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가서 먹은 음식 중 가장 맛있었던 건 첫날 숙소에 포장해 와서 먹은 팟타이와 솜땀이다. 실제 제일은 아닐 수 있지만 여행을 시작하는 설렘이 더해 매번 맛있었다.
제일 맛이 없었던 건 마지막 날 백화점에서 먹은 식사다. 아무리 에어컨이 나오고 간이 잘 되어 있고 로컬 식당보다 가격아 나가도 입맛은 이미 한국 음식을 찾았다.
여행 다음 날 국회에서 간담회를 마치고 구내식당에 앉았다. 바깥으로 배롱나무와 초록이 보이고 앞에는 한식이 차려졌다. 촉촉한 쌀밥, 시원한 오이냉국, 고소항 어묵튀김, 매콤한 닭볶음탕, 콩나물무침과 깍두기까지. 5,500원에 먹을 수 있다니, 어떤 여행지보다 싸고 맛있다. 평소와 달리 사진까지
찍었다.
치앙마이는 커피가 유명했다. 아이랑 함께 커피숍에 여유를 즐기러 나가긴 힘들어(숙소 수영장과 비교가 안 된다) 원두 사러 커피 도매상에 갈 때 잠시 쉬며 주문해 마셨다. 시원한 에어컨 아래에서 숨 돌리며 맛있다! 했던 커피, 그 원두를 아직 여행가방에서 꺼내지도 않았다.
거기선 맛은 있었을지라도 익숙하고 만족스러운 건 식후에 근처 커피숍에서 지인들과 이야기하며 마시는 커피였다.
오늘따라 기념품처럼 찍힌 컵.
집에 오자마자 계란 세 개를 깨 프라이를 했다. 밥통에 어제한 밥을 푸고, 어제 먹다 남은 김치찌개를 뜨고 김을 아낌없이 뜯었다. 더 먹어도 된다. 몇 개
없는 반찬에도 맛있게 아이랑 밥을 먹었다.
후식으로 과자를 뜯는다. 과자도 입맛에 맞는 우리나라 과자를 선호하다 보니 기념으로 사 온 과자는
뒷전이다.
만족스럽다. 여행 잘 다녀왔네, 현실이 좋아진 걸 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