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에 멍하니 서있으면 나는 내가 아니다 라는 착각에 들곤 하는데-
유체이탈이라던가, 무언가 그런 거창한 것보다는 그저 내가 이 장소에 실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종종 망각해버리고 마는 것이다.
그 형태로 앞에 있는 사람을 지나치면, 정말로 통과해 버릴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그렇게 온갖 상상을 하며 홀린듯한 눈을 하고 있으면, 어느새 깜깜하던 눈빛이 온갖 불빛으로 반짝인다.
꿈꾸는 소녀가 말하듯 한강을 내다보며 입을 아 벌린다. 한강이다 라고 조심스레 내뱉다가 이내 입을 다물고 만다.
조금은, 생각이 나 버렸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