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겨울을 건너는 방법
흰 눈이 내렸으면 좋겠다.
하얀 눈이 내려 세상의 소음과 내 안의 두려움과 혼란을 모두 덮어버렸으면 좋겠다.
소복이 쌓인 눈길 위를 걷다 보면 발자국마다 고요가 새겨지고,
잠시나마 어린아이처럼 웃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다 보면 지금의 두려움도 사라질까.
요즘 [설국]을 읽고 있다.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눈이 내리는 풍경을 자주 보지 못했지만, 나는 언제나 그런 순간을 상상한다.
모든 것을 하얗게 뒤덮는, 고요하고 성스러운 장면.
그 이미지는 내 마음에 조용한 위로를 건넨다.
어른이 된다는 건 피할 수 없는 삶의 무게를 받아들이는 일이라는 것을 안다.
그래서 나는 잠시 도망치듯 책 속의 눈길을 걷다가, 다시 생활인으로 돌아온다.
흰 눈이 가득한 벌판을 고요히 걸어보고 싶다.
따뜻한 온천물속에서 수증기와 눈보라가 뒤섞여 이승인지 저승인지 모호해지는 그 경계에서 조용히 몸의 긴장을 풀어보고 싶다. 그러다 보면 지금의 이 무게도 어느새 녹아 투명한 물이 되어 어딘가로 스며갈 것만 같다.
그런 환상이 오늘의 나를 묵묵히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