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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미 Apr 15. 2024

2학년 복복이는 사고력 수학학원을 가요

성취감으로 자라는 아이

내가 어릴 때는 분명 수학이 아니라 산수였다. 과목명 자체가 달랐단 말이다. 초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수학 교과서를 받는 요즘, 수를 가르네 마네 하는 낯선 표현도 결국 그냥 덧셈 뺄셈일 뿐이다. 그래서 첫째 동동이에게 그랬듯 이제 2학년 올라가는 복복이를 수학학원에 보낼 생각은 해보지 않았다. 한두 자리 더하고 빼는데 왜 학원을 가나 생각했다.


고학년을 앞두고 수학 예습을 집에서 시키자니 계획대로 되지 않는 고로 드디어 수학학원에 발을 딛게 된 형아 동동이에게 레벨테스트라는 미션이 주어졌다. 그리고 그때마다 별수 없이 복복이를 달고 다녔다. 그냥 기다리느니 그냥 시험 보라고 복복이도 들여보내자 의외의 상황이 펼쳐졌다. 시험을 잘 본 것도 아닌 복복이는 시험 문제가 재밌었다며 사고력수학 학원을 끊어달라고 나를 졸졸 따라다닌 것이다. 고려하던 사안이 아니라 당황스러워 생각해 보겠다고 했더니 몇 시간 있다가 또 묻는다.


"엄마, 결제했어요?"

"아직. 그런데 이거 다니면서 더 바빠져도 괜찮아?"

"네!"


복복이는 수학문제를 꾸준히 푼 적도 없고, 곱셈은 구경도 못한 상태로 2학년을 앞두고 있었다. 더 거슬러가도 1학년 입학을 앞두고 문제집 하나 풀린 것 정도인 데다 셈이 아직 느려 이제 집에서 연산을 열심히 풀려봐야지 하던 차였다. 예체능도 아닌 수학학원을 보내달라는데 어쩌겠는가. 결국 나는 며칠 있다가 사고력수학을 결제하러 갔다. 그렇게 복복이의 즐거운 수학여행(?)이 시작되었다.


그다음부터 다양한 상황이 펼쳐졌다. 누가 가라고 한 학원도 아닌데 복복이가 울면서 숙제를 한다. 이 녀석은 자기 뜻대로 되지 않으면 눈물부터 흘리는 아이인데 수학 숙제가 잘 안 풀리는지 눈물바람이었다. 나중에 하라고 해도 지금 하겠다고 하고, 다가간 엄마에게는 자기 자 하겠다고 한다. 진정하고 숙제를 마친 후 다시 얘기해 보니, 복복이는 숙제가 많아서 울었단다. 내가 들여다보고 판단하기로는 워낙 안 하다 해서 많은 거란 표현이 더 정확하겠다.


선생님께서 명강의를 펼치시는 게 틀림없다. 수업을 어떻게 하시는지 복복이는 너무 재밌다며 학원을 다녔다. 레벨이 높지 않고 난도도 그다지 높지 않은데 이걸 왜 보내나 싶다가도 수학이 재밌다는 복복이의 말에 나 스스로를 다독이며 결제를 반복했다. 그리고 복복이는 곧잘 시험을 잘 보았고, 곧 나름 한 반 레벨업을 했다. 구구단도 모르던 복복이는 어느새 렙업의 기쁨을 누리며 자신감에 찼다.


"반 바뀌면 싫은데... 친구들이랑 친해졌단 말이에요. 게다가 선생님도 바뀌실 텐데."

"그럼 어떡해? 그냥 있어?"

"옮겨야죠. 그래도 열심히 해서 옮긴 건데 성취감이란 게 있잖아요?"

"복복아, 뿌듯해?"

"뿌듯하죠!"


부쩍 성취감이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하는 복복이는 자기가 못하는 것에 인정이 빠른 아이다. 중요한 건 그다음이다. 못하는 게 싫으면 해내야 한다고 인정하고 열심히 하기로 결정한다. 그 결과 발전하거나 못하던 것을 끝내 완성해 내면 스스로를 자랑스러워한다. 그 성취의 과정을 내게 재잘재잘 떠들고 확인받으며 행복 가득한 얼굴로 활짝 웃곤 한다. 그래서 요즘 복복이의 성취 이야기를 듣다 보면 그 모습이 너무 건강해 보여서 마흔 넘은 나조차 아이를 닮고 싶어 진다. 뭔가 성취했을 때 느끼는 뿌듯함이 지금의 나에겐 좀 아득한 과거라는 생각도 스쳤다.


'성취감을 얼굴로 표현한다면 저 표정일까?'


복복이를 보며 생각했다. 둘러보니 저학년의 수학학원은 주로 사고력이다. 아직 교과가 학원에서 다룰 정도의 난도가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생각하는 힘을 기른다는 부분도 복복이에겐 효과가 있었다. 그럼에도 결국 셈이다. 여전히 난 복복이가 푸는 수학 문제를 보며 학원을 가야 하나 갸우뚱하곤 하지만, 오늘도 해맑게 숙제를 마친 복복이에게 수학학원이 재밌다면 그걸로 됐다. 요즘 말하는 공부 정서가 긍정적으로 발달하고 있다면 충분히 의미 있는 경험이다. 이렇게 열심히 하고 레벨업도 하는데 어떤 식으로든 좋은 일 아닌가. 인생에 셈보다 열심이 중요하고 결국 레벨업 또한 중요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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