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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미애 Feb 21. 2017

삶에 녹아든 향긋한 이야기

이병률의 [내 옆에 있는 사람] 

오늘 쌤이 소개해 줄 책은 이병률 작가의 [내 옆에 있는 사람]이라는 책이야. 2015년 여름에 구입한 책인데, 요즘 부쩍 생각나서 다시 읽은 책이야. 그냥, 메마른 가슴에 단비를 내려주는 주옥같은 문장들이 그리웠던 것 같아.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 이병률 작가의 다른 책들이 떠올랐어. 그는 여행을 하면서 글을 쓰는 에세이 작가로 유명했거든. 대표작으로는 [끌림],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등이 있지. 여행을 하면서 글을 쓰고, 사진을 찍고, 자신이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한 것들을 책으로 만드는 일, 참 매력적이지 않아? 처음, 그의 작품을 접했을 때는 쌤도 그런 생각뿐이었어. '아 좋다, 이런 풍경, 이런 느낌, 나도 여행을 통해 느끼고 싶다.' 그런데 여행을 떠날 수 없으니 책으로 대리 만족이라도 하자. 그런 생각으로 접한 책이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였지.


그런데 그의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그를 부러워했던 이유는 낯선 곳을 떠나서 멋진 풍경을 보고, 듣고, 생각할 수 있는 여유로움이 아니라 비울 수 있고, 내려놓을 수 있는, 남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혹은 사회가 주입한 그 어떤 것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스스로 자신의 것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려고 노력하는 삶의 태도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지. 


“내가 누구의 것인지 모를 때가 있습니다. 내가 누구의 것이 되어 이리도 어렵게 몸과 마음을 사용하면서 사는지 가끔은 그 주인이 궁금해질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급하게 날을 잡아 열차를 타고, 비행기를 타고 어딘가로 도착해 그곳에 뭔가를 묻어두고 다시 돌아옵니다. 묻어두는 것은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내가 한 번도 가져 본 적 없는, 내가 갖지 못한 것들입니다. 그것들을 묻고 묻어 작은 동산을 이루면 나는 그것들을 묻었다 하지 않고 가졌다 할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그의 글은 읽을수록 심오했어. 어느 구절에서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기도 했지. 온전히 자신을 이해하고, 두 손을 크게 벌려 삶을 가슴으로 껴안는 느낌이었거든. 그는 가지지 못한 것을 갈구하기보다는 가진 것에 만족하고, 그것의 의미를 찾아 감사해하며 비록 빛바랜 추억이 되어 지워야 하는 기억에 조차도 자신의 온기를 불어넣어 살아 숨 쉬는 소중한 것으로 만들 수 있는 마술사였지. 그것은 감정과 기억을 소중히 다룰 줄 아는 능력에서 비롯되었어. 그는 세상에 영원한 것이 불변하는 것도 없기에 어쩌면 항상 떠날 준비를, 항상 떠나보낼 준비를 해야 했는지도 몰라. 살아온 방식은 익숙하고 반복되었을 뿐, 정답이 아니고, 전부가 되어서도 안되니깐. 그의 글을 통해 나에게도 계속 새로운 삶이 다가오고 있고, 과거와는 다른 감정으로, 판단으로 삶을 살아내는 것도 가능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지. 


그래서 낯선 풍경과 사물을 이해하는 방식으로 주어진 것들을 자기 고유의 낯선 방식으로 바라보고, 이해하는 삶이 참 신선하게 다가왔어.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써 내려간 시 같은 산문들은 때로는 아름답고, 때로는 행복하고, 때로는 따뜻했지. 깊은 통찰과 삶의 내공이 그를 자유롭게 만들어주기에 충분했을 뿐 아니라 독자들에게도 그런 느낌을 전해주는 것 같아서 읽고 있는 내내 여행을 하는 기분이었어. 어쩌면 삶 자체가 여행이니깐.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숱한 시간 중 일부이고, 시간은 우리를 또 다른 곳으로 또 다른 사람들 곁으로 데려다주니깐. 현재의 삶은 인생이라는 긴 여정에서 잠시 한 곳에 머물러 만들어진 것이니깐. 우리 스스로를 여행자로 여겨도 괜찮지 않을까? 그리고 우리는 이 여행을 통해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될 거야. 좋은 사람, 불편한 사람, 안타까운 사람, 사랑하는 사람, 인상 깊은 사람, 고마운 사람.. 그런 사람들은 어쩌면 그 자체로 큰 의미이고, 추억이기도 해. 



[내 옆에 있는 사람]은 그렇게 삶에 녹아든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야. 비단, 여행을 통해 느끼고 생각한 것들에서 벗어나 자신의 마음과 생각에서 벗어나 자신에 삶에 녹아든 사람의 아름다움에 대해 이야기 하지. 


"누구에게나 아름다운 시간은 있습니다. 당신에게도 나에게도 새에게도 나무에게도. 모두에게 아름다운 시간은 있는 법입니다. 아무리 별 것 아닌 풍경이고 시간이라 해도 다시는 반복되지 않을 것이기에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시간입니다. 사람이 그래요. 다시는 만날 수 없을 것 같고 다시는 볼 수 없을 것 같아서 그것만으로 아름다운 사람. 나에게 그만큼인 사람이 바로 당신입니다. 물이 닿은 글씨처럼 번져버릴까, 혹은 인연이 아닐까 나는 목이 마르고 안절부절입니다. 부디 내 옆에 있는 사람이 되어주세요. 이 간절함으로 그대로 된다면 당신을 세상에 고소할 것이고, 나는 세상이 당신을 가둬놓은 아름다운 감옥으로 이사할 겁니다. 그러니 내가 밑줄 친 사람이 되어주세요. 어떤 일이 있더라도 감히 당신에게 그어놓은 그 밑줄을 길게 길게 이어갈 것입니다."  

- [내 옆에 있는 사람]


지나간 시간이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은 알고 있지. 그래서 우리는 시간을 금처럼 여겨야 한다고 해. 그런데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인연이, 다시는 회복할 수 없는 관계가 있다는 것은 왜 모를까. 어긋나거나 스쳐 지나가는 인연. 그렇게 놓쳐버리면 다시는 만날 수 없고, 되돌릴 수 없으니 붙잡고 싶은 그 애절한 마음으로 자신에 삶에 녹아든 사람들을 대한다면 그 삶은 얼마나 멋진 그림이 될까. 얼마나 향기로운 삶이 될까. 어쩌면 우리는 공부를 하고, 돈을 벌고, 성공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그 일념으로 내 옆에 있는 사람에게조차 관심도 감정도 표현할 수 없는 바보들이 되어버린 것은 아닐까. 그것뿐만 아니라 기계처럼 반복되는 일과를 수행하느라 자신의 시간이 선물해준 소중한 감정과 사색, 그리고 감각적으로 느낄 수 있는 수많은 찰나의 기쁨과 감동조차도 놓치면서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나는 사랑합니다. 계절을. 계절의 냄새들을. 내 옆에 있는 사람을" 우리가 그처럼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면, 시나브로 우리 곁에 다가온 봄처럼 새로운 꽃을 피울 준비를 할 수 있을지도. 내 옆에 있는 사람과 활짝 핀 꽃봉오리를  보고 기뻐할 수도. 향긋한 꽃 내음에 황홀할 수도. 그 열매로 더 나은 삶을 도약할 수도. 그래서 하루하루가 지금보다는 덜 외롭고, 덜 힘들고, 덜 두렵지 않을까? 너희가 내 옆에 있어서 좋고, 너희 옆에 있을 수 있어서 좋다. 그렇게  서로의 인생에서 의미 있는 존재가 되어버렸다는 것을 잊지 말자. 옆에 있다는 것. 참 좋다. 그렇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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