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되는 길은 정말 어렵다. 최대한 상냥한 톤을 유지하는 것, 무조건 "안돼"라고 하지 않는 것, 만 2세가 되기 전까지 타요를 보여주지 않는 것, 이 조건들을 지키는 것에서 나는 실패했다. 매일 실패한다.
일단 사람이 상냥하려면 몸이 피곤하거나 배고프지 않아야 하는데 아기와 있다보면 숙면을 취하기 어렵고 밥 때를 놓치기 십상이다. 아기를 재우느라 씨름하고, 하루종일 아기를 들었다 안았다를 반복하다보면 체력이 금방 소진된다.
그렇게 예민해진 내 날카로운 목소리가 아기에게 그대로 전달된다. 그럼 아기는 엄마의 감정을 눈치채고 더 보챈다. 이렇게 하루의 악순환이 되풀이 된다.
아기는 부모가 말하는대로 자라지 않고 보는대로 자란다. 나는 요즘 이 말에 통감한다. 우리 아기가 제일 좋아하는 건 스마트폰과 티비 리모컨이다. 아무리 안된다고 뺏어도 아기의 관심사는 스마트폰이다. 손가락으로 폰을 까딱까딱 터치한다든지, 귀로 가져다 댄다든지 하는 행동을 보인다. 이제 겨우 11개월인데 희한하게 엄마 아빠의 행동을 따라한다.
한 아이를 제대로 키우기 위해 옳고 그름을 알려주는 자녀교육도 중요하지만 내가 먼저 제대로 서야한다는 게 실감된다. 한편으론 무섭기도 하고 똑바로 살아야겠다고 반성이 된다.
그래서 요즘은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에서 이웃들에게 인사하는 연습부터 하고 있다. 상대가 인사를 받아주지 않고 쌩까도 꿋꿋하게 고개 숙여 인사를 건넨다. 이런 각박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아이가 커야한다니 나라도 열심히 인사를 하자. 아무리 인사를 하라고 잔소리를 해도 내가 먼저 인사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면 우리 아이가 인사성 밝은 아기가 되긴 어려울 것 같아서.
아기를 낳으면 티비를 없애겠다는 우리 부부의 다짐은 여전히 지켜지지 못했고 책 대신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있다. 우리가 원하는 모습으로 가려면 갈 길이 멀다.
타요를 보여주는 대신 책을 읽어주고 쇼파에 눌러 붙은 모습대신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그럼 좋은 부모일까? 좋은 부모란 어떤 것일까? 우리는 과연 좋은 부모가 될 수 있을까?오늘도 부모의 길을 고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