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쓰고 싶습니다.
내가 쓰고 싶은 글이란
이왕이면 그냥 글 쓰는 사람 말고 ‘잘’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내가 그동안 글쓰기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은 첫 번째 핑계는 게으름이었고, 그다음은 잘 쓰고 싶은 욕심이 과했기 때문이다. 나는 만족스럽지 않은 내 글을 읽는 것이 싫었다. 태어나서부터 글을 잘 쓰는 사람은 없으니 계속 쓰면서 실력을 쌓아야 하는데, 중간 과정 없이 좋은 결과만 얻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더 이상 글쓰기 연습을 미루다간 평생 제대로 된 작품 하나 완성해 보지 못할 것 같아서 이제부터라도 행동에 나서기로 했다. 좋은 글을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글의 종류가 다양한 만큼 방법도 각양각색이겠지만, 일단은 내가 앞으로 써나가려고 하는 수필에 대해서 나름대로 고민한 것을 기록해보려고 한다.
국어사전에서는 수필을 ‘일정한 형식을 따르지 않고 인생이나 자연 또는 일상생활에서의 느낌이나 체험을 생각나는 대로 쓴 산문 형식의 글’로 정의하고 있다. 간단하게는 글쓴이의 경험과 생각을 엮은 것으로, 글을 써보고자 할 때 가장 먼저 쉽게 시도해 볼 수 있는 산문이다. 수필은 읽는 사람들로 하여금 글쓴이가 겪은 일들을 간접적으로 체험하게 한다. 독자는 글쓴이의 느낌과 생각에 공감할 수도, 나아가 감정이입을 할 수도 있고, 다른 생각을 가지고 비교하거나 새로운 경험을 접함으로써 사고의 범위를 넓히기도 할 것이다.
그동안 여러 글들을 읽으며 글쓴이가 멋지다고 생각한 수필들은 모두 관찰력, 기억력, 묘사력이 뛰어나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면밀한 관찰력을 가진 사람들은 좋은 의미로 ‘어떻게 이런 부분까지 써낼 수 있나’ 또는 ‘어떻게 이런 표현을 할 수가 있나’ 싶은 부분을 포착해서 적어낸다. 아무래도 그런 글을 쓰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은 것들을 인식하고 관찰하는 능력이 있는 것 같다. 기억에 담아두었다가 글로 옮겨 써야 하니 기억력도 좋을 것이다(이건 메모의 습관화로 어느 정도는 보충할 수 있을 듯하다). 그다음엔 관찰하고 기억한 것들을 언어로 잘 표현해 내는 묘사력이 있어야 제대로 된 글을 완성할 수 있다. 묘사력이 뛰어난 글을 읽으면 상황이나 풍경이 눈에 그려지듯 떠오른다. 수필을 잘 쓰는 사람이란 ‘좋은 재료를 선별해서 글로 잘 가공하는 사람’이라고도 말할 수 있겠다.
이렇게 쓰여진 글에 글쓴이의 개성이나 사색이 드러나면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사람으로 치자면 누군가를 대면할 때 기운이나 아우라를 느낀다고 하듯이, 글에서도 문장 속에서 은연중에 풍기는 분위기와 느낌이 좋은 글이 따로 있다. 이런 부분을 계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지금은 감이 안 오지만 아마도 끊임없는 배움과 사유와 성찰을 통해 나아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앞으로는 지금보다 조금 더 밀도 있게 살면서 경험과 연륜을 쌓아 봐야겠다. 말하고자 하는 내용이 제대로 전달될 수 있도록 문장 구조를 제대로 갖추고, 맞춤법에 맞게 쓰는 것도 당연히 선행되어야 한다.
매주 꾸준히 글을 쓰겠다고 다짐한 나는 앞으로 가능한 주변 상황을 자세히 관찰하는 노력과, 기억하고 기록해두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살면서 겪었던 좋았던 경험 등 오래 간직하고 싶은 순간들을 글로 남겨두고 싶다는, 그냥 흘려보내기 아깝다는 생각을 요즘 부쩍 자주 한다. 이제서야 글을 쓸 수 있을 만한 철이 들었나 보다. 기억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흐려지고 잊혀 가지만, 글을 통해서 미래의 내가 언제든지 그때의 기분을 되살릴 수 있도록 하고 싶다. 지금과 앞으로의 노력으로 내가 쓰고 싶은 좋은 글을 쓰는 데 보탬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