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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영 Feb 25. 2022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추하고 더러운 것에 있는.

오늘은 이월의 끄트머리,  난 한권의 책을 다 읽었어. 

니콜라스 카의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고, 422페이지나 돼. 하지만 글이 어렵지 않아서 그다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어. 인터넷이 어떻게 우리의 뇌가 생각하고 인지하고 배우는데 변화를 주는지를 잘 설명해주는 책이야. 우리는 기계를 만들고 그리고 그 그계는 우리를 다시 프로그래밍하지. 우리는 서로 영향을 미쳐. 우리는 기계를 닮고 기계는 우리를 닮아. 깊이 있는 사고와 자발성, 심사숙고, 창의력, 즉흥성 등을 잃어버리고, 더 많은 정보를 읽느라 뇌를 소비하고 있대. 그게 좋은지 나쁜지는 모르겠지만, 불안과 피로를 동반한다는 사실은 그리 반가운 일은 아니야. 


다시 시골마을로 들어가 흙을 손으로 만지고, 씨앗을 뿌리고, 냄새를 맡고 아주아주 오래된 일상을 살고 싶다는 욕구가 일었어. 불을 지피고, 책을 읽고, 글을 쓰고, 빵을 굽고 싶어. 가장 인간답게 라는 건, 이런 몸과 함께 느리고 깊게 사는 것에서 발현되는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 


마찰을 없애고, 더럽고 냄새나고 거추장 스러운 것들을 제거한 매끈하고 명쾌한 세계는, 기계의 세계일거야. 인간의 세계는 아닐거야. 추하고 더러운 것에 예술이 있고, 인간이 있다는 생각을 해. 모호하고 어정쩡하고 고뇌하는 것. 슬픈 것. 심사숙고 하는 것. 그런 것들 말이야. 거기가 인간의 자리지. 


점점 조급해져 기다림을 참지 못하는 마음, 오랫동안 곱씹지 못하는 생각. 읽지 못하는 긴 글. 연결되기를 고대하는 불안과 외로움. 조금이라도 장애가 생기면 삭제해 버리는 얄팍함. 속도만이 중요해지는 세상. 끝없는 선택은 예, 아니오 뿐. ‘몰라, 글쎄, 잠깐만...’ 같은 것은 무시해버리는 지금. 

디지털 매체가 나를 점점 그렇게 만들어. 그렇다는 걸 아는 건 그나마 다행이지. 내가 왜 그렇게 하는지 그런 마음이 드는지를 알고 있다는 것은 해결의 단서를 주니깐. 


누군가를 만나는 것도 미디어를 대하면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듯이 나를 변화시켜. 내가 그 사람과 닮아지고 우린 서로를 자신에게 새기게 돼. 그걸 거울 뉴런으로 뇌과학자들은 설명하는데, 이부분은 매우 흥미로운 부분이야. 삶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바로 환경과 사람이지.


 ‘누구를 만나는가, 어디에 사느냐. 무엇을 매일 보느냐’ 

그것이 바로 네가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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