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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영은 Oct 10. 2024

사연 없는 짐은 없다

포항, 제주까지 6박 7일

1. 책가방 3개+실내화주머니 1개+보조가방 1개


가방과 실내화주머니를 든  아이를 학교 앞에서 태워 전철역 앞으로 갔다. 퇴근 후 바로 차에 타고 포항을 가기 위해서다. 패드 등이 등 가방을 차에 실었고, 이미 앞 좌석엔 내 노트북과 패드 등이 든 가방 하나와 보조 가방 하나가 있었다. 5개의 가방을 차에 더 싣고 고속도로로 향했다.


2. 여행가방 28인치+20인치+보냉가방 2+킥보드+그 외의 장본 것들


차 트렁크는 이미 가득 찼다. 아이 물건만 따로 담은 20인치 가방, 28인치엔 태풍 영향권이지만 이곳보다 남쪽이라 더울 수 있는 포항 제주를 고려한 여름옷부터 가을 옷까지 담았다. 여행에서 마실 와인 3병과 위스키 1병, 읽을 책, 미술도구, 우산, 세면도구, 일주일 냉장고를 있을 수 없는 식재료까지 알뜰히 가져간다. 부모님 드고 드릴 대량의 빵 우유 등까지. 저녁으로 먹을 핫도그, 떡볶이는 뒷좌석 팔걸이에 두고도 각자의 자리 음료 하나씩도 배치했다.


3. 책가방, 20인치 여행가방, 실내화주머니, 식자재 두 박스는 집으로


포항 날씨는 더 쌀쌀해 반소매티는 입지 못했다. 나는 퇴근 후 입고 간 긴 후드 그대로 3일을 살았다. 아이는 가자마자 긴 잠옷으로 갈아입고 편히 지냈다. 남편이 제주 여행에 필요 없는 짐 여럿과 엄마가 챙겨준 음식을 잔뜩 챙겨 갔다. 자신의 가족들과 제주 여행을 같이 시작하고자. 제주에서는 배낭 가방 하나에 수면 무호흡증 기계 하나 챙겨 오기로 했다. 남은 건 28인치 여행가방, 노트북 가방, (사실 캠코더 삼각대도 있다), 킥보드, (할머니가 만들어주고 할아버지가 문구를 사준 보조가방이 하나 더 추가됐다), 내 보조가방. 이걸 다 가지고 제주를 가야 했다.

여행 필수 킥보드

4. 28인치 여행가방, 노트북가방, 킥보드, 아이보보가방, 내 보조가방, 남편 배낭에 하나 더.


제주에 만난 우리의 가방이었다. 노트북 가방 안에 노트북, 패드 2개, 캠코더, 보조배터리 다수, 외장 하드까지... 검색대를 다시 통과했다. 너무 여러 개라 겹쳐 보인다고. 렌터카에 실었더니 또 가득하다. 이걸 아이다 좋다는 다락방에 올리느라 발을 여러 번 찧였다.


5. +책 두권, 원두 1kg, 오메기떡


취향이 맞는 책방을 들렀는데 책을 안 살 수 없다. (남편꺼 내꺼 두 권)맛있는 커피숍을 알게 되었는데 원두로 내내 갈아 마셔야 하니 원두 구매. 사무실에 돌린단다. 오메기떡. 그리고 내 보조가방엔 녹차크림떡과 각종 주전부리가 어지럽게 들어있었다. 못 다 넣을 맥주와 귤은 곽지해수욕장에 앉아 먹고 마셨다. 저녁은 먹을 수 없었다. 물론 가져온 와인 3병은 곳곳에서 회와 고기와 함께 마셨고, 위스키는 포항에 드렸다. 나누고 먹었지만, 긴 옷 두세 개 외 큰 변동 없었던 건 옷이었다. 세탁기마저 있었기도.

할버니가 수 놓은 가방에 할아버지가 사준 문구를 넣었다

6. 비닐봉지 옷, 남은 식재료


대가족 여행을 끝내고 남편 나 아이 셋만 자연휴양림에 갈 땐 아예 28인치 가방을 안 챙겼다. 비닐봉지에 잠옷 세면도구만 넣었다. 아니다. 미술도구가방, 책 2권(아이 책 안 챙겼다 잠자리에서 성화였다), 라면과 햇반 커피 맥주 막걸리 김치 고기... 또 많다. 또 추가된 짐이 있다. 어머니가 가져오신 김치 2kg, 쌈장 등. 그걸 왜 굳이 제주에서 챙길 욕심을 냈던가. 연로하신 엄마를 보며 엄마의 손맛이 이미 그리워 남편은 엄마의 김치를 소중히 챙겼다. 보냉가방하나 추가요.

챙긴 식재료로 준비한 아침 김치, 멸치볶음, 누룽지
결국 두 캔은 공항에 두고왔다.

7. 이 모든 걸 가지고집으로 돌아오는 길

30kg가 된 28인치 가방, 킥보드 외 등등 등등. 한 달 살기 하러 태국 갈 땐 여행 가방의 반은 비우고 가야지. 옷은 세탁해 입는다 생각하고 챙겨야지. 다짐한다.


과연 가능할까.

사연 없는 짐은 없으니까.


집이 젤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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