하다고나 할까?

이 부분에 대한 확인을 하기 위해 당시 디자인 사조를 좀 찾아보았는데 기억과는 조금 달랐다.

추억 보정이 있었던 것 같다.


세기말 디자인에 대한 구글 검색 링크


당시 국내는 사이버 가수 아담, 류시아, 사이다 등이 있던 시절이라 그런지 첨단 그래픽에 대한 자신감과 과시가 느껴졌다. 매력은 있지만 어설프게 흉내 낼 만한 것은 아니었다.

따라서 어설프게 흉내내기 보단 지금이 1999년이라고 생각하고 내가 가진 기술을 최대한 선보인다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해 만들었다.

뇌리를 스쳐가는 당시 감각의 오브젝트들을 저작권 해결이 가능한 선에서 구하고 콜라주 하여 키치 한 느낌으로 표현해보았다.

중요한 부분인데 저작권 이슈는 정말 중요하다. 특히 저작권 문제로 곤욕을 치르거나 그것을 구경해보지 않은 디자이너들은 이 부분을 다소 느슨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극단적인 예시를 들면 무료 이미지가 거의 없던 2011년 어떤 프로젝트에서는 웹페이지에 들어가는 4가지 콜라주를 만들기 위해 480만 원 정도의 스톡 이미지를 사용하고 고객에게 청구한 적이 있다. 물론 당시엔 그렇게 해도 되는 특별한 상황이었고 이런 짓도 함부로 해서는 안된다.


이 커버를 작업할 때, 여러 여건상 작업 할당 시간이 여유 있는 편은 아니었다. 요즘은 어느 정도 작업 여건이 더 좋아져서 다시 만들어 보고 싶은 커버다.





랜선 세계 음악 여행

그림 속에 조금 낯설게 보일 수 있는 인물이 있는데  뽀뚜(입술 아래를 뚫고 나무를 넣어 턱에난 뿔처럼 보이는 장신구)를 하고 있는 아마존 원주민이다. 10년 전 '아마존의 눈물'이라는 아마존 원주민과 환경을 주제로 한 다큐가 있었는데 거기 등장한 모닌이란 인물을 모티브로 하였다. 당시에 이분의 모습에 너무 임팩트를 받아서 'KB국민은행 락스타' 프로젝트에 관련한 일러스트에도 사용하였다.
이번에 10년 만에 또 그려보는데 이분을 기억하는 사람이 아직도 많으려나? 그리고 아마존 원주민들은 아직도 잘 있을까 걱정이다. 인간의 욕심이 환경을 너무 파괴하니 말이다.





Play That Funky

펑키는 딱히 논리 없이 그냥 엉뚱해야 하는 것 같다.

2005년 김현정의 Funky Town 야후 광고 이후, 펑키를 주제로 한 디자인은 오랜만이다.

연기 렌더링이 생각보다 존나 느려서 이 작업 후, 블랙매직 GPU를 플렉스 했다.





Retro Soul

잡지에서 봤는데 요즘 외국에선 낮에 디자인하고 밤에 일러스트레이터로 추가 활동하는 게 유행이라고 한다. 나도 디자인 스튜디오를 경영하면서 개인적으로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도 하고 싶다. 삼손 화백 그런 느낌.

나는 뚜렷한 내 그림 스타일이 없이 필요에 맞게 그리는 편인데 나름 일러스트 자판기 일수도 있겠다. 한마디로 원하는 데로 그려준다는 것. 많은 문의 부탁드립니다.





조용한 인스트루맨탈

그래픽 표현 기법에 대해 물어보는 사람이 여럿 있었다.
일단 인튜어스 프로 이상급의 태블릿을 구입하고 의식의 흐름대로 존나 그려 나간다.

그리고 면의 균형, 색의 묘한 배치에 대해서 계속해서 만져야 하는데 이건 작은 것에 집착하는 좆밥과 같은 마음으로 계속 반복해서 하면 된다.





요즘 CCM

내가 아는 지식, 혹은  내 생각의 테두리 안에서 천당을 어떻게 묘사할지는 솔직히 모르겠다.

그래서 에덴을 표현해보았다. 내가 손재주가 부족해서 성화 같은 건 그릴 수 없는데 뭔가 현대적인 기술로 성화 비슷한 걸 그리면 참 재밌지 않을까 싶다. 이를테면 디지털 콜라주로 표현한 소돔과 고모라 같은 것.





요즘 한국 힙합

솔직히 태극기를 활용한 디자인은 어딘가 금기시되는 부분이 있다. 차라리 국기에 대한 존경심이라면 모르겠는데 태극기를 모티브로 하면 어딘가 디자인이 구려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명백히 미국의 국기, 유럽의 삼색기와 다르게 태극기는 굉장히 다루기 어렵다. 이 정도면 나름 해냈다고 자부한다. 보내 놓고도 과연 컨펌받을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통과되었다.




고객사 : 네이버

제작사 : ABT

프로젝트 기간 : 2019.08 - 현재

참여 디자이너 : 삼손, 임민혁, 김주영, 홍주희, 함민주, Gabriel of Blue 외 3명




디자이너 삼손의 인스타그램에서 라이프 및 최신 작업물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instagram.com/samson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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