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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콩콩 May 21. 2021

회사소설

장류진의 <달까지 가자>를 읽고

내가 쓸 소설의 방향을 찾은 것 같았다. 그건 어떤 소설이라고 정의할 줄 몰랐으나 이제까지 내가 계속 쓰고 싶었던 소설이었다. 회사소설. 추리소설도 연애소설도 아닌 회사소설.

얼마  장류진 작가님의 <달까지 가자> 읽었다. <달까지 가자> 제과회사 비공채 3인방이 이더리움이라는 가상화폐에 투자를 하면서 겪는 이야기다. 주인공의 돈에 대한 태도나 이더리움에 빠져 일희일비하는 내용도 매우 좋았지만 회사생활의 지난함, 부조리함에 대한 묘사나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생생함은  좋았다.


<일의 기쁨과 슬픔> 읽었을 때도 그랬다. ‘대체 뭐하는 사람이기에 스타트업 이야기를 이렇게 생생하게  거지?’ 찾아보니 작가님은 IT회사를 다니며 소설을 쓰고 있었다. IT 회사원(이자 장래희망이 소설가) 나는 덜컥 반해버렸다. 동시대를 사는 업계의 동년배 소설가가 쓰는 소설이라니! 장류진 작가님이 오래오래 회사에 다니면서 회사 이야기를 써주길 바랐다. 작가님이 회사생활과 소설 쓰기를 이어갈  있다면 나도 언젠가는 그럴  있을 것만 같았다.


대학졸업하면 소설가가 되는  알았다. 졸업장은 소설가와 아무 상관이 없음을 깨달은  졸업 즈음이었다. 그제야 앞으로 내가 무슨 이야기를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당장   있는 소설은 좋게 말해 취준생의 이야기였는데 그건 한두  쓰면 바닥날 소재였다. ‘경험이랄  별로 없으니 계속 소설을 쓰려면 아무래도 다들 하는 출근을 해야겠어.’라고 생각했고, 그게 이상하게 아무 데고 지원하는 동력이 되었다. 그러면서 (아직 회사라곤 문턱도  밟았으면서) 회사는  5년만 다니고 이후로는 글만  거라며 떠들고 다녔다.


알바와 인턴 계약직 등등을 거쳐 정규직이 되고 보니 5년 중 3년이 흘러 있었다. ‘내가 쓸 수 있는 건 여전히 (조금 넓어진) 취준생 이야기뿐이니 좀 더 다녀볼까?’하고 회사를 다녔을 뿐인데 어찌 된 일인지 나는 회사를 되도록 오래오래오~~래 다니고 싶은 회사 인간이 되었다. 물론 회사는 취준생의 이야기보다 더 많은 이야깃거리가 있는 곳이었다. 그런데도 10년이 넘는 동안 단편소설도 하나 쓰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왜 출근을 시작했는지 자주 생각했다. 소설 쓰기는 새해마다 잊지 않고 세우는 목표였다.


오래도록 회사원이길 바랐던 장류진 작가님은 결국(?) 전업 작가가 되었다. 그리고 나온  장편소설 <달까지 가자>. 책을 읽고 나자 회사원 아이덴티티는 앞으로도 작가님의 양분이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더불어 앞으로 내가  소설의 방향을 찾은  같았다. 그건 어떤 소설이라고 정의할  몰랐으나 이제까지 내가 계속 쓰고 싶었던 소설이었다. 회사소설. 추리소설도 연애소설도 아닌 회사소설. 나는 오래된 새해 목표를  이루게  것처럼 설렜다.  


이런 나를 예상이라도 한 듯 책 뒤편의 추천사에 정세랑 작가님이 이런 말을 남겼다.

장류진을 따라 하고 싶은 사람은 많겠지만 아무도 따라 하지 못할 것이다.


(조금 뜨끔했지만) 나는 작가님을 따라 하려는 게 아니다. 작가님을 따르려는 거다. 말하자면 작가님은 회사소설의 창시자, 선구자니까. 그리고 20년째 소설가 지망생인 현 IT 회사원은 뒤를 따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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