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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김 Jan 08. 2023

UX리서처의 책 7권

대놓고 늦은 2022년 독서결산

이미 1월이 되고 말았지만, 그래도 나만 알기엔 아쉬운, 2022년에 읽은 책 추천글. 







고객을 더 잘 알게 해준 책


사악한 디자인 


어떻게 하면 엉터리 물건을 팔고도 고객이 후회하지 않게 만들까?

애플은 종교일까? 온라인 상의 토론이 길어지면 상대를 왜 비하하는 걸까?

건조기에 넣은 옷가지들이 정전기로 서로 달라붙는게 언제부터 문제가 됐을까?

제품의 약점을 고객에게 노출해도 될까?

검색 결과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을까?

‘인증기관’ 로고는 신뢰도를 어떻게 높이는걸까?


“여러분이 서비스를 사용하면서 돈을 내지 않는다면 여러분은 고객이 아니라 상품으로 취급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제목은 사악한 디자인이지만, 다르게 지어본다면 “고객의 마음을 조작하는’ 비즈니스 및 제품 전략 그리고 실천 사례집” 이라고 부를 수 있다. IT업계에서 일한다면 불편한 마음으로 읽을 수 밖에 없을 것.


언젠가 디자이너를 퇴사하게 만드는 00가지 방법이라는 아티클을 무척 재미있게 읽은 적이 있었는데, 정말 어처구니 없는 방식들이었다. 예를 들면 디자인 훈수를 둔다던가 화이트보드를 다 갖다 버린다던가. 이런 글이 재밌는 이유는 반대로 ‘재밌게 일하는 법’을 알기 때문이다.


고객이 행복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 불행하고 사악한 제품 전략을 공부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원래 정도의 길을 걷는 무도인이 마도들을 제일 많이 걱정하고 공부하고 디스하는 법 ㅎ


사악한 디자인 | 크리스노더 지음



팔리는 경험을 만드는 디자인  

서비스와 경험의 차이는 무엇인가?

경험은 어떻게 만드는가?

경험을 제대로 설명할 수 있는가?


'서비스 제공자'가 아니라 '경험 스테이저(experience stager)'가 되어라.


경험이 중요하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너무도 자주 쓰는 단어지만 "경험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면 보통은 제각각 얻었던 '좋은 경험' , 혹은 '나쁜 경험이 개별 사례에 대해 이야기한다. 하지만 다들 알다시피 사례는 정의가 아니다.


experience라는 단어는 라틴어 experiri에서 파생되었는데, "노력해 보거나 시도해 보다" 는 뜻. 즉,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경험은 '참여자'가 '경험 요소'를 통해 얻는 '생각, 태도, 감정, 행동'을 아우르는 말이다. 맥락에 따라 다르게 해석할 수 있지만 핵심은 '참여'.


경험과 서비스의 차이는 여기서 나온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은 고객을 '손님 , 클라이언트 ' 환자'라고 부르고, 기업이 그들을 위해 무언가를 제공해야 한다. 서비스를 유지하는 주체는 제공자, 즉 기업이. 반면, 경험을 만드는 조직은 그들의 고객을 참여자로 본다. 참여자의 존재가 중요하며, 그들이 보고 듣는 행동과 반응 모두가 경험에 재반영된다.


서비스를 부풀린다고 경험이 되지 않는다. 단지 몇 개의 물건을 사기 위해 편의점을 제쳐두고 먼 거리의 코스트코를 가는 이유는 그들의 고객이 서비스의 구매자가 아닌 '코스트코' 경험의 참여자이기 때문이다. 편의점이 코스트코와 같은 가격, 물품을 들여놓는다고 그들의 고객을 뺏을 수 없다.


경험을 단계별 프레임워크를 통한 정의를 제공하고 어떻게 하면 제대로 디자인할 수 있는지, 경험 디자인에 대한 실제 예시는 물론 구체적인 연습 방법을 다루고 있다. 개인적으로 매우 도움이 된 책.


팔리는 경험을 만드는 디자인 | 로버트 로스만, 매튜 듀어든 지음



다크 데이터

요약은 필연적으로 다크 데이터를 만든다.

지표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된다.


"여러분은 술 취한 사람이 가로등 아래서 열쇠를 찾는 오래된 농담을 잘 알 것이다. 그 사람이 거기에 열쇠를 떨어트려서가 아니라 무엇을 보기에 빛이 충분한 곳이 거기뿐이기 때문이다. .. 만약 자신이 가진 데이터만 바라본다면 과학자, 분석가, 그리고 데이터로부터 의미를 뽑아내려고 하는 모든 사람은 술 취한 사람과 비슷하다.”


사람들은 글로 쓰여있으면 진짜인 줄 아는 경향이 있다. 숫자는 더욱 강력하게 믿는다. 그러나 데이터는 그 자체로 현상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하며, 존재 자체로(정의만으로도) 불완전하다. 스마트폰의 가속도계와 자동차의 진동을 측정해서 도시에 생긴 구덩이를 메우는 프로젝트는 스마트폰과 비싼 자동차가 없는 가난한 지역의 구덩이를 영원히 메울 수 없다. 성적이 입시와 취업에 활용되는 순간, 학점 ‘측정’으로 인해 과정에 영향을 준다. 교육기관 전체의 학점 인플레가 일어난다. 미국에서 허리케인 샌디가 일어났을 때, 관련된 트윗이 2천만 건이 넘었고 이 중 대부분은 맨해튼에서 발생했다. 맨해튼은 가장 피해가 크고 구조가 급한 곳이 아닌, 단지 스마트폰과 트위터 유저가 많은 곳이었다.


다크데이터는 알려진 미지(대선 주자의 지지 여부 전화를 받지 않은 사람들의 의견)와 알려지지 않은 미지(코끼리가 없는 나라에서 파는 코끼리 쫓는 약의 효능)의 데이터를 일컫는 말이다. 다크데이터를 제대로 다루지 않는다면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은 빛 좋은 개살구다. 데이터를 제대로 다루기 위해서는 데이터가 가진 ‘약점’을 파악하고, 약점을 어떻게 다룰지 상위 레벨의 목적에 맞춰 핸들링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어떤 데이터는 불완전하지만, 목적을 다루기엔 충분할 수 있다) 그래야 데이터에서 합의된 인사이트를 도출하고, 성과 높은 의사결정을 만들 수 있다.


다크 데이터 | 데이비드핸드 지음



컨버티드

기억하라. 모니터 뒤에 사람이 있다.

마음을 훔치는 데이터분석의 기술


고객은 평등하지 않다. 우리는 우리를 아는 사람들의 20퍼센트에서 전체가치의 80퍼센트를 얻는다. 바로 이 20퍼센트에 속하는 사람이 사업의 수익성과 성공을 결정한다. 이 20퍼센트의 사람들은 만나면 좋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즐거운 친구들이다. 그러나 회사는 대부분 모든 고객을 똑같이 대한다. 사실을 말하자면, 수익성이 낮은 고객에게 교차구매를 권하면 적자의 폭이 엄청나게 증가할 수 있다. 모든 고객을 똑같이 사랑하면 안 된다. 즉, 충성 고객을 찾아야 한다.


마음에 드는 사람에게 다짜고짜 ‘나와 결혼해주세요.’라고 달려들면 욕지거릴 먹는다는 직감은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디지털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이 바로 이런 일이다. 수만 명에게 ‘우리 물건을 사라고!’ 외친 후 단 몇 명이 샀다는 이유로 마케팅이 성공했다고 믿는다.


고객은 결국 사람이다. 그들과 관계를 쌓는 것은 사람과 관계를 쌓는 과정과 비슷하다. 단순히 클릭률이나 전환율로 고객을 이해하려는 시도로는 절대로 고객과 제대로 된 관계를 만들어 낼 수 없다. 그들이 누구인지 이해하고, 모니터 밖으로 나와 그들을 만나고, 대화하고, 어떤 고민을 하고 어떤 것을 서로 주고, 받을 수 있는지 알아내야 한다.


수많은 고객을 모아, 이들을 가치 있는 고객을 만들기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어렵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이에 도달하기 위한 킥들을 알려주는 책.


컨버티드 | 닐 호인 지음 





세상과 인간을 알려준 책



근시사회

“그렇다. 우리의 경제는 스마트폰부터 금융 ‘상품', 기적 같은 치료법에 이르기까지 놀라운 개인용 상품을 잇달아 빠르게 쏟아 내지만, 장기적인 경제 안정에 필수인 ‘공공'재, 이를 테면 도로와 다리, 교육이나 과학, 예방의학, 대체에너지 등은 충분히 생산하지 않으며 그것이 이미 우리 경제와 사회에 부정적인 여파를 낳고 있다.”


“삼림파괴, 사용 한도를 넘긴 신용카드,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 처방약 남용 추세 등 이 모두가 순수한 성장으로 집계되는 이유 역시 단기 이득만 기록하고 장기 비용은 무시하는 시스템에서는 이 모든 행위가 활발한 생산 행위로 잡히기 때문이다.”


빅데이터, 디지털 포메이션, 애플 사의 아이폰 시리즈, 우리가 ‘혁신' 이라 부르는 것들은 ‘효율 좋은 개성'을 추구할 수 있게 해준다. 빅테크 기업과 기업들은은 잉여 생산물을 저장할 곳을 찾아냈다. ‘소비자들의 만족 줄 모르는 심리 영역' 말이다. 매년 새 디지털 기기로 바꾸는 이유는 정말 그 기기에 필요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근사해진 기분'을 느끼게 해주기 때문이다.


대다수 사람들이 개인화를 추구한다고 해서 경제가 무너지지는 않지만, 끊임없는 업그레이드가 중시되는 환경에서 어떻게 전통이나 영속성, 장기적인 것에 대한 개인의 헌신이 가능하겠는가?


소비 시장에 나오는 모든 제품이 보상은 당장 얻고 비용은 나중에 내도록 정교하게 고안된 것들로, 이때 비용은 사라진 것처럼 보일 만큼 끝없이 미뤄진다. 혁신을 하고 싶은가? 사람들의 충동을 이용하면 된다. 주문하는 즉시 문 앞에 물건을 도착하게 하고, 최저가가 아닌 물건을 화면 상단에서 치워버린다. 나를 찡그리게 하는 반대편 진영의 논리는 보여주지 않고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의 생각만 보여준다. 내 잔고나 신용이 허락한 선에서 내가 가장 ‘지출할 만한' 소비를 손가락 몇 번 휘둘러서 하게 해주면 된다.


그러나 최저가 상품이 90% 이상의 매출을 차지하는 온라인 커머스에서 ‘중저가'라는 것은 경쟁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 별점으로 통제되는 플랫폼에서 4.9점짜리 밥집이 쌓여있는 한, 4.5점이나 되는 훌륭한 밥집은 손님을 맞이할 기회조차 없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과 의견을 마주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자신을 동굴 밖으로 꺼내지 못한 채 벽에 비친 그림자를 보게되는 것이다.


혁신이 모든 사회계층에게 유익한 것은 사실이지만 갈수록 대다수 부문 및 사회계층이 배제되면서 한정된 인구만 그 이득을 누리고 있다. 존 마에다가 말한 것처럼 기술 산업은 누군가를 배제하며 성장한다. (우리 할머니는 디지털 트렌스포메이션의 혜택에서 빠르게 멀어지고 있다.)


“우리는 점점 거대해지면서 약해집니다. 뜨거운 공기를 가득 채운 풍선처럼 되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몸매 관리에 집착하는데도 뚱뚱해졌다. 심지어 이웃집을 방문하는 횟수도 줄고 가까운 친구도 줄었다. 기업 경영자들은 장기적으로 큰 돈을 버는 프로젝트보다 단기적으로 확실한 돈을 버는 프로젝트를 원한다. 정치권은 이제 브랜드화가 되었다. (지난 선거 더불어민주당의 디자인 캠페인이 생각난다.) 빅데이터와 마케팅 기술을 앞세워 ‘돈 많은 마케팅' 기업와 똑같이 행동한다. 소비자들은 당당해진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불안과 우울이 폭증하고 있다.


“우리에게 진짜 필요한 것을 시장에서 얻지 못한다는 현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동시에 우리에게 진짜 필요한 것은 우리 가까이에 있다고 인정하는 것이다.”


근시 사회 | 폴 로버츠 지음



장애의역사


“19세기 의학 전문가들은 생리와 출산이 여성의 몸을 손상시키기 때문에 .. 고등교육과 일자리로부터 완전히 배제되는 게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장애를 가진 어떤 흑인들은 사망 시 보험금이 그들의 몸값보다 높다는 이유로 바다 상어의 먹잇감이 되어야 했다.”


”차별은 공기와 같아 기득권에게는 아무리 눈을 크게 떠도 보이지 않지만, 권리를 박탈당한 사람들은 삶의 모든 순간을 차별과 함께 살아간다.”


누구도 눈치채지 못한 채, 장애인들은 사회에 격리되고, 분리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장애인이 존재하지 않는 사람인 것처럼 행동하기도 한다 (그들을 미워해서가 아니라) 시각장애인을 위한 색상 설명 시스템을 디자인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을 때, 나는 시각장애인은 패션에 별 관심도 없고 무채색의 옷만 골라 입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들 중 두 명과 쇼핑을 함께 하며 인터뷰를 했을 때, 나는 내 생각이 완전히 달랐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들 중 하나는 당시 유행하는 “박시하고 큰 핑크 가디건”을 찾았으며 나머지 한 명은 자신의 취향에 딱 맞는 모자를 찾기 위해 여러 매장을 전전해야 했다.


부딪히고 마주하고, 함께 하지 않는 삶에서 어떻게 건강한 의존과 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을까? 책에 인용된 것처럼 ‘우리의 몸을 되찾고 세상을 바꾸는 용감하고 시끌벅적한 이야기’에 공동체의 모두가 함께해야 한다.


유능한 시민인 우리는 “자신의 두 발로 서 있어야" 하고 “스스로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서사에서, 독립은 좋은 것이고 의존은 나쁜 것이 된다. (..) 외톨이 개인이라는 신화는 비유이고, 수사적인 도구다. 실제 삶에서 스스로 만들어진 사람은 아무도 없으며 온전히 혼자인 사람도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실제로 의존은 나쁜 것이 아니다. 의존은 모든 인간의 삶 한 가운데 존재한다. 의존이 공동체와 민주주의를 만든다.”


장애의 역사 | 킴 닐슨 지음



자유로부터 도피


누구도 컴퓨터가 개성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지 않는다. 컴퓨터가 아무리 똑똑하고 인간이 할 수 없는 고도로 발달된 업무를 처리해도 마찬가지이다. 맥북이나 그램은 자유의지가 없기 때문이다. 컴퓨터는 사용자에게 나이키 홈페이지를 띄워주고 하루종일 락페스티벌 영상을 틀어놓지만 나이키를 아디다스보다 더 좋아하지도, 락페스티벌을 사랑하지도 않는다.


그렇다면 인간은 개성을 가지고 있는가? 우리가 진정으로 자발적인 생각과 감정을 가지고 있다고 어떻게 자신할것인가? 나이키와 락페스티벌을 좋아하는 것은 나의 자유의지에 인한 것인가? 자유는 개인 인격의 자발적인 실현이다. 자발성에 기초한 감정, 사상을 표현하는 표현하는 능력이 곧 개성이다.


그러나 우리는 어린 시절부터 자발적인 감정을 억압하고 가짜감정을 가지도록 훈련받는다. 특히 아이들은 적개심과 혐오감이 마치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교육받는다.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누군가를, 혹은 대상을 싫어하는 감정을 갖지만, 이러한 감정을 가지는 것 자체가 부정당한다. 누군가가 악당이라도 되지 않는 한 적개심은 필요 없는 것이고, 아이들은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을 구별할 수 있는 능력을 잃는다. 이 훈련을 교육기관이 해내지 못해도 상관없다. 사회적인 억압이 이 훈련을 대체하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미소’가 무의식에 무장된 것이다.


우리는 기성품같은 생각을 강요받는다. 이는 ‘양심’, ‘상식, ‘과학’ , ‘정상성’의 이름으로 무장하고 있으며 과거 국가의 권위, 교회의 권위를 대체한 새로운 종류의 권위이다. 오히려 우리는 교회나 국가와 같은 낡은 형태의 권위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새로운 종류의 권위의 먹이가 된 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양심, 상식, 과학, 정상성의 이름을 가진 새로운 권위는 완전히 자발적으로 우리가 그들에게 충성을 다하게 만든다.


껍데기뿐인 개인주의가 아니라 진짜 개성을 추구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예술, 일, 사랑의 관점에서 자유를 이야기하는 에리피 프롬의 책. 추가로 사랑의 기술, 인간의 마음, 지두 크리슈나무티의 아는 것으로부터의 자유를 추천해주고 싶다.


프롬 책은 이제 더 읽을 게 남지도 않았다.


자유로부터 도피 | 에리히프롬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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