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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작나무 May 31. 2023

마음의 분갈이 방법

꽃을 사다 꽃병에 꽂으면 길어야 일주일.

금방 시드는 게 아쉬워서 좀 더 오래 볼 수 있는 식물에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근데 화초도 금방 시들해지는 게 아닌가. 원인을 찾기 위해 공부를 하다 보니 화초가 잘 자라려면 무엇보다 흙이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다.


내가 아무리 잎에 분무해 주고

애지중지 잎도 닦아주고,

빛을 잘 쬐어주고

적당량의 물을 줘봤자,

뿌리내린 땅이 죽었다면 화초도 곧 죽은 목숨이란 걸.


영양분도 없고 안 좋은 흙은 통풍이랑 배수가 안되어 화초의 뿌리를 물러 죽게 한다. 이걸 전문용어로 '과습'이라고 한다.


안타까운 건 뿌리는 가지나 잎처럼 눈에 보이지 않아 죽어가는 걸 미리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잎이 서서히 마르거나 색이 이상해져서 손쓰려고 할 땐 대부분 뿌리가 이미 물러서 죽음의 길에 들어섰기에 돌이키기 어렵다.



내가 뿌리내리고 있는 곳은 어떠한가.

이파리는 안녕한가.


어딘가 푸석해졌거나 삐걱거리는 곳이 있다면, 이미 늦었을지도 모른다. 애석하게도 뿌리처럼 우리의 마음 또한 무르더라도 눈에 보이지 않아 미리 눈치채기가 어려우니까.


화초는 분갈이라는 것을 할 수 있다.

아직 살아남은 뿌리가 좀 있다면, 화분 안에 오래된 흙을 모두 털어버리고 새로운 화분과 흙에 옮겨 보는 거다. 제때 하면 좋았을 걸 후회하면서 최후의 방법을 써보는 것.

물론 그대로 죽을 수도 있지만...^^;;


뿌리는 매우 예민하고 연약하니 흙밖으로 노출됐을 때 다치지 않게 조심히 다뤄야 한다. 이때 주의할 것은 흙을 재사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


물론 마음의 분갈이를 할 때도 재사용은 불가. 오래된 흙에서 바이러스나 해충이 옮겨 붙을 수도 있으니. 오직 새 흙으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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