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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hongmin Nov 27. 2018

왜 NGO들은 자꾸 스티커를 붙여달라고 할까

심리학을 이용한 고도의 심리전


#투데와 여섯 번째 #TodayWhy #경력세탁소


투데와는 배민 장인성님의 #마케터의일 책을 읽고 깨달은 게 있어서 되도록 매일 한 번씩 주변 현상에 관해 '왜'라는 질문을 던져보고 생각해보고자 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역이나 대로변을 지나다니다 보면 종종 NGO 부스를 마주칠 수 있습니다. 유니세프부터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등 종류도 다양하죠. 하지만 속한 단체는 달라도 이분들이 하는 행동은 이상하리만치 동일한데요, 어떤 행동인지 아시나요? 네, 맞습니다. 이분들은 모두 우리에게 스티커를 붙여줄 것을 요구합니다.


1분만 내서 스티커 좀 붙여주세요~:)


왜 이분들은 항상 스티커를 모으실까요? 어릴 적의 저처럼 스티커를 모으는 취미가 있으신 걸까요, 아니면 설문조사를 해서 어디에 공표라도 하시려는 걸까요. 혹시 생각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제 생각이 맞다면 이분들은 지금 고도의 심리전을 펼치고 계신 겁니다. 심리학을 이용해서요. 심리학에는 Foot-in-the-door라는 기법이 있습니다. 번역하면 문간에 발 들여놓기 기법이라고 하는데요, 상대방에게 큰 부탁을 하고자 할 때, 먼저 작은 부탁을 해서 상대방이 그 부탁을 들어주게 만드는 방법이죠. 학자들은 이 방법을 연속 근사(successiveapproximation)라고 일컫는 인간의 성향에 의존한다고 합니다. 간단히 말해서 어떤 사람이 작은 부탁을 들어주고 나면 그 사람은 그 방향을 태도나 행동을 계속 수정하게 되고, 더 큰 부탁을 들어주어야 할 의무감을 느끼게 된다는 말입니다.


스티커, 출처 : pixabay


NGO분들은 처음에는 스티커를 붙여달라는 작은 부탁을 먼저 합니다. 스티커를 붙이고 나면 잠시 얘기를 들어줄 수 없냐는 부탁을 또 하고, 그 이후에는 기부를 해달라고 요청하게 됩니다. 이게 최종 목적인 거죠. 그렇다고 NGO분들을 나쁘게 생각하는 건 아닙니다. 이분들은 마케팅 전략으로 심리학 기법을 사용한 것뿐이니까요. 실제로 마케팅이나 웹/모바일 UX에서도 이 기법은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출처 : 넷플릭스


실생활에 가장 가까워 보이는 예로는 넷플릭스나 유튜브 레드, 애플뮤직 등 갖가지 유료 구독 서비스들이 있습니다. 이들 모두 '첫 달은 무료로 쓰게 해 줄 테니 그 이후부터는 돈 내'라는 마케팅 전략을 피고 있는데요, 일단 발을 들여놓으면 계속 사용할 확률이 높다는 점을 알고 있는 거죠. 물론 서비스 자체의 장점을 경험해보고 맘에 들면 더 쓰게 되는 상황도 있지만요. 그리고 UX 측면에서 보면 회원가입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회원가입을 할 때 정보를 많이 입력해야 하는 서비스의 경우, 한 페이지에 모든 입력 정보를 표시하지 않고, 조금씩 표시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름, 비밀번호, 이메일, 핸드폰 번호 등을 첫 페이지에서 적게 하고 그다음 페이지에서 부가 정보들을 적게 하는 거죠. 이는 첫 페이지에서 입력해야 할 정보가 너무 많을 경우 이탈률이 높기 때문에 머리를 쓴 건데요, 일단 일부의 정보를 입력하도록 합니다. 그 뒤 '조금만 더 힘내세요!'하고 다음 입력 화면을 보여주는 거죠. 


원래는 이 기법과 항상 같이 나오는 Shut-door-in-the-face 기법도 같이 소개하려고 했는데, 잠을 자야 해서 말을 줄여야 하겠네요.


참고로 길을 물어본다며 접근한 뒤 '도를 아십니까'라고 물어보는 사람들도 같은 기법을 사용했다는 사실! 또 한 번 마주치시면, '오.. 심리학 좀 하시는데요.' 하고 하이파이브해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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