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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콩콩 Apr 16. 2020

4.16을 기억하기

고개를 돌리지 않기

최근 몇 년 동안 감정 소모가 클 것 같은 영화나 책 보기를 피해왔다. 몇 달 전에는 고레다 히로카즈 감독 영화를 콕 집어 시놉시스만으로도 마음이 너무 힘들어서 차마 못 보겠다는 글을 쓰기까지 했다. 마음이 바닥이 나서 콘텐츠에 에너지를 쓰고 싶지 않았다. 오락영화만 보고 가벼운 에세이만 읽었다. 그 마저도 전보다 보는 횟수가 줄었다.

세월호 이야기는 차마 꺼내지도 못했다. 노란 리본만 봐도 눈물이 나서 고개를 돌렸다. 망언을 쏟아 내는 사람들을 마주치면 너무 분이 나서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그냥 눈을 감았다. 관련된 영화나 책이 나와도 볼 엄두를 못 냈다.

오늘은 4월 16일 세월호 참사 6주년이다. 오늘 우연히 가수 요조님의 트윗을 봤다. 그동안 내가 내 마음 하나 챙기겠다고 고개를 돌리고 눈을 감은 것이 떠올라 너무 부끄러웠다. 세월호 사고의 진상 규명이나 유족들과 피해자를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로 내가 지키려고 한 게 고작 내 마음 편한 거였다니.

<노래를 불러서 네가 온다면>은 세월호 유족들이 만든 합창단 이야기이다. 책을 읽기도 전에 표지만으로도 이미 여러 번 울어버렸지만 돌봐야 할 것이 내 슬픈 마음이 아님을 이제야 깨닫는다. 요조님의 말처럼 그렇게 울어 눈이 퉁퉁 부어봤자 나는 잘 자고 일어나 출근하며 하루를 시작할 것이 아닌가. 못 보겠다며 흘려보낸 지난 6년이 미안하고 죄스럽다. 이제부터라도 한 장면, 한 마디 놓치지 않고 보고 울고 기억하겠다. 더 이상 고개를 돌리지 않겠다.


#세월호 #remember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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