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날드 DT와 경험설계
나는 맥도날드 DT의 카페라떼를 좋아하는데,
집에서 이동할때 편리한 위치에 있고,나름 가격대비 맛이 좋기도 하다.
여름에는 당연 아이스라떼이고, 겨울에는 카페라떼를 먹는다.
근래에는 환경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DT에서 개인컵(텀블러)를 자주 이용한다.
'카페라떼 중간사이즈 하나주세요'
'따뜻한걸로 드릴까요?'
'네에 시럽빼고요'
'주문이 맞는지 다시 확인할게요'
..
'다른 필요한 것 있으세요?'
'개인컵있어요'
'네?' -
'텀블러 있어요'
'네 앞쪽으로 이동해주세요'
이러한 일련의 메뉴얼 같은 대화가 오가고 카페라떼를 받을 때가 되면,
직원이 벌써 일회용컵에 커피를 담고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
개인컵이 있다고 말해도, 열번중 아홉번은 그러하다.
일회용을 만들고 싶지 않은 내 작은 노력은 결실도 없이
아마도 빨리빨리 주문을 받고 빨리빨리 상품을 제공해야하는 맥도날드는 패_스_트_ 푸드의 대표주자인지라, 개인컵을 받아 라떼를 만드는 번거로움이 들어갈 틈이 없는듯하다. 그리하여 직원은 내컵을 받아들고는 좌르르르 이미 만들어 놓은 라떼를 쏟아 붓는다 생각해보라, 커피와 하얀 우유가 아름답게 층을 이루던 커피가 와장창 섞여 내게 주어질때의 실망감.
그렇다,라떼는 첫모금이 반이다. 처음 라떼를 받아들고서 하얗고 폭신하고 따뜻한 우유에 윗입술을 먼저 닿게하고서 호로록 하고 우유를 먼저 먹고서 뒤따라 오는 커피를 마시는게 카페라떼의 즐거움이라는 것인데. 한꺼번에 믹싱을 마치고 내손에 주어진 라떼는 , 쩝.
맥도날드가 환경을 줄일 생각이 1도 없는 것이 틀림없다. 그렇지 않고서야 개인컵의 사용자를 이렇게 실망시킬수가, 주문부터 개인컵이라고 말하면 잘 알아듣지도 못하고. 마치 무언가를 부탁하는 기분이 들게한다. 게다 결국 일회용컵을 사용하여 내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든다. 제일 큰 실망은 라떼의 첫모금의 즐거움을 포기해야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어떤 행위를 유도할 때는 자연스럽고 매끈하게 이루어지도록 설계하는 것이 필요하다. 개인컵을 사용하는 것이 일회용보다 매끄럽게 진행이 되고,개인컵을 내어주는 것이 일회용컵을 내어주는 것보다 더 편안하게 처리될때, 자연스럽게 디자인 목적을 이룰수가 있는 것이다.
행위를 유도할 때는 마찰을 줄여야 한다.
역으로 하지 않아야 할 행위에는 마찰을 높여야 한다.
텀블러를 이용하면 더 음료가 빨리 나오거나, 더 청결하거나, 더 즐겁거나, 더 긍정적인 경험이 따라온다면 특별히 전두엽을 쓰지 않고서도 우리는 환경에 기여하고자 하는 이들을 도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