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장 Apr 21. 2019

2017.11.20.

조각 글 1

내 위장이 비워지는 순간은 생각보다 매력적이다.

먹은 것들을 모두 게워내고 나면 얼굴에는 불그스름한 흔적들이 남지만, 이제 그것들은 아무것도 아니다.

다만, 침을 뱉으며 나오는 붉은 핏물들은 내가 건강치 않다고 언질 해준다. 그래서 내시경도 예약하고, 갖 병원들에서 검사를 받는 중이다.


21세의 나이에 어디가 그렇게 좋지 않냐 라고 하는 당신들에게 나는 생각보다 가지고 있는 질병들이 많다고 답한다.

제 나이 때 받을 스트레스를 이겨내지 못하는 나의 나약한 몸에게 당신들은 그저 내가 이겨내지 못하는 것이라 치부한다.

이제의 나는 알리고 싶지도 않다. 마치 당신들의 생각에서 단지 내가 꽃봉오리를 피우지 못하는 것이라 여겨진다면, 나는 그것을 고쳐줄 마음조차 들지 않다는 것과 같다.
많은 일이 있었던 작년과 올해에, 가족이 세명이나 사라졌다. 정확히 말하자면 ‘두 명’과 ‘한 마리’. 반려동물과 함께 크지 않았던 당신들은 나의 우울을 이해하지 못하였다.

나도 이해시킬 마음은 없었던 것 같다. 조금은 더 잘해 줄 순 없었을까 더 행복한 나날들을 보내게 해줄 순 있었을 텐데 후회들이 막연하게 찾아왔다. 올해 동유럽에 다녀와서는 더 심해졌다. 반려동물과 함께 지하철에 타고, 무엇이든 같이하는 사람들이 생각나서 한국에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어머니 몰래 울었다.

제일 먼 기억에서부터 함께 울고 웃고 공부했던 증조할머니는 나를 기억하지 못하시고 돌아가셨다.

티비에 함께 출연한 적이 있었는데, 평소 좋아하신다고 생각했던 사탕을 드려도 나를 전혀 기억하지 못하시고 그렇게 잊은 듯이 가셨다.

막내라고 이뻐하셨던 친할아버지도 한 번도 뵙지 못했던 증조할머니를 따라서 나를 떠나셨다.

어린 시절의 씨앗으로는 이제 다시는 돌아갈 수가 없어졌다. 그 씨앗이 어떻게 자라나고 있는지 종종 당신이 봐주었으면 한다.

나를 완전하게 이해할 수는 없어도, 당신과 나의 거리를 멀리 두지는 않았으면 한다. 어린 시절엔, 당신이 종종 하던 이야기들이 있었다.

장차 미래를 짊어지게 될 것은 우리이니 꿈을 가지라는 말들. 그때는 미처 몰랐는데, 사실은 아직도 모른다.

꿈을 가지라는 말은 전부 누구에게 돌아갔을까. 당신이 한 말이었으니 당신에게로 다시 돌아갔을까.

그 해답을 주지 못했으니 당신은 내가 씨앗을 발아시키는 것을 바라봐 주어야 한다. 힘든 시기일 나나 다른 사람들에게 햇빛과 물을 주고, 희망을 주어야 한다.

스트레스는 누구나 받는다. 그 사람이 어떻게 받아들이냐 에 따라 다르다고 생각한다. 나는 내 나름대로의 돌파구를 찾아 쏟아낼 것이다. 받아치지 못하여 받아들이는 당신들에게 나는 취미를 가지라 말했다. 그것이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적어도 당신들에게 적지 않은 긍정과 나처럼 잘못된 길을 조금씩 가고 있다는 것을 알아챌 수는 있으면 좋겠다. 내 말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당신에게, 나는 내 말을 온전히 이해시킬 마음이 없다. 다만, 당신과 내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작가의 이전글 지하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