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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미애 Oct 27. 2017

잠시 멈췄다면,

다시 시작해야지. 

글 쓰는 것이 참 즐거웠던 나는. 8월~9월은 정말 밤낮으로 글만 쓰다가 잠도 제대로 못 자서 임파선 여기저기가 부어오르는 고통을 감내해야했다. 입시에 임박한 제자들의 자소서를 첨삭해주는 일은 그렇게 나의 즐거움을 송두리째 빼앗아갔다. 정말 제자들 수시원서 접수가 마감되고 나서는 한동안 글을 쓰고 싶지 않아서 펜조차 잡지 않았다. 참 사람 마음이 그렇다. 아무리 좋아하는 일이라도 지나치면 지치고, 지겹고,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 것은 참 어려운 선택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미 난 그런 선택을 해버렸으니, 어쩜 좋을까. 지칠 때는 잠시 멈추더라도 다시 시작하는 수밖에!


그래서 잠시 꺼두었던 스위치를 켜는 느낌으로 다시 글쓰기를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 한동안 글을 쓰지 않았더니 자꾸 무언가를 잃어버린 것 같은 느낌이 들고, 마음 한 편이 허전하고 쓸쓸했다. 글쓰기가 뭐 별거나 싶지만 나에게 글은 나를 이해하는 수단이었고 작가와 대화하는 통로였으며 나의 재능을 갈고 닦는 일종의 훈련이었다. 그런 글쓰기를 멈추었다는 것은 내가 나로서 존재하는 것은 거부하는 것과 다를 바 없었던 것 같다. '나는 쓴다. 그러므로 존재한다.' 대단한 것을 쓰는 것은 아니지만 쓸 수 있다는 것은 나를 증명하는 하나의 수단이라는 것은 확실한 것 같다. 그것이 비록 혼자만의 메아리라 할지라도. 그래서 다시 찾으려 한다. 글쓰기의 즐거움을. 


요즘은 필사도 즐기고 있다. 예전에 언젠가 필사를 즐기던 남자친구가 연애편지에 자신이 좋아하는 책의 여러 구절을 적어서 보내준 적이 있었는데, 그 때는 남의 글로 멋진 척한다는 생각에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진짜, 네 생각이 뭔데? 넌 뭘 말하고 싶은 건데?' 따져 물은 적도 있었다. 참, 생각해보면 과거의 나는 낭만과는 거리가 먼 직설화법을 선호했고, 주체적인 생각을 하면서 주인의식을 가지고 살아가야한다는 강박주의자였던 것 같다. 물론 지금도 그런 성향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 한 것 같다. 남들의 선택은 사회적 영향력에 의한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나의 선택은 온전히 스스로의 판단에 의한 것이라고 믿는 경향이 있으니깐. 나 역시, 보이지 않는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환경이나 상황 혹은 관계가 주는 영향으로 부터 흔들리고 싶지 않았다. 애초에 중심을 잘 잡고 있었다면 흔들리지 않았을 텐데. 


지금은 손으로 꾹꾹 눌러서 필사를 했던 그 마음을 이해한다. 좋은 글귀를 통해 자신이 받은 느낌을 나에게 전하고 싶었고, 나도 같은 느낌을 받는지 확인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렇게 서로가 좋은 것을 보고, 듣고, 읽으면서 나누는 게 연애고, 사랑의 감정을 키워가는 과정이니깐. 물론, 그 과정에서 서로의 다른 점도 다른 생각도 발견하게 되겠지만 그렇게 서로의 다른 점도 알아가는 게 연애의 즐거움일 것이다. 가끔은 '어느 별에서 왔니?'라고 묻고 싶을 정도로 다른 면을 발견하기도 하지만 아무리 사랑해도 같은 사람이 아닌 이상 함께 느끼고, 같은 생각을 하는 것은 제한적이라는 것을 알아가고 수용하는 것도 사랑을 나누는 과정이라는 것을. 이제는 알 것만 같다. 다른 점을 알아가는 것조차 기쁨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으니깐. 


비슷한 것 같지만 다른 모양, 다른 색깔, 알록달록 예쁜 것들. 그래서 더 소중한 것들. 글은 삶에 그런 아름답고, 빛나는 것들을 발견하게 해준다. 누군가의 글에서 혹은 자신의 글에서 주옥같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면 잠시 지쳤던 마음을 다 잡고, 다시 글쓰기를 시작하련다. 그리고 꿰어야한다. 찰나에 스쳐 지나가는 생각들을. 하나씩 꿰어내 보배 같은 문장을 만들어낼 수 있을 때, 다시금 나의 삶에 활력과 즐거움이 샘솟을 것이다. 그리고 좀 더 많은 사랑과 감사의 마음을 나누면서 살아가야지. 매 순간이 새롭고, 매 순간이 처음이고, 매 순간이 마지막이라는 것을 기꺼이 느끼면서 함께 지금 여기에 존재할 수 있음에 감사해야지. 그렇게 매일 쓰면서 즐겁고, 기쁘고,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래, 글쓰기의 즐거움을 잃어버렸다면 다시 써보자. 지금처럼! 즐겁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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