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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mplexArea Nov 30. 2018

[에세이] 겨울 시

겨울시


나는 귀둘레를 쓸어 내려가는 겨울 시를 찾았습니다. 


오래 전 누군가의 손바닥에 귓볼을 맡기길 참 좋아했지만, 내 귓바퀴가 맡겨지기 훨씬 전부터  손바닥은 그 손가락의 차지였습니다. 손은 움켜쥐는 것을 스스로의 운명으로 삼고있지 않을테지만, 무엇 때문인지 주먹쥠은 어느 때보다 습관적이고 쉬운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바득 잡은 손에서는 뽀드득 눈 밟는 소리가 나네요. 어쩌면 까드득일지도 모르겠어요. 귀가 손에 닿지 않을 때도 겨울 소리가 납니다. 나는 분명 어디선가 들어본 적이 있는 소리입니다.


겨울 소리는 비벼지는 소리와 닮았습니다.  초등학교 2학년 때인가요. 분명 더 오랜 역사가 있겠지만, 내 기억은 겨우 여기까지인 듯합니다. 포항의 어느 바다에서 빈 소라를 처음 집어들었을 때 나는 배운대로 행동했습니다. 바다를 품은 소라에서, 잃은 바다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그런데 여러분은 찾으셨을지 모르겠습니다만, 나는 찾지 못했어요. 바다의 깊고 두터운 소리보다는 훨씬 건조하고 얇은, 부서지는 소리 같았어요. 오히려 바람 바스러지는 소리 같은 것이요. 건조하고 차가워서 가볍게 하늘로 오르는 소리요. 그해 바다는 분명 여름이었는 듯하지만, 나는 그 이미지를 회상할 때면 조금 추워집니다. 


귓바퀴를 쓸어내릴 때 들리던 소리가 소라의 귓바퀴서 들리고, 어느 것도 겨울과 닮지 않았지만 나는 이것을 겨울 이미지라고 부릅니다. 오늘 갑자기 겨울 시를 찾고 싶었습니다. 여력이 된다면 겨울 시를 쓰고 싶었지만, 이미지가 만들어 낼 수 없는 유일한 이미지는 자신의 이미지라네요. 나는 글을 쓸 때 늘 망설입니다. 이미지 때문이지요. 그래서 늘 읽기만을 반복할 뿐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쓰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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