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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뜻한 불꽃 소예 Aug 13. 2024

쓸데없는 나라걱정

지방인으로서 보는 지방 소멸과 삶의 질

한국의 러스트 벨트에 살고 있는 나는 요즘 지방소멸의 위기를 조금씩 느끼고 있다. 일단, 내가 시골에 살고 있어서 더 그런지도 모르지만, 우리 아이가 다니고 있는 초등학교의 규모가 너무 작다. 우리 아이의 경우 1반밖에 없고 그것도 정원이 18명이다. 위로 갈수록 그 수가 적어지고, 아래로도 그 수가 늘어나지 않아, 부설 유치원에서는 원생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들었다. 그리고 우리 집 앞에 있던 유치원도 몇 년째 문을 닫고 이제는 집기마저 들어내고 있다. 이런 추세는 우리 지역 내의 거의 모든 유치원, 초등학교에 퍼져나가고 있다고 한다. 일부 신도시지역만 빼고는 말이다. 사실 이마저도 그 증가추세가 계속될지는 장담할 수 없다고 한다.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도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 지금 생산하고 있는 아이템이 잘못되면 공장이 문을 닫을 수도 있다. 그리고 업황이 좋다던 조선, 자동차도 원청-즉, 대기업 말고는 기타 하청업체들은 그 미래를 장담할 수 없고 자동화와 정년연장으로 일자리는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다. 그래서인지, 지역의 많은 젊은이들은 이 도시를 떠나 서울과 경기도로 이동하고 있다. 나만해도, 연락 오는 이직 오퍼기업은 다 경기도 아니면 서울이다. 결국엔, 내가 이 회사를 그만두게 된다면 엄청 운이 따라준다면 나는 서울이나 경기도로 돈 벌러 가야 한다. 그것도 운이 아주 좋다면 말이다.


그곳으로 간다 한들 내 삶이 편할 수 있을까? 수도권으로 간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들의 삶의 질은 너무너무 팍팍하다. 북새통 같은 지옥철에서 매일 찌린내 나는 사람들과 자리싸움을 해야 하고, 이 마저도 지하철이 다녀야 가능한다고 한다. 아니면, 버스를 타고 2시간 이상을 출퇴근에 시간을 다 써야 한다고 한다. 물론 자본력이 좋으면 그 회사 근처에 아파트를 구매할 수도 있겠지만, 서울, 수도권 집값이 그리 만만한 게 아니다. 그리고 모든 자원을 다 털어, 집을 산다고 해도 대출을 내야 하고, 대출이자를 내고 지역보다 높은 생활비를 충당하다 보면 통장에는 마이나스만 늘어난다고 나에게 하소연을 했다. 물론, 문화, 의료, 교육 혜택은 수도권이 더 좋긴 하다. 하지만, 지옥철에서 멘털이 털린 내 친구는 문화생활을 하러 나갈 체력이 그리고, 어딜 가도 사람이 너무 많아서 생각하는 것보다 문화생활을 잘하지 못한다고는 한다. 병원과 교육은.... 할 말이 없다.


지방인으로서 감히 말하자면, 모든 사람이 지방에서의 이 여유로운, 덜 북적되고 나름 풍족한 삶을 포기하고, 서울과 수도권으로 가고 싶은 건 아니다. 물론 그곳엔 더 큰 기회와 부가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내가 살고 있는 이 지방이 미국으로 말하자면 택사스 같은 곳이 되면 좋겠다. 엄청난 기회와 사람들이 넘쳐나는 뉴욕이나, 샌프란시스코는 아닐지라도, 그래도 그래도 편안히 밥벌이하고, 사람들이 편안히 삶의 질을 누리며 살 수 있는 그런 지역 말이다. 쇠퇴한 디트로이트보단 말이다. 그런데 요샌 디트로이트도 조금씩 부활하고 있다고 한단다, 어쩌면 다 돌고 돌지도 모른다. 아님 이건 나의 희망회로일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무튼, 나는 이런 지방소멸 이슈가 참 불편하다. 내가 가장이기에 더 그런 위기의식을 가지는 지도 모르지만, 우리 아이 대학졸업할 때까지만이라도 여기 붙어있고 싶다. 물론 연봉도 지랄 같고, 사람들도 지랄 같고, 문화적, 시민교양적 수준도 떨어지는 이 봉건적 개저씨들을 볼 때면 하~하고 회사를 때려치우고 싶지만, 그래도 회사가 지속되어 준다면 그리고 나를 써준다면 여기에 머물고 싶다는 생각이 크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이 미국의 러스트 벨트처럼 낙후되고 도태되어 버린다면, 어쩌리 짐 싸서 나도 올라가야겠지 운이 받쳐준다면 말이다.


무튼, 서울, 수도권 집중이 가속화되는 한 그 지역의 집값은 계속해서 고공행진을 할 수밖에 없고, 그건 결국엔 지금의 0.78% 출산율도 장담하지 못하는 미래가 펼쳐질 것이라고 많은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돈을 아무리 뿌린다고 해도, 지금 이 문제(지방소멸)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과연 출산율이 반등할 수 있을까? 집값이 10억인데, 1억 준다고 해서 아이를 나을까? 20대들이 과연? 직장도 없는데... 글쎄... 어쩌면 인류가 경험해보지 못한 헬지옥의 게이트를 우리나라가 첫 바 따로 경험하게 될지도 모른다. 지방 소멸을 피해 수도권에 간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이미 몰락해 버린 지역에서 어느 전쟁 난민들처럼 너무 많은 사람들이 물밀듯이 수도권으로 몰려든다면 그 지역의 SOC는 수용가능한 범위를 넘어서게 되어 결국엔 전체가 무너지게 될 수 도 있다. 하지만, 최근 정부에서 발표한 정책들을 살펴보면 그냥 될 놈만 살린다 뭐 이런 느낌이다. 나머지는 다 죽어라. 그래도 유행은 돌고 도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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