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재똥철학

어떤 숫자 좋아하세요?

(special thanks to pals)

by Pal

"전 8요."




부산에 새로운 글쓰기 모임이 생겼습니다. 이름은 9글입니다. 매달 9일, 19일, 29일에 글을 쓰고 공유하고, 가끔은 오프라인으로도 만나는 모임인데요.(덕분에 2월엔 2번만 써도 됩니다)

몇 명의 친구들에게 이 소식을 알렸더니, 왜 8글 아니냐고 물어봅니다. 숫자 8을 유~난이 좋아하는 제가 '9'글이라는 모임에 나가는 걸 놀리는 거죠. 덕분에 저 스스로는 너무 8만 좋아하고 다닌 건 아닌가 고민해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여러 친구들에게 페이스북, 카카오톡, 인스타그램 그리고 오프라인으로 좋아하는 숫자와 이유를 물어보고 다녔습니다. (물론 글을 쓰려고요..)


저는 8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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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저는 8을 좋아합니다. 태어날 때부터 정해져있었습니다. 이번에 좋아하는 숫자를 묻고 다니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것이 사람들은 자신의 탄생에 관련된 숫자를 좋아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물론 태어나자마자 좋아한 것은 아닐 겁니다. 일단 숫자라는 개념을 모르니까요. 조금씩 살면서 8이라는 숫자에 자주, 그리고 밀접하게 노출된 것 같습니다. 예컨대 생년월일을 말할 때. 또 제 메일주소를 아빠가 만들어줬는데 하나는 dbswo08 또 하나는 yunjae88입니다. 그리고 매년 8월 8일마다 '생일'이라는 이름으로 축하를 받으니 저절로 8이라는 숫자를 좋아하게 된 것 같습니다.

좋아하기로 마음먹으면서, 더 좋게 그리고 의미 있게 8이라는 숫자를 바라보게 된 것 같습니다. (숫자에 콩깍지가 씌다니..)

88번

저의 학창시절은 게임과 뗄 수 없는데, 그중에서도 축구게임을 정말 많이 했습니다. 닉네임을 88번으로 했고, 피파온라인은 아이템을 사면 선수의 등번호나 유니폼 스타일을 맘대로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었는데, 가장 좋아하는 선수의 등번호를 88번으로 바꾸거나 아예 팀 전원을 88번으로 바꾼 적이 있습니다. 체육대회때 유니폼을 맞출 때도 88번으로 했던 것 같습니다.

CRE8

지금은 유령페이지이지만... 나름 공을 들여 운영하던 페이스북 페이지의 이름입니다. 제 퍼스널브랜드이기도 했고요. '창조하다, 만들다'를 뜻하는 CREATE의 ATE 부분과 영어 eight의 발음이 비슷하길래 맘대로 끼워 맞춘 단어입니다. 처음 발견했을 때는 엄청 독창적인 줄 알았는데, 해외 미용실이나 국내 미디어 회사의 이름으로 사용되고 있더라고요..


가득 찬, 무엇이든 될 수 있는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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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시계에서 볼 수 있는 숫자모양인데요. 8은 다른 숫자들과 달리 모든 칸이 채워져 있습니다. 어떤 숫자와 겹치더라도 8은 8이 되고, 또 다른 숫자들의 요소들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TMI: 이 생각은 군대 PX에서 냉동식품이 돌아가는 전자레인지의 시간을 보며 영감받았습니다.)

Pal

얼마 전 영어 이름을 바꿨습니다. 예전 영어 이름은 Steven이었는데, 영어회화학원 선생님이 수업 때 쓰려고 정했던 이름이어서 정이 안 갔습니다.(제 이미지랑도 좀 다른 것 같고) 그래서 최근에 Pal로 바꿨습니다. 친구랑 지하철을 타면서 정한 건데, 제가 Pal은 발음이 어려우니 Paul을 할까라고 물어봤는데 친구가 '걍 니는 Pal이 어울린다'라고 해서 Pal로 정했습니다.

@8ollowing

8에 관련된 게시물을 올리는 인스타그램 계정입니다. 제가 발견한 8과 가끔 친구들이 제보해주는 8을 올리고 있습니다. 많은 8 제보 부탁드립니다.



이렇게 숫자 8을 좋아하면서 별 의미를 다 부여하는 것 같습니다. 이제 (하나도 안) 궁금해할 8에 대한 (저만)재미있는 사실들을 알려드리겠습니다.

1. 중국 베이징올림픽은 2008년 8월 8일 8시 8분 8초에 시작됐습니다. 중국에서 8(ba)의 발음이 '돈을 벌다'와 발음이 유사해서 돈을 많이 벌라는 뜻으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8에 관련된 자동차 번호판이나 전화번호가 비싸게 판매된다고 합니다. 올림픽 개최시각은 그런 중국 문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2. 지드래곤(권지용 님)은 1988년 8월 18일 생입니다. LG유플러스 LTE8 광고를 찍고 SPA브랜드 에잇세컨즈와 콜라보를 하기도 했습니다. (이 사실을 안 뒤로 지디가 좋아지기 시작했습니다?)

3. 제8기계화보병사단의 별칭은 오뚝이부대인데, 그 이유는 8이 오뚝이같이 생겨서..입니다. + 3분카레, 진라면으로 유명한 오뚜기는 8888명의 팔로워만 받는 인스타그램 계정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otgon8

4. 우리가 사는데 꼭 필요한 산소의 원자번호는 8번입니다. 네..

이만하고.


친구들이 좋아하는 숫자, 그 이유는

이번에 좋아하는 숫자를 묻고 다니면서 사람들이 정말 다양한 숫자를 좋아하고, 그 이유도 정말 다양하다는 걸 느꼈습니다. 그럼에도 공통적으로 묶을 수 있는 카테고리가 있었습니다.


특정 날짜와 관련된 숫자

앞서 제가 8을 좋아하게 된 이유처럼,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탄생일 그리고 기념일에 관련된 숫자를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욕처럼 들려서 사람들이 꺼리는 숫자 18도 자신의 생일이라면 좋아하고, 죽음의 숫자(로 알려진) 4도 4월에 태어나거나 별자리 행운의 숫자라면 좋아하게 됩니다. 12월에 결혼을 했다면 12를 좋아하시는 분도 있습니다. 2월 22일에 둘째로 태어나 + 주민번호 13자리 중 2가 7개인 분은 징크스처럼 숫자 2가 종종 뜻밖의 행운을 가져오는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살면서 부여된 번호

학교나 군대 등 어떠한 조직에 들어가면 키순, 자음순, 생년월일순 혹은 특기에 대한 번호를 부여받습니다. 만약 그 번호가 각각 다른 조직에서도 똑같거나 비슷하게 부여받거나, 그 조직에서의 특별한 경험이 번호를 특별하게 만드는 경우가 있습니다. (쓰다 보니 날짜와 비슷한 거 같기도..)

최근에 자주 가는 술집의 사장님은 고등학교, 대학교 반 번호와 군대 훈련병번호가 13번으로 이어져서 좋아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스포츠 프로선수들 중에 배정받은 번호를 브랜드화시키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안정감을 주는 숫자

많은 분들이 안정감을 느끼게 해주는 숫자를 좋아했습니다. 안정감을 느끼는 이유는 사람마다 달랐지만요. 그중에 가장 많은 분들이 좋아한 숫자는 3입니다. 삼세판, 세 가지 이유, 하나둘셋, 삼시 세끼 등 한국에선 특히나 자주 만나는 숫자라 친숙함과 안정감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중간, 반을 상징하는 숫자를 좋아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런 이유로 5를 좋아하는 분들이 많았고 시간개념에서 반인 30을 좋아하는 분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인 이유로 안정감을 느끼는 6, 25 ,27 그리고 홀수나 짝수를 좋아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발음의 유사성

우리나라 성씨 중에는 숫자와 발음이 같은 게 꽤 있습니다. 구씨, 오씨, 이씨 등. 그리고 자신의 이름에 숫자가 들어간 경우도 꽤 있고요. 제 주위에 구씨를 가진 친구가 두 명 있는데, 둘 다 성이 구씨라 숫자 9를 좋아한다고 해서 신기했습니다.

etc

- 제 누나는 남들이 4를 싫어해서 4를 좋아한다고 합니다. (물론 4월생인 것도 있고)
- 1등, 1등급을 강요받는 분위기에 대한 묘한 반발감으로 2등을 하고 싶다는 맘으로 2를 좋아하는 친구도 있습니다.
- 의류브랜드의 292513(이것이옷일세)로 브랜딩한 경험이 오래 남아있는 분도 있습니다.
- 최근 SKT의 광고처럼 무엇이든 될 수 있는 느낌이라 0을 좋아하기도 합니다.
- 통장 잔고 숫자 뒤에 붙은 0을 좋아하는 분도 있습니다. (저두여)
- 죽음이라는 개념이 좋아서 4를 좋아하는 친구도 있습니다.
- 수학좋아하는 컴공생님은 자신의 모습을 나타내는 느낌이라 1024를 좋아하는데, 1024라는 숫자 간격으로 데이터 단위가 바뀌고 1024는 2^10이기도 해서 지수함수가 생각나고.. 지수함수 그래프 형태를 보면 갈수록 굉장히 빨리, 많이 성장하는 느낌이라 지수함수처럼 크게 성장하며 큰 성공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합니다. (암튼 좋은 말인 것 같습니다?)

다른 사람이 그 숫자를 좋아해서

어떤 아이돌 가수를 좋아하는데, 그 가수가 5를 좋아해서 5를 좋아하는 분도 있었습니다. 엄마가 3을 좋아해서 3을 좋아하는 분도 있고요. 조금 싱거운 친구 한 명은, 제가 8을 좋아해서 8을 좋아한다고 했는데 사실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아니었으면...) 다른 사람이 좋아한다는 이유로 좋아하는 건 꽤 좋은 이유같습니다.(써먹어야지)

그냥

무언가를 좋아하는 이유를 물을 때, 제가 가장 좋아하는 대답입니다.

앞에서 친구들이 숫자를 좋아하는 여러가지 이유들이 나와있지만, 그건 제가 굳이 이유를 물어봤기 때문에 생각해낸 이유일 수도 있습니다. 그냥 좋다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그냥' 좋아하는 것도 충분한 것 같습니다.

좋아하는 숫자 없어요

좋아하는 숫자에 대한 질문에, 꽤 많은 분들이 없다고 답했습니다. 사실 숫자를 좋아한다는 건 횡단보도에 흰색부분만 밟고 지나가는 것과 비슷합니다. 숫자라는 건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것을 인간들이 만들어낸 개념이거든요. 거기다 무조건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숫자 자체를 좋아하기보다는 자신이 그 숫자에 부여한 의미를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가끔 그런 의미를 부여하는 건 꽤 재미난 일입니다. 무료할 때, 좋아하는 숫자를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요. 돈 드는 것도 아니잖아요?(가끔 돈 많이 드는 숫자도 있습니다만)

나와 관련된

다양한 이유들이지만, 자신과 관련된, 친숙한, 익숙한, 자주 보는 숫자를 좋아하고 좋아하기 때문에 더 자주 보이는 공통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갑자기 '좋아하는 숫자'에 꽂혀서 여러 사람들에게 묻고 다니다 보니 많은 숫자들이 멋지고 의미 있고 사랑스러운 것 같습니다. 8을 좋아한다 말하고 다녔는데 조금 다른 생각도 들고요. 다음에 누군가 저에게 좋아하는 숫자가 있냐고 물어본다면,

"전 8요.
그리고 0도 좋아해요. 3도 좋아하고요. 4, 27, 6, 292513, 5, 7, 25, 1024, 18, 12 그리고 30도 좋아해요.
왜냐하면 제 친구가 그 숫자를 좋아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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