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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원철 Nov 23. 2020

이야기를 자아내는 상상력'만' 가진 인간

나의 상상력이란 대체 무엇일까?

여기 하루 24시간, 1년 365일 이야기에 대한 공상과 상상, 망상을 즐기는 인간이 있다. 어떤 순간에도 그의 상상력은 끊이지 않는다. 무언가의 스토리나 정보를 보고 듣거나 하면, 그것을 자신의 뇌내에서 재조립해 자신만의 이야기로 치환하기도 하며, 아예 백지 상태에서 스스로 이야기를 자아내기도 한다. 상상의 세계에 빠져있을 때, 그는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그것에 몰두한다. 러닝머신 위에 타고 있는 순간에도, 다른 사람에게 잔소리를 들을 때도, 심지어 잠을 자기 직전에도... 그렇다. 이 인간은 바로 나다. 나는 내가 나태함을 알았고, 그것을 깨기 위해서는 진심을 다할 필요를 알았다. 그리고 내가 마음을 모두 쏟아 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해왔다. 내 마음을 모두 사용하는 것. 그것이 바로 이야기에 대한 상상이었다. 


나는 대략 20년 동안 이야기를 상상해왔다고 생각한다. 그 발단이 된 것은 20년 전인 초등학교 6학년. 국어교과서를 훑어보던 중 '상상의 나래를 펴고'라는 단원을 우연히 읽은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것에 강하게 이끌린 나는 나만의 이야기를 상상하기 시작했고, 그것은 이후의 나를 규정하는 무언가가 되었다. 실제로 당시 접속하던 커뮤니티 사이트의 소설게시판에 나의 이야기를 써 올려본 적도 있다. 치기어린 중학생의 습작이라고도 하기 민망한 끄적임이지만. 하여튼 나는 이야기를 상상하는 것에만 나의 모든 지식과 마음을 쏟기 시작했다. 


나는 내가 하고 있는 상상을 형태로 만드는 것을 나의 꿈이며 장래 내가 택해야 할 직업이라고 생각했다. 중학교에 입학하던 당시의 장래희망은 '프로그래머'였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의 나는 게임 개발자가 되고 싶었던 것 같다. 게임을 만들면 나의 상상이 실현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때가 마침 여러 패키지 게임을 접하던 때였으니까. 이내 장래희망은 작가로 바뀌었다. 고등학교로 올라가면서 게임에서 멀어지고, 문과를 택하면서 어느 순간 작가로 바뀐 것 같다. 그렇게 대학을 다니고 졸업하고 지금 이 상태다. 


나는 이야기를 상상하는 것을 너무 하고 말았다. 이야기를 상상하는 것에만 나의 모든 진심을 쏟아버린 나는 현실의 문제를 거의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 상급 학교로의 진학은 다른 사람의 결정에 따르거나, 즉흥적으로 이야기한 것이 결정되다시피 하였다. 대학교에서 가끔 진로상담을 할 때도 나는 되는대로 적당히 말했다. 그런 판이니 취업이 잘 될 수가 없었다. 나는 내가 진심을 쏟았던 '이야기를 상상하는 것'이 취업에 도움을 주기는 커녕 오히려 나를 세상과 단절시킨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되었다. 기업은 창의력있는 인재, 상상력있는 인재를 중요시한다지만, 실제 기업이 원하는 것은 나같은 '이야기를 자아내기만 하는 인간'은 아니다. 


오늘날에는 브런치나 네이버 웹소설같은, 창작자들을 위한 훌륭한 플랫폼도 많다. 그곳을 통해 나는 내가 상상한 이야기를 구체적인 글로 표현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지금도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 내가 브런치에 올란 글들의 대다수는 나 자신에 대한 고백이나 평론 같은 것에 집중된다. 브런치에 오랫동안 글을 올린 지금도 나는 내 안에 품은 이야기들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새해 계획으로 '올해는 꼭 써야지' 하고 다짐하면서도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다. 나는 내 자신에게 여러가지 변명과 같은 이유를 말한다. 취업을 못해서, 경제적인 기반이 없어서, 플랫폼을 믿을 수 없어서, 누가 읽어줄 지 장담할 수 없어서, 실력이 부족해서... 하지만 나는 근본적인 이유를 알고 있다. 나는 이야기를 상상하는 것 말고 다른 것을 생각하거나 한 적도 없는 인간이다. 상상은 나의 전부이다. 상상을 실물로 만든다는 것은 나에게서 나를 분리하는 것과 같다. 나는 내 상상이 실물로서 내 밖에 나온 순간 내가 텅 빈 인간으로 변해버리는 것이 두려웠다. 나는 미래에 텅 빈 나를 마주하는 것이 두려웠다. 나는 내 뇌에만 상상을 풀어놓게 되었다. 


그렇게 내 '이야기를 자아내는 상상력'은 꿈꾸던 나를 만드는 재능이 아니게 되었다. 그것은 도피와도 같고, 저주와도 같다. 하지만, 지금 이렇게 글을 쓰는 순간에도 나의 상상은 멈추지 않고 있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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