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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hongmin Dec 11. 2019

매거진B-블루보틀을 읽고 나서

블루보틀이 주는 그 느낌

올해 초 블루보틀이 한국에 들어온다는 소식이 알려졌을 때 SNS는 한바탕 난리가 났었다.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미국과 일본에 가면 한 번씩 들르는 말 그대로 힙한 블루보틀이 세 번째 진출 국가로 한국을 골랐다는 데에 대한 기대감이랄까.


나도 막연하게 블루보틀에 대해 들어는 봤지만, 실제로 방문하고 경험한 적이 없어서 사람들의 이런 반응을 잘 이해하지는 못했다. 그냥 돌아다니는 사진을 보고는 '로고와 매장 스타일이 내 스타일인데?'라는 생각 정도만 했던 것 같다.


그러던 중 성수에 1호점이 생겼다. 예상보다 더 사람들이 몰렸고, 애써 찾아가도 줄이 너무 길어서 발길을 돌렸다는 사람들도 많았다. 속으로는 얼마나 대단하길래 저러나 싶기도 했다. 그래도 한 번 경험은 해보고 싶어서 출근 전에 시간을 내서 방문해봤다.



블루보틀에서 유명한 라떼랑 뉴올리언즈를 주문했는데 고소하고 맛있는 편이긴 했다. 하지만 스타벅스보다 높은 가격대와 줄을 선 것에 대한 불편함, 테이크아웃을 함에 따른 공간 미경험으로 인해 생각했던 것보다 좋은 경험을 하진 못했다.


참고로 나는 커피의 맛을 그렇게 많이 따지는 사람은 아니다. 잘 알지도 못할뿐더러 이미 스타벅스에 입맛이 길들여져 버렸다. 그저 여러 카페를 돌아다니면서, 여기는 좀 더 고소하고, 여기는 시큼한 편이고 여기는 탄내가 많이 나고, 또 여기는 향이 좋네 등의 개인적인 느낌만 가지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커피의 맛이 주는 효용보다는 커피를 마시는 공간이 나에게 주는 효용에 대해 더 많은 가치를 부여하는 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매거진 B를 통해서 블루보틀에 대해 읽게 되었다. 커피계의 애플이라고 불리는 블루보틀은 2002년에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에서 클라리넷 연주가 출신 제임스 프리먼이 설립했다고 한다. 연주가 출신답게 모든 부분에 있어 완벽함을 추구하고, 일본의 차문화에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책을 통해 느끼게 된 블루보틀의 핵심 가치는 환대와 간결함, 그리고 공존과 보편성이다. 블루보틀의 환대는 고객과 바리스타 간의 친밀감에 가까운 것으로 틀에 박힌 대화, 예를 들면 '어서 오세요, 주문하시겠어요?'와 같은 게 아니라, 일상적인 대화도 같이 하며, 제공하는 커피에 대해서도 미리 알아채고 개인화를 시켜 주는 등 동네 친구와 같은 느낌을 들게 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간결은 '필요한 것만 남긴다'라는 정신으로 매장 내 선반 위 등 노출되는 장소에 배치되는 물건들을 최소화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책 내 인터뷰 중 인상 깊었던 내용 중 하나는 일부러 장식을 내기 위한 물품들을 배치하지 않아도, 사람 하나하나가 모여서 하나의 공간을 이룬다는 식으로 말한 부분이었는데, 깊이 공감이 가는 말이었다. 이러한 환대와 간결함이 블루보틀을 커피계의 애플이라고 부르는데 일조하지 않았나 싶다.


공존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눠서 볼 수 있는데, 하나는 매장이 위치한 지역과의 공존이다. 블루보틀은 매장을 내기 전에 그 지역에 관해 철저히 조사하고 지역과 블루보틀의 철학이 맞는지, 또 매장을 출점함에 따라 그 지역에 이바지할 수 있는지를 출점 고려사항으로 둔다고 한다. 단순히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 아니라 상생과 조화할 수 있는 지역을 찾는 것이다. 또 일전에는 매장을 오픈하기 전에 동네 주민들을 초청하여 커피를 먼저 맛보게 하는 식으로 주민들과 어우러지기도 했다고 한다. 어쩌면 이러한 출점 전략으로 인해 블루보틀의 출점 속도가 더딘 게 아닌지 하는 생각도 든다.


두 번째는 커피콩 생산자들과의 공존이다.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듯 우리가 평소에 즐기는 커피와 초콜릿 등은 원산지의 생산자들이 가져가는 몫이 박할 정도로 적다. 대기업의 구매력에 맞서기 어려워 단가를 낮추는 것도 있고, 애초에 노동력이 저렴한 곳이다 보니 자체 농장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그들의 임금을 충분히 주지 않는 데에도 원인이 있다. 이러다 보니 생산자들은 최대한 저렴하게 커피콩을 재배해야 하고, 이를 위해 비용을 줄이게 되는데 결국에는 커피콩의 품질이 저하되는 데에 이른다.

(src : pixabay)


이러한 문제점을 이해한 블루보틀은 커피콩 생산자들과의 공존을 택했다. 직접 생산지를 찾아다니면 질 좋은 커피콩 생산하는 생산자를 찾아내고, 그에 걸맞은 가격을 지불한다. 블루보틀이 이들에게 제시하는 가격은 공정무역의 2배, 일반 거래가의 3배 정도에 달한다고 한다. 적절한 가격을 보상받은 생산자들은 여유 자금으로 커피콩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게 되고, 블루보틀은 적절한 가격에 대한 대가를 품질 좋은 커피콩의 공급으로 보상받는다. 이러한 방식으로 블루보틀은 공존의 가치를 실현해 가고 있다.


마지막으로는 보편성인데, 블루보틀은 저렴한 가격으로 최상급의 스페셜티 커피를 모든 사람이 즐길 수 있게 한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다. 이 철학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모든 매장에 동일하게 만든 원두와 동일한 방식으로 커피를 내리는 바리스타가 존재해야 한다. 이를 위해 블루보틀은 관련 기술을 가진 기업을 인수해 원두를 동일한 품질로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또 바리스타를 철저히 교육해 모든 지점에서 동일한 맛의 커피를 만들어내도록 하고 있다.


위와 같은 블루보틀의 특성이 사람들이 생각하는 블루보틀만의 느낌을 만들어내고 있다. 카페에서 가장 중요한 커피의 원료부터 커피를 마시는 공간, 그리고 바리스타와 고객과의 관계까지 블루보틀의 향이 가득 베어나고 있다. 나의 첫 블루보틀 방문은 이 향을 느낄 찰나가 없었지만 다음에 블루보틀에 방문한다면, 조금 더 여유롭게 찾아가 블루보틀만이 줄 수 있는 경험을 오롯이 느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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