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커머스에서 '전시 기획'의 의미
전시는 '기획의 총체' 이다.
'도쿄의 디테일'에 나온 이 문장을 보고, 가장 먼저 떠올린 건 나의 일이다.
패션커머스에서 '전시 파트'로 일하며, 전시 기획을 하고 있는 나의 일.
종종 나의 온라인 프로덕트를 오프라인 공간이라고 상상하곤 한다.
무엇을 사기 위해 방문하는 상점이 될 수도 있겠지만, 목적 없이 '배회할 수 있도록' 무엇을 사지 않아도 편안하게 걷고, 쉬며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여백이 있는 공간이면 더할나위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도 모든 관람객이 모든 방문객이 이 공간을 '평등하게' 누렸으면 좋겠다. 어떤 개인적인 차이가 경험의 차별이 되지 않도록, 평등하고, 편안하게 누리다 갔으면 좋겠다.
일반적으로 패션 커머스에서의 '전시'는 상품과 콘텐츠를 '전시하는 일'에 포커스가 맞춰져있다. 일반적으로 전시 카테고리나 메인, 검색 등의 영역'을 말하지만 '눈에 보이는 모든 영역'을 전시라고 칭할 수 있기 때문에 무자르듯 범위를 한정하기 가장 어렵기도 하다. (눈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개인의 취향을 곁들여 한 마디씩 거들 수 있는 영역이라 주관과 논리, 데이터가 중요하기도 하다.)
전시라는 것은 영어로 display, 한자어로 '여러가지 물건을 벌여서 보임' '가게' 등의 의미가 있겠지만,
이 뜻을 'exhibit' 의 측면에서 보면 전시 기획을 하는 나 자신을 '큐레이터'로 명명하기 더 명쾌해진다.
총체적인 '전시 exhibit'을 기획한다는 측면에서 이렇게 이해되기도 한다.
-서비스의 주제를 선정하여 공간을 구성하고,
-유저의 동선을 기획하고,
-관람객이 즐길 수 있는 서비스와 콘텐츠를 배치한다 .
-원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도록 '큐레이션' 한다.
-기획의도를 느낄 수 있도록 director's note를 곁들이기도 한다.
-차별없이 경험할 수 있도록 총체적인 경험을 전달한다.
이번에는 공통 영역이라고 할 수 있는 GNB/LNB 를 개선하려고 고민하고 있는데 common의 영역을 '공용 공간'이라고 생각하니 범용성, 일관성, 예측성이 떠올랐다.
관람객이 '이해하기 쉽게, 길을 잃지 않게, 패션 관련 상품이든 콘텐츠든 감정이든 원하는 영감을 얻어갈 수 있게' 전시를 설계하고 싶다.
다음주에 토스의 디자이너 컨퍼런스가 진행되는데, 신청하고 이전 콘텐츠를 돌아보다가 simplicity 21 유튜브를 보게되었다. 그리고 쿵 했다.
사용자는 무엇을 하고자 하는 의지만 있으면 되고, 고민과 노동은 우리가 한다.
귀찮다고 느꼈다면 우리가 일을 덜 했기 때문이다.
노동은 사라지지 않는다. 누가 짊어지냐의 문제다.
'전시'를 보러오는 관람객들이 가진 의지가 무엇이든, 귀찮다고 느끼지 않게, 편하고 쾌적한 전시 관람이 될 수 있도록 공간 설계자로써, 큐레이터로써 고민과 노동을 하러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