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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콩콩 May 21. 2020

김밥이 미래다

김과 밥만 있다면 무엇이든 감싸 안을 수 있어

김밥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들은 비슷할 것이다. 김과 밥, 그리고 속재료. 속재료는 시금치, 단무지, 계란, 햄 정도 되려나?라고 말하면 우엉이 빠졌네. 맛살이 빠졌네. 시금치 말고 오이가 들어가야 하네. 난 햄은 싫네 어쩌네... 하고 말을 보태고 싶을지도 모르겠다.

다들 비슷하다고 생각했을 김밥의 모습이 이렇게도 다른 이유는 바로 김밥의 확장성 때문이다. 확장성이랄까 포용력이랄까.  천과 바람만 있으면 어디든 간다던  친구처럼 김과 밥만 있다면 어떤 재료든 감싸 안고 김밥이 되는 확장성. 이는 김밥의 훌륭함을 드러내는 대표적인 성격이다.(거창)

냉장고에 있는 ‘모든’ 재료는 김밥의 일원이 될 수 있다. 베이커리나 국물이 있는 요리만 아니라면 그 무엇이든! (이쯤 읽은 사람이라면 한 두 명쯤은 김밥에 넣었을 때 안 어울리는 재료를 생각해보게 되어있다. 굳이 찾아내고 싶은 마음도 이해한다. 그리고 아마 몇몇 과일류를 발견했을 것이다. 딸기 넣으면 이상할 거 같은데... 수박도!  굳이 말리지는 않겠지만 그냥 먹어도 맛있는 과일을 대체 왜 넣으시려고 해요? 나참... 창의적인 분이시네 증말.)

며칠 전 나물이 먹고 싶어서 삼색나물(콩나물, 고사리, 시금치)을 오천 원어치 샀다. 한 끼 맛있게 먹고 남아서 비빔밥을 해 먹었는데도 한 보시기가 남았다. 저걸 어쩌나... 생을 다해가는 나물들이 골칫거리가 되어갈 때 김밥 생각이 났다. 냉장고에 있는 재료들을 집히는 대로 꺼냈다. 나물과 치즈와 매실장아찌와 달걀, 그리고 살치살.

몇 주째 밀봉되어 찬장에서 잠자던 김밥용 김을 깨워 그 위에 레인지에 돌린 즉섭밥을 펴고 꺼낸 재료들을 대강 얹어 후두루찹찹! 하니 김밥 두 줄 완성! 썰면서 꼬다리부터 먹었는데 어우 뭐야 뭐야 내가 만든 거 맞아? 뭔데 이렇게 맛있어~ 하고 감탄이 절로 나왔다. 넣은 속재료에 따라 식감과 맛이 달라 씹는 재미도 있었다. 냉장고 속 죽어가는 재료를 살려낸 너란 김밥. 내가 한 일이라곤 다된 재료에 김과 밥을 얹은 것뿐인데 뿌듯하고 맛있고... 진짜 김밥 너 다 해라! 하고 나니 이 글이 너무 쓰고 싶어 졌다.

확장성은 동서양에 두루 걸쳐 사랑받는 음식들이 갖는 공통점이라고 생각한다. 어디에서 시작되었든 새로운 지역에서 나는 재료를 추가해도 음식 본연의 맛은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매력이 더해지는 것. 그런 음식이 미래적인 음식이고, 김밥이야 말로 바로 그런 음식이라고 생각한다. 한식을 대표하는 음식으로 불고기도 좋고 비빔밥도 좋고 김치도 너무너무 넘너무 좋지만 김밥도 잊지 말아줬으면 한다. 김과 밥은 언제나 준비가 되어있으니까. 모든 재료들을 감싸 안아줄 준비. 세계로 미래로 갈 준비.

김밥이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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