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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트 Aug 25. 2020

선물처럼 다가온 음악의 순간들 (1)



1. MUSE - Knights of Cydonia

2011년, 나는 노량진 재수학원에서 스무살 아닌 스무살을 보내고 있었다. MUSE를 알게 된 것은 고등학생 때였지만, 유명한 노래 몇 곡을 알고 있었을 뿐이었다. 어느 날 학원 친구가 MUSE의 웸블리 스타디움 공연 영상인 HARRP를 보라고 추천을 해줬고, 그날부터 나는 그 영상을 PMP에 넣어 시간이 날 때마다 보곤 했다. 그중 오프닝곡인 Knights of Cydonia는 수십 번도 넘게 들은 것은 물론 멤버들이 등장하는 장면이, 곡의 구성이, 떼창 하는 관객들이, 2분이 넘는 전주구간이, 이 모든 것의 조화가 너무 멋있어서 친한 친구들에게도 거의 억지로(?) 영상을 보게 했더랬다. 마치 신실하게 믿고 있는 종교의 교주가 등장한 듯 열광하는 관객들의 모습은, 작은 학원 교실이 아닌 젊음의 거리(?)로 나가 즐기고 싶었던 스무살 나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했다. 


한창 다크했던 나의 일상에 이 노래는 작은 구원이자 도피처였을 것이다.  웸블리 공연에 대한 환상도, 대학에 가면 MUSE의 공연에 반드시 갈 것이라는 막연한 계획도 이때 생겼다. 그리고 2015년 9월, 마치 24살의 생일선물처럼 뮤즈가 내한을 했다! MUSE 팬카페에 가입해 예상 셋리스트를 구경하기도 하고 웃돈을 조금 주고 최대한 무대와 가까운 스탠딩석 표까지 구했다. 남성 팬 비율이 그토록 압도적이었던 콘서트는 처음이었고, 지금까지도 본적이 없다. HARRP 영상을 하도 많이 본덕에 제법 많은 곡들의 가사를 외우고 있던 나는 정말 최선을 다해서 공연을 즐겼고, MUSE에 대한 작은 집착(?)은 이날로 모두 해소가 되었다고 한다.


2. Glee cast - Don't stop believin' (Regionals Version)

2014년, 멋진 모험을 꿈꾸며 아무런 연고도 없는 미국 시카고로 나는 떠났다. 부모님도 교수님도 걱정들이 많으셨지만, 다닐 아카데미부터 머물게 될 숙소까지 직접 찾아다니는 적극적인 나를 위해 아낌없는 조언과 지원을 해주셨다. 미국 생활 후 유럽여행을 가고 싶었던 나는 여행자금만큼은 스스로 모아보고자 다운타운의 작은 카페에서 알바도 시작했다. 미국 생활에 어느 정도 적응을 하고나니 나의 일상은 영어수업, 알바, 친구들과의 파티가 전부였고, 야심 찼던 처음 마음가짐과는 달리 슬금슬금 걱정이 생기기 시작했다. 미국에 와서까지 해보고자 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이렇게 1년이 금방 지나가버리면 어떡하지? 생각이 깊어질수록 부모님과 친구들에게 호언장담했던 나의 계획이 허풍으로 느껴졌고, 한국과 크게 다를 것 없는 일상에 대한 회의감도 생겼다. 


그런 나에게 마음의 안정(?)을 준 노래가 바로 Don't stop believin이다. Glee cast가 풍성한 화음을 넣으며 부르는 이 희망찬 노래가, 매일 이른아침 알바에 가는 버스에서 끊임없이 자아성찰을 거듭하는 나에게 잘하고 있다고 주는 메시지 같았다. 특히 후반부 엠버 라일리의 시원한 고음 파트는 (Regionals version에만 나온다!) 내게 그 어떤 위로보다 강력하고 확실한 것이었다. 나는 몇 주동안이나 이 노래를 '출근송'삼아 출근길 버스에서 반복해 들었다. 요즘은 재생목록 셔플 재생을 하다가 이 노래가 나오면 너무 대놓고 희망찬 곡의 분위기가 사뭇 유치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재생목록에서 이 노래를 삭제할 수 없는 이유는, 지금도 이 노래를 듣노라면 23살의 어린 내가 했던 그날의 고민, 내일에 대한 걱정, 미래에 대한 불안함이 모두 떠오르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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