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크리스티나 Feb 16. 2021

평화를 염원하며, #stand_with_myanmar

남편의 친척 중 한 분이 미얀마에 계시기 때문에 2월 초부터 들려왔던 미얀마의 쿠데타 소식에 우리 가족은 걱정과 불안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다행히 그분이 건강히 잘 계신다는 소식에 한시름 놓았지만, 미얀마 군부 쿠데타에 항의하는 시민들이 거리에 나오기 시작하자, 갑자기 인터넷이 끊기고 군의 강경대응으로 시위대가 다치는 등 사태는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 걱정은 커져만 간다.




미얀마의 민주주의를 수호하려는 시민들과 무기로 무장한 군부의 일촉즉발의 대치 현황을 보며,  나는 우리의 역사를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 된다. 80년대 생인 나는 어린 탓에 그 시절 민주화 운동을 두 눈으로 직접 보거나 경험해 보진 못했다. 다만, 어릴 적 매캐한 냄새와 함께 희뿌연 연기가 곳곳을 물들이던 장면의 조각들이 맥락 없이 가끔 기억날 때가 있다. 나이가 차서 학교에서 역사를 배우며, 그것이 민주화 운동의 산물이었음을 배워서 아는 정도다.


그 시절을 직접 피부로 느껴보진 못했지만, 함께 견뎌낸 나는 군부와 쿠데타라는 두 단어가 합해지면 공포감이 먼저 서린다. 박정희, 전두환으로 이어졌던 군부독재정권은 반공과 경제발전이라는 그럴싸한 명분을 내세워 힘없는 개인의 권리를 침해했고, 민주화를 위해 앞장섰던 학생, 지식인 등을 탄압했다. 우리는 고문과 죽음의 공포 속에서도 끊임없는 투쟁을 이어나갔던 그 시대 사람들의 희생 덕에 민주화를 이룰 수 있었다.


그 민주화 운동의 결과는 활짝 핀 꽃처럼 아름다웠다. 우리에게 촛불집회라는 절제된 분노를 통해 시민의 힘으로 정권 교체를 이루어낼 수 있는 성숙된 시민의식을 유산으로 남겨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과정은 뼈를 깎는 고통의 연속이었음을 우리는 잘 안다.  


군대는 나라를 지키고 국가와 국민에 충성해야 한다. 국가의 안보를 책임져야 할 군대가 나라를 지키라며 국민이 쥐어 준 총과 칼로 그들을 위협한다면, 우리의 역사 속 그 암흑의 시대처럼 캄캄한 미래만 있을 뿐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의 군부는 문민통제하에 정치권과 분리되어 있어야 한다. 국가 운영에 군의 개입이 배제되는 것은 우리가 지키려는 민주주의의 중요한 원칙 중 하나이다.


미얀마는 2011년 이후 아웅산 수치가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과 60년대 쿠데타로 집권 한 뒤 미얀마에 모든 분야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군부의 이중권력 체제로 운영되어 왔다. 헌법에 따라 군부도 25%의 의석을 할당받아 내무, 국방, 국경 경비 등 치안과 안보 관련 부처들을 관할했던 것이다.


미얀마 군부는 지난해 11월에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주의민족동맹이 압승하자, 총선 부정을 지속적으로 주장해 왔고 의회가 개회하는 날 결국 비상사태 선포를 했다. 그리고 아웅산 수치와 미얀마 대통령, 집권 민주주의민족동맹 고위 인사들을 새벽에 구금했다.




지금 미얀마 시민들은 군부의 쿠데타에 저항하며 거리로 나오고 있다.  그리고 미얀마 군부의 폭력진압은 점점 거세지며 피를 흘리는 시민들 또한 늘고 있다. 이 시점에 국제 사회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 민주화를 이루어낸 우리는 그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번 설 연휴에 길거리가 한산한 가운데 피켓을 들고 서 있던 미얀마 청년들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한국에 공부를 하러 왔거나 일을 하러 왔을 그들은 먼 이국땅에서 고국의 평화를 위해 그들 나름의 시위를 이어나가고 있었다.


군에 의해 자유를 억압당했던 적이 있던 우리는 지금 미얀마 국민들이 겪고 있는 고통을 누구보다 잘 이해할 수 있다. 힘겹게 싸우고 있는 그들에게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건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주는 것이다. 밝은 미래를 그들 스스로 그려나갈 수 있게 나 또한 글로써 작은 힘을 보태본다. 미얀마의 평화를 염원하며, #STAND_WITH_MYANMAR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