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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어른의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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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콩콩 Sep 10. 2019

혼자 살아요를 자연스럽게 말하는 방법

'혼자 살면 연애하기 좋다'란 말의 해석

어디에서 비롯된 미신인지는 모르겠으나 나의 독립 소식을 들은 사람들은 "이제 남자 친구 금방 생기겠다.", "혼자 사는 여자 인기 많아." 하면서 독립을 축하(?)해주었다.

독립을 했고 그렇다면 이제 막 나는 연애하기 좋은 여자 1위인 '혼자 사는 여자'가 되었다. (근데 2위는 누구임? 혼자 안 사는 여자?)
 
아무튼 내가 가진 유니크 셀링 포인트가 혼자 사는 거라면 이걸 효과적으로 알려야 쓸모가 있을 것이다. 근데 혼자 산다는 걸 어떻게 알리지?

"안녕하세요. 저는 손콩콩이고 혼자 살아요."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나의 이런 고민(?)을 이야기하자 한 선배가 이렇게 말했다.

"보통 (낯선 사이에서는) 어디 사느냐를 물어보게 되어 있어. 그럼 이렇게 대답해. 아, 본가는 인천인데 지금은 홍대 살아요."

이렇게 지혜로운 선배가 내 선배라니!

하지만 실상은 혼자 산다는 사실이 낯선 남자에게 알려지는 건 두려운 일이었다. 누가 묻는 일도 드물었지만 혹여 질문을 받으면 마포나 연희동 즈음으로 얼버무렸다. 홍대는 너무 독립의 증거였다. 홍대 산다는 건 혼자 산다는 말이었다.

농담처럼 혼자 사는 여자가 인기가 좋다고 말했지만 내가 혼자 산다는 이유로 나를 좋아한다면 그것처럼 별로인 게 어디 있는가.

하지만 걱정이 무색하도록 혼자 홍대 사는 나와 가족과 함께 인천에 사는 나는 같은 사람이었음이 밝혀지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안 생겼으니까.

혼자 사는 여자 운운하는 남자들을 제쳐온 결과랄까? 훗.

하지만 내가 원할 때 누구든 초대할 공간이 있다는 건 확실히 섹시한 일이었다. 내가 온전히 나일수 있는 공간, 시간의 제약도 시선의 제약도 없이 다른 누구와 나눠 쓰지 않아도 되는 편안하고 안전한 공간. 손을 뻗으면 익숙한 내 물건에 닿고 온통 내 냄새로 덮인 집이 있다니!? 이 얼마나 은밀하고 든든한가!

'혼자 살면 연애하기 좋다'는 말은 '연애할 때 나만의 공간에 연인을 초대하기 좋다'라는 의미였구나.  연애할 기회의 빈도가 아니라 연애가 깊어질 기회 제공이라면 그래 인정한다.

그러니까 독립을 했다면 일단은 혼자 산다를 자연스럽게 말하기보다 보다 나의 온전한 세계를 구축하는데 힘쓰는 편이 건강에 좋다.

안 생겨서 하는 소리는 아니다.

#계간손혜진 #어른의일 #독립 #연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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