갖춰야 할 태도와 가져야 할 의지에 대하여
사실은 진실이 아니다. 진실은 믿음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믿으려고 하는 것만 보고, 듣고, 판단하기 때문에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는 수많은 진실이 존재하는지도 모른다. 비록 사실은 하나일지라도. 그래서 같은 하늘 아래, 같은 나라, 같은 사회를 살아가더라도 하나의 진실을 마주하는 것은 늘 어려운 일이다. 더군다나 사람은 완벽하지 않으므로 제한된 합리성을 바탕으로 편향된 사고를 할 수밖에 없다. 그것은 진실을 알면서도 모른 척하는 것도 가능하며 자신이 아는 것만이 진실이라고 믿는 것도 가능하게한다. 어쩌면 자신이 아는 것이 돈, 권력, 성공이라는 가치에 부합된다면 그것이 온전한 진실이라고 믿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런 가치에 부합되지 않는 진실이라면 모르는 척하는 것이 현실적인 것이라고, 현명한 것이라고 합리화하면서 어른이 되어버린 것은 아닐까. 그렇게 영화 '증인'은 사람다운 사람이 되기 위해 갖춰야 할 태도와 가져야 할 의지를 잃어버린 채 변해버리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결국, 진실은 자신만의 세계에 갇힌, 그래서 어떤 이해관계에 얽히거나 편향된 사고도 할 수 없는 한 소녀의 증언으로 밝혀진다. 하지만 그 진실을 밝히는 과정에서 사람다운 사람이 되고 싶어 하는 '좋은 사람'으로 여겨지는 등장인물들이 있었다. 나는 그 등장인물들의 '사람다움'에 주목했다. 그리고 그 '사람다움'은 '자기다움'과 맞닿아있다고 느껴졌다. 사람이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는 이유는 지능이 높고, 이성적 판단을 할 수 있어서가 아니라 '자기다움'을 잃지 않으려는 태도와 의지를 지닐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순수한 눈으로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라는 질문에 순호가 멈칫하는 이유는 '좋은'이라는 가치에 대한 '자기다움'을 고민했기 때문일 것이다. 돈, 출세, 성공이라는 가치가 '자기다움'의 가치보다 우선되지는 않았는지에 대한 자기검열이 필요했기 때문일 것이다.
아무리 신념이 대단한 사람이라도 상황과 현실은 언제나 녹록지 않다. 자신을 위한 이기적인 마음으로 출세나 성공을 위해서가 아니더라도 관계 안에서 존재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책임감 때문에 신념보다는 현실과 타협해야 하는 순간들을 직면한다. 그 안에서 자기 다운 '사람다움'을 지켜나가는 것은 누구에게나 어려움이다. 간혹 이기적이라는 혹은 책임감 없다는 비판을 듣기도 하며 현실적이지 못 하다는 사회에 부적응하는 사람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대형 로펌 변호사'를 포기하고 '사람다운 사람'이길 선택한 순호가 감당해야 하는 것들은 그런 비판이나 판단 이상으로 경제적인 어려움을 포함한다. 병든 아버지가 남겨주신 빚은 '사람다운 사람'이 된다고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태도와 의지를 응원하고 싶은 마음은 비단 옳음에 대한 판단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다움과 사람다움을 잃지 않는다면 행복해질 수 있다고 믿고 싶기 때문이리라.
생김새도, 생각도, 느낌도 모두 다른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사람이라는 공통분모에 자기다움을 구성하는 가치가 세워져야 하지 않을까. 모든 가치를 우선하는 절대 가치가 사회를 지배하고 우선순위가 된다면 그 가치를 세워가는 교육, 문화, 환경은 조성될 수 없다. 그런 절대 가치가 존재하지 않음을 알지만 은연중에 돈, 성공, 명예, 권력이라는 가치가 절대 가치일 것이라고 착각하는 이유는 그런 가치가 사회를 지배하는 현실을 마주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그런 가치가 좀 더 편하고 윤택하게 살아갈 수 있는 수단이 되어줄 수는 있지만 행복이라는 목적에 도달하도록 하는 유일한 수단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주인공 순호가 깨닫게 된 것처럼 그 깨달음의 순간이 모여서 자기다움의 가치를 지켜나갈 수 있고, 사람다운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는 태도와 의지를 가지게 한다는 것을 생각해본다. 오랜만에 좋은 영화, '증인'을 통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