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일해야 하는가?
작은 바람에도 흔들리는 워킹맘
별로 고민해본 적이 없었다.
내가 일해야 하는 이유.
지금은 아이가 울 때마다 아플 때마다, 카드 돌려 막기도 아니고 아이를 여기저기 맡겨야 할 때마다, 내가 일하는 이유에 대해 끊임없이 묻고 대답한다.
얼마 전 어린이집 CCTV 열람을 하고 나니 피가 거꾸로 쏟고 감정이 극에 달했다. 열악한 현실이 원망스럽기도 하고, 이러한 현실에 노출된 아이에게 미안하고, 나는 왜 이렇게까지 일을 하고 싶은 것인가 정말 혼란스러웠다.
내가 임신하고 출산하고 육아와 일을 병행하며 허덕이는 동안, 딩크를 선언한 친구들은 커리어를 쭉쭉 이어나가고 있었다. 석사 동기들은 어느덧 박사를 마치고 교수나 강사 타이틀을 달고 대학 강단에 섰다. 그들은 공교롭게도 미혼이거나 비혼이거나 출산 전이었다.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이 있으며, 각자 처한 상황 속에서 자기의 삶을 일구어 나가야 한다는 철학을 갖고 있는 내가 굳이 언급할 필요 없는 남의 집 얘기를 끄집어내는 것은 아마 내가 옆동네에 부는 작은 바람에도 흔들리는 심리상태라는 반증이겠지.
고민할 필요 없던 복잡한 문제들을 껴안고 사는 것이 때론 좀 서럽고 고달프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그저 풍요롭고 안정적인 환경보다 거친 풍파에 흔들리며 유연함을 배웠던 것처럼, 오늘의 고민과 생각이 더 단단해진 나를 만들어주기를 기대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