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따뜻한 불꽃 소예 Nov 27. 2024

원망을 지우는 연습

제행무상

퇴근 후 남편과 잠시 이야기를 하다가 말 끝에 '그래 앞으론 물건 집어던지고 나한테 함부로 했던 거 반성해'라고 말했다. 그러자 남편은 또 반격을 한다. 나도 정말 할 말은 많았지만 여기에서 참았다. 그냥 '그래 너를 이해해, 내가 당신을 참 많이 원망했구나라는 반성이 들었어, 최근에. 미안해'라고 답해줬다. 그랬더니, 그는 자기가 잘못했다고 말했다. 상황이 우리 모두를 힘들게 했었노라 하면서 말이다.


원망: 못마땅하게 여기어 탓하거나 불평을 품고 미워함.


나는 이 감정을 오랫동안 붙들고 살고 있다. 아마 연애할 때부터 결혼 생활 내내 이 감정을 가지고 남편을 바라봤을지도 모른다. 남편의 그다지 행복하지 않았던 그리고 힘들었던 유년시절 그리고 너무 오랜 세월 동안 암과 함께 살아온 그의 젊은 날들... 측은한 마음이 들 법도 하다. 하지만 그런 불행했던 그를 만나 연애하고 결혼한 나 역시, 남편을 바라볼 때 측은함과 원망의 양가적 감정을 가지며 살아왔던 거 같다. 어쩌면 원망의 마음과 손해 본 느낌이 더욱더 많았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그래 내가 참으로 원망을 많이 했구나라는 자각을 최근에 했다. 


제행무상

제행무상은 모든 것이 허깨비요 물거품과 같은 줄 깨닫는 것이다. 그 어떤 것도 머물러 있지 않고 변화한다는 뜻이라고 한다. 


사실 내가 오랜 세월 붙잡고 있었던 그 원망에는 실체가 없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원망을 자초한 그 과거 기억조차 파편이요, 결코 완벽한 선후관계가 아닐지도 모른다. 한마디로 내 기억조차 왜곡되었을 것이란 말이다. 그럼에도 그 실체도 정확하지도 않은 과거의 허상을 붙들고 남편을 원망해 온 나를 반성한다. 그 어리석음을 반성하기로 했다. 


남편과 나의 인연의 기간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는 알 수가 없다. 분명한 것은 끝이 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나는 그 허깨비와 같은 원망의 감정을 이제는 내려놓고 새로이 그와의 관계를 만들어 나가려 하고 있다. 


너무 오랫동안 당신을 미워하고 원망해서 미안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