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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샛별 Jul 27. 2023

따뜻한 미소의 마을 묵호여행

나를 부르는 바다 그리고 사람






한번 방문했던 여행지를 다시 찾게 한 것은 근사한 풍경만은 아니었다. 수줍게 만났던 책방지기의 밝은 미소가, 연필박물관을 찾느라 폰의 앱을 들여다보고 걷는 나에게 먼저 말을 건네어 길을 가르쳐 주고는 복잡한 시장길에서 아직 헤매고 있는 나를 뒤쫓아 와서 당신도 여행길에서 그랬노라며 지름길의 입구까지 나를 바래다주셨던 시장 안 작은 가게 주인의 따뜻함이 있었다.

동해로 가는 ktx A석면 안인을 지나면서부터 정동진, 옥계, 묵호, 동해까지 아주 가까이 바다를 바라보며 가는 근사한 길이 나타난다. 그 길에서 묵호를 지나 동해까지 기차로 10분도 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좁은 데크길이 기차가 달리는 길을 끼고 나있고 바다를 접한 길은 호젓한 한섬해변으로 이어진다. 모래사장에서 데크 위에서 사람들이 기차를 향해 팔랑팔랑 손을 흔든다. 저 길을 한번 걸어보고 싶다. 기차가 곁을 지나고 지척에 바다가 있는 한적한 길이 있고 순수해 보이는 사람들이 있는 곳.


그렇게 바다와 사람과 길이 나를 손짓했다.

지난번 짧은 나의 묵호 여행 이야기를 듣고서 여행 책방과 연필 박물관을 방문하싶어 하던 Y와 함께 1박 2일로 우리는 묵호로 떠났다.  

여행 출발 , 이미 읽었지만 다시 채지영 작가의 책을 읽는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그녀는 여행 책방지기의 사랑하는 아내이자 꽤 유명한 여행작가였다.

진정 여행을 사랑하는 그녀의 책 속 글귀-작고 사소한 재미를 쫓아다니는 기조는 변하지 않을 것 같다. 앙증맞은 기쁨을 누리고 깨알 같은 재미를 모아, 가까이 있는 이들과 함께 나누며 사는 것-가 내가 하고 싶은 여행과 닮았다. 그녀처럼 나 역시 이번에는 그리움을 담고 여행의 즐거움과 피곤함이 담긴 엽서를 사랑하는 이들에게 보내 보리라 마음먹는다.




첫째 : 논골담길-바람의 언덕- 묵호 등대-해랑전망대-꺼먹바위- 어달항


이른 오후 도착한 묵호역에는 세차게 비가 내리고 있었다. 가기로 한 두 곳은 화요일은 쉬는 날이라 우리의 여정은 자유롭다. 빗속에 한섬 바닷길을 걷기는 어려울 듯하여 먼저 숙소를 찾아 짐을 맡기고 논골담길을 가기로 했다. 

바다를 마주한 언덕 위에 아주 좁고 꼬불꼬불한 가파른 논골담길이 미로처럼 나 . 가깝게 처마를 맞대고 있는 작은 집들이며 대문, 나지막한 담 들이 훌쩍 나를 몇십 년 전으로 데려가고 어린 시절 보던 낯익은 삶의 모습들이 애잔하게 벽화 속에서 다시 생명을 얻고 있. 좁은 골목길을 힘겹게 오르다 보니 점차 시야는 넓어지고 항구 마을이 한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오를수록 탁 트인 풍경이 청량감을 전해온다. 언덕을 오르는 내내 빈집이며 벽화 그리고 항구의 전경을 열심히 사진에 담고 있는 Y의 뒤에서 우산을 받쳐 줄 뿐 나는 사진을 찍지 않는다.  앞에서는 자주 카메라를 들이대곤 하는데... 바다를 마주한 언덕 좁은 골목들이 있는 정경이 너무도 익숙해서 인가. 산으로 에워싸이고 흙길이라는 점만 다를 뿐 내 유년의 시간이 흘렀던 골목길과 너무도 흡사해서인가? 가끔 흑백영화의 장면처럼 꿈속에서 나타나풍경이 낯선 고장에서 익숙함으로 다가와 나는 그 시절의 어린이가 된 듯 그렇게  풍경을 그냥 눈으로만 담고 있었다.


바람의 언덕에서 바다는 시원하게 그야말로 거침없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몇 장의 사진을 찍고 바다를 한참 바라보다 등대로 걸음을 옮긴다. 한 때는 번성했던 묵호의 옛 모습과 여러 바닷가 항구에 세워진 다른 모양의 등대의 사진을 보고 등대 앞 느린 우체통 앞에서 언제 올지 모를 엽서를 아들에게 다.

쉬어가자는 Y의 말에 등대 아래에 자리한 카페를 찾았다. 운 좋게도 우리만이 앉을 수 있는 독립된 공간에 자리를 잡았다. 에어컨 바람이 아닌 바닷바람이 불어오는 자리. 삼면이 바다가 보이는 두 사람만의 호젓한 작은 공간에서  이야기를 나눈다. 어린아이처럼 질문에 나도 모르게 술술 지난 시간의 이야기를 풀어내다가 순간 내게서 과거만을 이야기하는 노년의 얼굴이 느껴진다. 늘 친구들과 만나면 하는 남편이나 자식들 이야기, 여행을 떠나서도 나는 또 일상사 이야기를 하고 있구나. 일순 말을 멈춘다. 이렇게 근사한 풍경을 앞에 두고 미래 이야기, 가고 싶은 곳, 하고 싶은 일, 쓰고 싶은 이야기 이런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다면.. 그런 대화를 이끌어갈 힘이 내게 있었다면. 아니  삼십 분쯤이라도 말없이 바다를 바라보기만 하는 시간을 가졌더라면... 그녀에게 그런 시간을 선물했더라면... 저 바다와  하늘과 불어오는 바람과 함께 묵묵하게. 이제야 돌아보니 아쉽다.

바람의 언덕 카페 야외의 조형물과 바다 그리고 등대

언덕길을 내려와 해랑전망대, 꺼먹바위, 어달항까지 바다를 끼고 걸었다. 예전 아이들과 함께한 어달항은 한적한 곳이어서 어린 두 아들은 아주 조그만 게를 잡아 가지고 놀았다. 두 마리의 게가 서서 집게발로 서로를 견제하며 싸우는 모습이 신기해 웃던 아이들은 이제 서른을 훌쩍 넘겼고 그 세월만큼이나 달라진 어달항의 모습이 안쓰러워 그냥 발길을 돌렸다. 등대카페에서 더 있을걸.. 그리운 추억은 그대로 간직할걸..




둘째 날: 별빛마을 전망대-연필박물관-여행책방 -시장로컬 음식점 - 여행책방


다른 루트로 오른 논골담길 바다가 보이는 전망대에서 같은 모양의  조끼를 입고 일하다 잠시 쉬는 노인들을 만났다. 살가운 경상도 사투리로 Y가 노인들께 인사를 건넸다. 이야기 나누시던 어른들은 "이렇게 좋은 정경을 매일 보시니 좋겠어요!"라는 그녀의 말에 "살아보면 그렇지만도 않다네" 말씀하신다.  

대학시절 내게는 두어 명의 묵호 출신 친구들이 있었다. 도시의 아이들과는 달리 바닷사람만이 갖는 투박하지만 정겹고 강인함을 지닌 친구들. 그래서 더 가깝게 느껴지곤 하던 친구들과 그들의  젊은 부모들이 살았을 좁고 가파른 언덕길, 그 언덕길을 걸어 올라가며 바닷가 사람들의 거친 인생의 발자취를 생각한다. 이제 친구들은 도시로 떠나고 그곳에 남아있는  노인들은 들의 어머니이고 아버지일 었다. 그때의 고되었지만 행복했던 청춘의 시간을 살던 터전은 이제 외로운 길이 되어 고즈넉할 뿐이고 그들의 삶의 장면들은 벽화가 되어 멈추어져 있다. 

벽화로 박제된 길, 여행자들에게는 신기하고 핫한 길이지만 이곳에 사는 어른들에게 이 길은 지난 세월의 낡은 사진첩 같은 것은 아닐까. 구불구불한 골목길마다 그들의 이야기가 흑백사진처럼 남아있는. 

낡은 이 길에 새로이 터전을 잡고 가게를 열고 벽화를 그리고 삶을 일구어 여행자들을 오게 하여 이 도시에 활기를 불어넣는 책방지기 같은 분들이 가꾸어내는 모든 일들이 이곳 노인들에게 좋은 혜택으로 돌아갔으면... 그들에게 외롭지 않은 시간이었으면. 다정하게 어른들에게 이야기를 건네는 Y의 모습을 옆에서 바라보다 보니 그 모습이 너무나 보기가 좋다. 수줍어 말 꺼내기 어려운 나지만 다음엔 부끄러우나 다정하게 노인들께 이야기를 건네 보아야지.


Y는 연필박물관으로, 이미 가본 나는 같은 건물 맨 위층 카페에서 그녀를 기다린다. 카페에 비치된 책을 읽으며 커피를 마시고 엽서를 쓴다.

'당신이 잘되면 좋겠습니다'(김민섭). 선한 영향력을 이야기하는 한 편의 글이 쿵하고 와닿아 짧게 메모를 한다. 이름하여 '김민섭 찾기 프로젝트'. 83년생 글 쓰는 대학강사인 작가는 어렵게 시간과 돈을 마련하고 하고 싶은 일 가고 싶은 곳을 생각하며 일본여행을 준비한다. 정말 가고 싶던 그 여행길이 아들의 수술로 불가능하게 되었을 때 환불해도 엄청난 손해를 입어 작은 돈만을 쥐게 되는 비행기표를 마주한 작가는 이를 다른 이에게 양도할 수 있는 방법을 여행사에 문의했단다. 여권의  영문 이름까지 똑같은 사람을 찾으면 가능하다는 말에 sns에 올렸고 날짜에 임박해서야 어렵사리 93년생 취업을 앞두고 있는 힘든 젊은이의 답을 받았단다. sns에그 이야기를 지켜본 많은 이들이 젊은이의 여행길에 보탬이 되게 해달라고 숙박비며 여행경비를 모아주었고 여행을 떠난 젊은이는 83년생 같은 이름의 작가가 꼭 해보고 싶던 것, 가고 싶었던 곳의 풍경을 담아왔단다. 여행에서 돌아와 취업에 성공한 젊은이가 다시 무언가로 갚고자 했을 때 그는 2003년 미래의 젊은이에게 그 마음을 베풀어 달라는 이야기를 했다는. 같은 집단 간의 연대만을 미덕이라 생각했던 저자는 그것을 넘어선 세대 간 연결의 확장을 꿈꾸게 되었단다. 83년생 작가가 만든 출판사(정미소)의 로고는 디자인을 전공한 바로 그 93년생 김민섭이 만들어 주었다는 따뜻한 이야기.


재미있게도 Y와 헤어져 묵호에서 돌아가는 길 플랫폼에서 은발의 할머니 한 분을 만났다. 타는 승객은 그녀와 나 단 둘뿐. 동해에서 내려 환승 기차를 기다리는 대합실에서 다시 만나 눈인사를 하고 어르신께 말을 건네어 서로 이야기를 나눈다. 자식들 집을 방문하고 돌아오실 법한 모습의 할머니는 의외로 혼자 여행하는 76세 할머니로  울릉도 여행길 묵호항에서 내려  집으로 가시는 길이란다. 혼자 여행지에서 잠은 어찌 주무시는지, 식사는 어찌하시는지 어디가 좋았는지 등등 이야기를 나눈다. 당차게 다음 여행지로 북해도를 준비 중이시라는 할머니의 삶과 여행 모토는 빚지지 않는 삶이다. 갚아야 할 것은 바로 갚기. 남에게 피해 주지 않기. 깔끔하게 라는 할머니의 생각과  연대를 넘어 미래의 세대로 연결의 확장을 이야기한 또 다른 세대의 김민섭 찾기의 이야기를 함께 생각한다. 앞으로 나의 삶과 여행을 다시 골똘히 생각게 하는 시간이다. 깔끔하게 사는 삶도 좋다. 그러나 따스한 세대 간 연결은 더 좋다. 여행길의 우연한 만남이 내게 주는 의미를 즐겁게 마음에 담았다. 여행은 이래서 좋구나!  



여행 책방 전경

여행책방에서 이젠 구면이 된 책방지기와 반갑게 만났다. 

불가리아와 그리스의 여행에서 얼마 전 돌아왔다는 책방지기는 그곳의 생생한 풍경과 감동을 컴퓨터 화면을 통해 우리에게 보여 준다. 풍경도 음식 이야기도 다른 여행자의 이야기도 그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은 참 즐겁. 

여행을 꿈꾸었지만 접어야 했던 시간. 설산을 보고 싶었던 꿈이 실현되기 전 지진으로 네팔 여행을 접어야 했던 날로부터 8년이 지났으니 나의 쇠해가는 몸을 생각해서 이젠 접었던 꿈은 돈이 좀 더 들더라도 그가 부모님께 마련해 드렸다헬기를 타고 오르는 방법으로, 오르지 못한다면 단지 설산을 바라보며 평화로운 포카라의 풍경을 바라보며 쉬는 여행으로, 넉넉한 시간을 두어 푼힐을 오르는 것으로, 새로운 곳(파키스탄)에서 설산을 마주하는 것으로.. 그렇게... 모든 것이 그와 나누는 이야기 속에서 좀 더 실현성 있는 계획으로 눈앞에 다가오는 느낌이다. 

그래서인가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읽는 책방에서 한참을 고른 김영하의 시칠리아 여행기  '오래 준비해 온 대답'의 서문이 나를 설레게 한다. 운명처럼 이라...

어떤 나라를 마음에 두었다 한동안 잊어버린다. 그러다 문득 어떤 계기로 다시 그곳이 떠오른다. 그리고 정신을 차려보면 어느새 그곳에 가있다 그런 여행은 마치 예정된 운명의 실현처럼 느껴진다-김영하


점심 식사를 할 곳을 책방지기에게 추천을 받고 그중 한 곳, 강원도만의 음식인 장칼국수 집을 찾았다. 시장 끝쪽에 자리 잡은 로컬식당. 밝은 표정의 주인도 손님들도 모두가 밝고 편안한 모습이다. 넉넉한 인심, 싼 가격. 칼칼하고 구수한 음식 우리는 흡족하게 식사를 했다.

밖은 더위가 한창이다. 뜨거운 햇살 아래 걷다가 지쳐 새로운 곳을 찾아가는 선택지를 다음으로 미루고 여행책방을 다시 방문했다. 아까 커피를 마시고 가라던 책방지기가 반갑게 다시 우리를 맞아주었다. 젊은 여행자들이 오고 가는 책방의 뒤편, 세계에서 온 인형들이 지키고 있는 작은 방에서 직접 내려주신 다정함 가득한 커피를 대접받는다. 세상 누구보다도 선량해 보이는 다정한 남동생 같은 책방지기의 소박하고 아름다운 미소를 마음에 담고 그가 정성을 담아내어 준 베트남 드립커피를 음미하다 보니 낯선 장소가 내 서재만큼 이나 아늑하다. 기차를 기다리는 제법 긴 시간을 작은 책방에서 행복하게 보냈다. 젊은 여행객들이 오가는 그곳에서 천천히 더 많은 책들을 보고 고르며 여행길의 쉼을 맘껏 즐긴 두어 시간이 묵호 그 어느 곳에서 보다도 좋았다. 이제 묵호 하면 가장 먼저 그 여행책방과 오지의 여행에서 얻어진 순수한 미소의 책방지기와 아늑한 방의 풍경이 떠오를 것이다. 그곳은 나에게, 또 수많은 젊은 여행자들에게 행복한 한 순간으로 기억될 것이다. 그 미소 하나만으로도 책방을 찾는 여행자들 모두에게 그곳이 따뜻한 만남의 장소인 듯 느껴지던 것은 나만의 생각은 아니었으리라. 다정해서 가족 모두에게 참배맛 1호로 꼽히는 나의 작은 아들에 이어 그날 나는 마음속으로 그를 참배맛 2호로 정한다.

책방지기님! 즐겁고 행복했어요!


세계에서 온 인형들이 있는 방, 책 읽던 탁자 위의 디테일




집에 돌아와 묵은 여행기들을 정리하다가 책방지기의 친한 형이라던 변종모 작가의 책을 읽는다.

낯선 곳에서 길을 잃게 된다면 자신이 잃어버린 정보에 집착하기보다는 그곳에서 만나게 될 새로운 것들에 대하여 여유로운 마음으로 침착하게 바라보아야만 한다.-변종모(여행도 병이고 사랑도 병이다) 중에서


정작 큰 삶의 그림은 잘 계획하지 못하고 내 앞에 주어진 일들에 휘둘리어 살면서도 여행에 앞서서는 지니고 갈 것, 볼 것에 대해 꼼꼼하게 계획하곤 하는 나를 본다. 그리고 어느 순간이 오면 거기에서 벗어나 자잘한 다른 것에 한눈팔고 있는 나를 발견하곤 한다.

지금까지의 삶은 개인적인 것에서나 일에서나 주어지는 일을 해결하는 방법을 찾아나가는 이었다. 늦어서 여행을 시작해 나가는 지금도 자꾸 다른 이들의 이야기를 읽고 계획을 짜고 그 루트를 지키려는 경향성은 강하다. 비록 내가 가고 싶고 보고 싶은 곳이 조금 더 한적한 곳일지라도.

낯선 곳을 헤매는 늙다리 초보여행자는 이제야 마음에 덕지덕지 묻은 집착의 때를 뭉근히 불려 걷어내고 스스로에게 너그러워지고 나태해지려 한다. 너그러워지는 만큼 다른 이의 삶을 포용하게 될지는 아직 모른다. 그렇게 내가 오래 익혀온 삶의 방식이 모여 굳어진 단단한 껍질을 조금씩 버리고 작은 변화들에 서서히 마음을 열고 싶다.


여행은 행복하거나 불행하거나 뻔한 날들로부터의 탈출이다. 새로운 무언가를 찾아 나선 길, 모든 것이 새롭고 그래서 때론 두렵고 혼란스럽고 무엇이 있을지 궁금한 길이다. 끊임없이 새로운 장소를 찾아다니는 것만이 아니라 만나는 순간을 넉넉한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즐기는 힘을 배워가고 싶다.


여행지의 신선함은 그곳에 사는 이에게는 일상일 터였다. 남루하다고 박차고 일상을 떠난 여행자인 내가 돌아올 곳은 나에게는 평범한 그러나 역시 타인에게는 신선한  여행지일 터였다. 그러나 여행에서 신선한 공기를 맘껏 마시고 돌아온 지금 일상은 더는 남루하고 지루한 곳이 아니며 내가 가꾸어야 할 소중한 곳임을 알게 다.

여행은 그렇게 무채색이었던 내 삶에 희미하나마 근사한 색을 입혀 주었다.

또 다음 여행길을 기다린다.

그 길에서 나만의 여행법을 천천히 배워나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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