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동아리 친구들을 오늘 갑자기 다시 만났다. 장례식장에서. 영정사진 속 선배는 오랜만인데도 젊었고, 나랑 나이가 같은 상주 역시 젊었다. 끌어안을 수밖에 없었다.
"식사하며 오빠랑 얘기 나눠 “ 예쁘게도 얘기했다. 늘 반달로 웃는 인상인 그녀가 또 반달의 눈을 하고선 말했다. 마스크로 가린 입으론 얼마나 울음을 참고 있을까. 더더 슬펐다.
다과와 식사 앞에서 다들 오빠랑 신촌과 홍대와 동아리방에서 술을 마신 기억을 떠올렸다. 지금은 사라진 기찻길에서, 기찻길옆고깃집에서, 홍대 호프집에서, 한강에서, 무엇보다 학교 앞에서 참으로 부지런히 자주 신나게 술을 마셨다. 비를 맞으며 신촌역을 나와 술집을 가던 기억이 왜 이제야 나는지, 영화 조연으로도 같이 출연도 하고...
다들 오빠가 빠진, 장례식장이 아니라 신촌 호프집이라면 자연스러울 텐데. 오빠가 이 자리 저 자리 다닐 것만 같은데, 오늘따라 얌전히 사진 속에 있었다.
궁금하지만 매사 심각할 것 없다는 듯 “요즘 뭐 하고 지내냐?” 오빠가 물은 듯이 다들 오랜만이니 안부를 얘기한다.
누나가 누굴 가르친다고? (학교 다닐 때
임용고시 준비해서 중학교 교사된 지 언젠대) 아들이 185cm에 100kg 라 무서워. (얘가 아들 둘 아빠라니!) 나 요즘 화 많이 내(네가 부장이라고? 신입 아니고?! 진짜 화낸 거 맞아?) 회사 앞에 선전전 온 영은이 아는 척하면 안 된대~ 왜?! (반올림? 들어봤는데?! 너 뭐 거리에서 뭐 해? 맨날 소파에 힘없이 누워있고 심심하다 한 네가?!)
컨테이너 동아리방 같네. 오랜만에 이리 우리를 부르다니. 너무 황당하게 슬프네.
세상의 중심. 세중오빠의 명복을 빕니다. 내가 몰랐던 투병의 시기 덜 아팠길, 가는 길 덜 아쉬웠길. 부질없는 뒤늦은 바람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