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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di Mar 17. 2016

아가들의 투쟁 9

   누구도 혼자가 아니다

 

     아이는 굽은 척추로 인해 키가 약  1m20cm 에 22kg 남짓이고 온몸의 근육과 뼈가 굳어있어  휠체어 없이는 움직이기 힘들었다.   할머님은 발작적으로 기침을 하고있던 아이의  침을 닦아주고 등을 두드리며  돌보고 계신  중 이셨는데, 우리가 아이를 보러 올 때 마다  매번 처음 뵙는 것처럼   침대에서  뛰어내리셨다.

 등이 곱추처럼 굽어 모로 누워야만하는 아이 대신 ,두 배로 허리를  굽히신달까. 


" 할머님,일어나시지말고 간병하시느라 힘드실텐데  쉬고 계세요,네? "

했지만 할머님은  손녀딸을 잘 부탁드린다며 허리를  더 깊이 숙이시는 것이었다.


아이의 과거 병원 입원차트를 리뷰하다<@**아가> 라고 엄마의 이름이  적혀 있는 과거의 초진기록을 맞닥뜨리니 기분이 묘해졌다.  아이는  15년전 우리병원 신생아실에서 태어났고,태어나자마자 선천성 관절만곡증 (arthrogryposis multiplex congenita:  관절이 굳어져 움직임을 잘하지못하게 되는 병. 자라도 척추만곡과 흉벽의 기형으로 뼈 뿐 아니라 폐및  장기의 성장과 기능에  장애를 가지게 된다. )을 진단받았다. 그러나,그래, 아이가 태어났을 때는 적어도 모친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그 사이에 아홉번의 수술을 거치고 열두번째 로 입원한 지금 이 병동에 동그마니 누워있는 그 아이는, <@oo> 이라는 이름의 ,어머니를 가지고 있었단 말이지...

너무도 당연히 아이가 어머니 없이 출생할 수 없는데도

그 사실이 몹시 생경했다.


왜냐하면,15년 후  과거의  차트를 읽고있는 지금 이 순간과 그 때ㅡ 시간의  간극사이에,  사진 오려내어 뚫려있는 크고 검은 구멍을 보듯

아이의 어머니와 아버지 둘 다 사라져 기 때문이다.

그들이 아이의 인생에 단 한번도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그 애에게 고통은 왜 한꺼번에 함께 밀려왔던 걸까?

 힘들게 태어나고,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데  엄마마저 교통사고, 아빠는....

   그런 사정을 알기에 할머님의 인사를 받을때마 마음이 편치 않았다. < 댓자로 뻗어 주무시기도 하고 그러세요> 하면, <아유 저는 괜찮아요>,하며 할머님은 손사래를 치셨고,나는 기록에는 없는 그 분의 15년간의 삶을 떠올렸다.

 할머님은- 평범한 시어머니로,어머니로, 아내로 살고 계셨을 테지. 그런데 어느 순간,타임리프를 하고나서 바라보면 며느리도 아들도 인생에서 사라져버리고 남아있는 것은 ,수족이 되어주어야 할 손녀와 나이든 개, 그리고  거동이 불편한 남편뿐인데

      사랑하는 것들을 잃었을 때 할머니는 무엇으로 삶을 버텨오셨을까..


   이번에  아이는 감기처럼 시작한 마이코플라즈마 감염으로 시작된 천식발작때문에 입원 했다.경직된 갈비뼈와 척추뼈가 폐를 압박하는데다가 호흡근도 약하기에   자주 앓기도 했다.

   할머니는  책을 읽으면서 밤새 기침 하는 아이의 곁키셨. 가림막 커텐사이로  하필이면 중간 고사 때에 입원을 해겠냐고  골을 내는 아이를 달래는 소리가 들렸다. 할머님은 내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셨다.


  "우리 손녀 이번 시험은  꼭 치뤄야하거든요. 우리 손녀딸이 얼마나 공부에 열심인지 몰라요."

  

  가끔  집에 두고 온 강아지 걱정도 .


 "우리집 강아지  잠깐 밥주고 바로 올께요.  집에 할아버지가 있 한데, 우리 할아버지는 강아지가 오면 발로 차고 그래, 귀찮다고... 그래서 내가 돌봐야되. 나없으면 강아지 밥도 굶어."


아이의 상태를 체크하러갔는데,  아이는 산소줄로 호흡하면서도 영어공부도 하고 그림도 그리고있었다 . 굽어서 안 펴지는 팔과 손가락으로 그린 만화삽화는 수준급이었다.

 

 " ** 이가 그림을 참  잘그리네요,"

 " **이는  미대에 가고싶어해요. 공부도 잘 해요.  시험을 못치룰까봐 걱정이  심해 문제지."


  그러게,아이는  시험에 대한 긴장이 심해진 모양이었다. 공하다 스트레스가 심해지면 기침도 걷잡을  없이 심해졌다.  안그래도 볼륨도 적은 폐에서 심한  쌕쌕거림이 계속 들리고 헐떡거렸다.

  

 " 할머니,저렇게 시험때문에 스트레스받으면 더 악화될 수도 있어요...이 시험, 다음번 기말고사로 대체할 수는 없을까요 ?"


" 그게 안된대요. 이 학교는 중간고사 못 치면 그냥 빵점이야. 손녀딸을  받아줄 수있는 고등 학교를 내가 다 돌아다녀봤거든 ?  근데 이 학교가 아주 명문이라 .  교장선생님이 열성이 대단한 분이구..  다른 학부모들은 여기 들어오려고  정를 다 알아가지고 있더라구 . 근데 나는 나이가 많아서,정보가 없어서  직접 모든 고등학교들을 다 돌아다녀서 알아냈어 .  그래도 나는 애가 힘들까봐 이번 시험은 안쳤으면 좋겠는데....이번에 아주 애가 죽는줄 알아서 심장이 튀어 나오는줄 알았다니깐요! 지금 정도만 되도 정말 살거같아요.  근데 스트레스받으면 숨쉬는걸 더 힘들어하니깐 걱정이지... (손녀 딸에게 ) **야, 시험 안치면 안되니? "


아이가 모로 누워서 문제집을 푸는 오그라진 손을 멈추지 않고는 대답했다.


 "할머니, 입 다물어"


그래서 우리는 합, 하고 입을 다물었다. 할머니는 입을 지퍼처럼 잠그는 시늉을 하시며 내게 눈을 찡긋,하셨다.

  아이의 시험을 위해, 학교 선생님이  병원에 오셔서 병동에서  감독을 하며 시험을 진행했다.

아이가 쌕쌕며 꼭 중간 고사를 보겠노라고 입원 병동의 컴퓨터 앞에 힘겹게 산소줄을 코에 끼고 앉아있을때  할머니는 <할머니 심장을  튀어나오게끔 하는 >  아이의 발작적인 기침과 시험과의 지리한 투쟁을 걱정스럽게  바라보시며 곁을 지키셨다.  


  첫 날엔,시험보다 호흡 곤란이 심해져 한 시간을 못넘기고 그만 두었다. 아이는 문과인지라, 이과계 시험 점수를 망치긴 했지만  그래도 커버할만 하단다.  다음 날의 시험은 기술 가정이었는데, 인문계라 꼭 필요하진않다. 그래도 시험 볼 꺼라고   고집을 피우던 아이는 숨이  차서  중단할수 밖에 없었다. 다시 병실로 돌아온 아이는 시무룩해졌지만 저녁부터 학원의  과외 선생님이 오셔서 시험대비 요점강의를 하자 열심히 들었다.

셋째 날의 언어영역은 꼭 필요한 과목이다. 아이에게  포기 할수 없는, 치뤄내야만 하는 싸움이었다.

아이는 다행히도 전날 밤에 조금 컨디션이 나아져서 ,   언어 영역 시험지를 무사히 제출했다. 


   터져나오는 기침때문에 계속 휴지로 연신 코와 입을 닦으며 누워서 옆만 바라보면서도 아이는 책을 붙들고 있었다.  

"공부보다 살아야지,내가 가슴이 터져 못살겠다!"


하며 하소연하시던 할머니도, 묵묵히 그아이의 곁에서 , 대신 해줄 수 없는  아이만의 싸움을 지켜보았다.

지켜봐주고 지지해주는 것이 할머님의 사랑이셨다.

아이에게 있는 특별한 빛, 아이의 그 빛은, 할머니도 밝혀주는지도 몰랐다.

혹은 할머니의 그 밝음이, 따스함이,아이의 불을 밝혀주는지도 모르고.


아이의 컨디션은 시험이 끝나면서 조금씩 나아져  느리긴  하지만 점점 기침의 횟수도 ,쌕쌕거림도 줄어들었다.


회진을 돌고 아이가 좋아졌음을 보고 드리려고  스마트폰을  들었는데, 이런 메시지가 뜬다.


'안전하게 보호하고 있습니

from v3 mobile plus 2.0. '


스마트폰 전용 백신에서 띄우는 일상적인 텍스트였다.

 그런데 이 말이 왠지 든든하게 느껴졌다. 


'댁의 아가는 저희가 안전하게 보호하고있습니다.'

 '귀하의 잃어버린 물품을 저희가 안전하게 보관하고있습니다'

 '귀하의 안전은 저희가 보장하겠습니다.'

 안전하게 보호받고있습니다....걱정하지말아요.여기는 안전합니다.당신은 안전하게 보호받고있습니다...


할머니가 사랑하는 것들을 잃었을 때,어떻게 삶을 유지하셨을까 ?  


그 때, 할머니는  생각하셨을지도 모르겠다.


안전하게 보호하고 있겠습니다.

이 아가를

이 나이든 개를

이 나이가 들어가는  남편을.


그런데 내가 보호한 이 연약한 존재들이, 내가 없으면 안되는 이 연약한 존재들이,

언제부터인가 내 삶을 지탱하는 것이 되다니 그건 참 이상하지요.

사랑하는 것들은   바람부는 순간에도 

끈없는 연처럼 혹은 뿌리없는 부표처럼 떠돌지않게하는

힘이되고 지구에 발붙이게 하는 중력이니까. 

삶은 누구에게도 녹록치않지만...

누군가가 우리를 돌보아왔고, 또 우리도 사랑하는 것들을 열심히 돌보며, 그렇게 살아가고 있으니까.

누구도 결코 혼자가 아니랍니다.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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