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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조도 Jun 10. 2021

과몰입 프로젝트 중독자, 이예지의 <몰입감>

사이드프로젝트가 유행하는 지금 <메인디쉬 프로젝트>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다


Q. 안녕하세요. 메타버스 제조도의 창시자, 이예지님! 먼저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 저는 합정에서 감을 재배하고 있는 이예지라고 하고요. 8년 차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Q. 최근 개인 뉴스레터를 발행하셨는데, 발행 목적 중 하나가 "내가 뭘 하고 살고 있는지 궁금한 사람들을 위해" 라고 하셨어요. 하는 일이 정말 많아서 스스로를 소개하는 게 굉장히 어려우실 것 같아요.

A. 맞아요, 소개하기 어려워요 진짜. 정말 많은 일들을 즐거워하면서 벌이고 있거든요. 요즘 하는 생각인데, 앞으로는 더 많은 사람들이 저처럼 자기소개를 어려워 할 거예요. 그리고 자기소개가 어려울수록 미래지향적으로 사는 사람일거고요. 예전에는 보통 "자기소개 부탁드려요"라고 하면, "아 저는 어느 회사에서 무슨 일하는 누구누군데요." 이랬잖아요. 그런데 앞으로는 한 사람이 하는 일이 굉장히 여러가지일거라서 이전처럼 소개를 한다는 거 자체가 말이 안되는 시대가 오고 있는 것 같아요.



Q. 사이드 프로젝트라는 말이 있기 훨씬 이전부터 굉장히 많은 프로젝트를 해오셨더라고요. 원래 일 벌이기를 좋아하는 성향이실까요?

A. 지금은 많이 자중했다고 하는 편인데도 이렇게 주변을 둘러보면 여전히 많은 일들을 벌이고 있더라고요. 근데 어렸을 때는 잘 모르니까, 하고싶은 게 있으면 그냥 다 해봤던 것 같아요. 그리고 그 때 했던 별 별 시도들이 지금의 저를 만든 것 같고요.

요즘은 사이드 프로젝트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잖아요. 제가 했던 프로젝트들을 생각해보면 사실 사이드 프로젝트라기 보다는 '메인 디쉬 프로젝트'가 아니었나 해요. 제가 여러가지 일을 한 건 맞지만, 동시 다발적으로 그 일들을 했다기 보다는 한가지 할 때 깊 게 몰입해서 해낸거거든요. 과몰입을 한거죠.



Q. 그렇군요. 그럼 과몰입 프로젝트 중독자라고 불러드릴게요.

A. 좋아요.



Q. 그런데 사실 과몰입이 쉬운 건 아니잖아요. 뭔가를 시도하기 앞서서 몰입을 방해하는 것들이 있으니까요. 예를 들어 위험 부담에 대한 걱정이나, '지금 이 일을 하는 게 맞는 건가' 하는 의심같은 거요.

A. 자기계발서 보면 작은 성공을 만들라는 말을 많이 하잖아요. 저도 약간 비슷한 케이스거든요. 제 인생에서 여러 일들이 모여서 퍼즐 맞춰지는 것처럼 된 일들이 있다 보니까 당장 하고 있는 일 자체에 대해서도 의심을 잘 안 하게 되고 오히려 몰입하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저라고 처음부터 그러지는 않았어요. 오히려 공모전 동아리 할 때도 ‘이거 말고 다른 거 또 해야 되는데..’ 이런식으로 공모전에 몰입을 못하다 보니까 결과적으로 공모전도 마음에 안 들고 다른 것도 마음에 안 드는거예요. 주변에서 선택과 집중, 버리는 것도 중요하다는 말 많이 하잖아요. 저는 그 말이 되게 좋은 말이라고 생각하고 계속 연습했어요.


조금 웃기는 얘기처럼 들릴 수도 있는데... 저 처럼 다양한 일을 하다 보면, 그 일들이 어쩌면 내가 선택한 일이지만 내가 선택하지 않고 뭔가 세상이 나를 이끌어가는 것 같은 엄청난 힘이 느껴질 때가 있어요. 그 힘이 날 여기에 데려다 놓은 이유가 있을 거잖아요. 그럼 무슨 이유가 있겠구나 하면서 몰입을 해요.

그러다보면 또 다른 기회가 생기면서 엄청난 것들을 가져다줘요. 이 경험을 하잖아요? 그러면 이 중독을 끊을 수 없게 되는 거예요..! 생각만으로 얻어지는 결괏값은 없어요.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그 순간에 몰입을 하다보면 자연히 다음 길이 보여요.






Q. 그럼, 예지님이 지금까지 해왔던 일에 대해 같이 이야기를 해 볼건데, 예지님의 여러 경험 중에 '공모전 동아리 밤프(BAMP)'와 '여대생 페스티벌'에 대한 이야기를 집중적으로 나눠볼까 해요.

우선 공모전 동아리 밤프(BAMP)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요? 사실 지금도 어떻게 보면 동아리 멤버가 아니실까 한데... 최근 기수 친구들이 예지님 보러 사무실에 자주 놀러오잖아요. 고민상담도 하러오고요.

A. 맞아요. 제가 진짜 전무후무할텐데, 대학교 2학년 때 동아리에 5기로 들어갔거든요. 그리고 12기까지 활동을 했어요. 이거는 사실... 진짜 일반적이지가 않은 일이거든요. 다들 취준 하면서 한 학기, 한 기수 활동하고 길어봤자 1년 운영진하고 나가거든요. 근데 저는 이 동아리가 제대로 자리잡고 잘 되면 좋겠어서 계속 프로그램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운영진을 하던 때가 있었는데, 임기 끝나고도 할 게 너무 많아서 계속 활동을 했어요.



Q. 정말 일반적이지 않은 사례이긴 하네요.

A. 사실 그러면서 욕도 많이 먹었죠. 선배가 자꾸 개입을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을테니까요. 근데, 지금도 저희 사무실에 새 기수 친구들이 많이 놀러와요. 고민 상담하러도 오고요. 저는 그럼 들어주고 맛있는 거 사주고 그러죠.



Q. 그렇게까지 했던 이유가 뭘까요?

A. 욕을 먹더라도 해야 할 일은 해야 하니까요. 동아리 활동으로 책도 내고 이름도 바꾸고 로고도 만들고 세미나도 열고 진짜 도움 될 것 같은 활동을 엄청 했었어요. 제가 인턴 했던 대학내일에 '마케팅 리베로' 라는 프로그램이 있었어요. 그 프로그램 출신들이 진짜 취업도 잘하고 좋은 곳에 퍼져 있거든요. 보통 동아리 들어올 때 친구들이 실무에 있는 선배와의 교류 그런 거 기대하잖아요. 그래서 제가 나서서 후원 받아와서 오비의 밤 같은 프로그램도 개최하고 그랬어요.



Q. 한 번 시작하면 끝장을 보는 성격이신 것 같아요. '여대생페스티벌'도 그렇게 달려들어 해낸 일이잖아요. '여대생 페스티벌'에 대해 소개해주실래요?

A. 여대생 페스티벌은 제가 여대를 다니면서 들었던 허전함에 시작했던 프로젝트였어요. 깽판 치고 놀던 여고 시절과 달리, 제가 겪었던 여대는 상대적으로 개인주의가 강한 것 같았고 선후배 간의 교류도 별로 없다고 느꼈거든요. 당시 제가 인턴 생활을 하며 진로 고민을 심하게 앓고 있을 때, 먼저 사회생활을 하고 있던 학교 선배들을 만났더라면 좋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것도 생각에서 그치지 않고 학교에서 선배들과의 네트워킹과 강연을 주최해보기로 했는데요. 제가 이런 이야기를 막 하고 다니니까, 다른 여대 친구가 본인의 학교에서도 하고 싶다그러더라고요. 그렇게 함께 하고 싶다는 친구들이 늘어나면서 서울에 있는 6개 여대 학생들에 여대가 아닌 타 학교 여학생들도 참여하게 되면서 2012년에 여대생에 의한, 여대생을 위한 첫 '여대생 페스티벌'이 탄생했습니다!

1, 2회 여대생 페스티벌 포스터


Q. 와 진짜 대단하네요! 이력이 있던 행사도 아니었는데, 1회 개최가 정말 어렵잖아요. 말이 '행사 기획'이지, 발로 뛰어다니는 일부터 모든 걸 다 하신 거잖아요?

A. 그쵸. 당시엔 정말 맨땅에 헤딩하는 기분이었고... 힘들었어요. 일단 후원사가 필요해서 기획서를 들고 각 학교를 찾아갔는데 처음 주최하는 행사라 결과가 예측이 안 된다며 계속 거절을 당했거든요. 창업을 하면 이런 기분일까 싶더라고요. 단순하게 마케팅 코어 타깃인 여대생이 모인다고 하면 기업에서도 쉽게 후원해 주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보기 좋게 박살 났어요. 근데 제가 원래 포기란 없는 성격이라... 장소가 몇 번이나 엎어지는 상황 속에서도 결국 당시 여대생들이 만나고 싶어 했던 여성 CEO, 웹툰 작가들을 섭외에 성공했답니다! 이어서 여성용품, 생활용품, 식품회사에서 후원을 받아냈어요. 그리고 당시에는 유행하지 않았던 B급 감성을 살려서 콘텐츠를 되게 위트있게 만들어냈는데요. 결과적으로 1,000명이 넘는 여대생들이 참여했고 성공적으로 1회가 열렸답니다!


근데 끝나고 나니까 너무 아쉬운거예요. 하고 싶은 건 진짜 많았는데 현실적인 여건과 경험이 따라주지 않았던 게 미련이 남더라고요. 같이 하던 친구들한테 1년만 더 해보자고 했습니다. 6개월동안 여러 번 손절 당할 뻔한 위기를 넘기면서 친구들을 설득했어요.


그 때 제가 남들 다 취준에 올인한다는 25, 26살 취업 황금기였거든요. 주변에서 계속 지금 취업 안 하면 시기를 놓칠 거라고 그러는거예요... 저는 그 말 들으면서 그냥 '아, 대신 남들이 걱정해 주니까 저는 걱정 안 해도 되겠구나.' 했어요.



Q. 주변 영향을 잘 안받으시는 것 같아요. 책임감도 정말 강하시고요. 행사 주최 과정에서 취업 제안도 받았다고 들었는데요.

주변의 영향을 잘 안받으시는 이예지님

A. 맞아요. 그 때 여성 대표님이 계신 게임 회사에 찾아간 적이 있거든요. 게임 캐쉬라도 좀 후원 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서요. 그래서 무작정 기획서 들고 갔는데, 그 분이 저보고 "우리 회사 면접 봐볼래?" 하시는거예요. 그래서 어쩌다 면접을 봤는데, 일을 바로 시작해야 한대요. 페스티벌을 진행하려면 아직 한 달이 더 남았는데요. 그 때 제가 페스티벌 마무리하고 가면 안되겠느냐 물었는데 취업이 더 중요한게 아니겠냐고 이야기하시더라고요.


그래도 제가 친구들을 설득해서 이걸 하는건데, 뜬금없이 "나 갑자기 취업했어 얘들아. 나 이제 갈게!" 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무책임하잖아요... 그리고 다른 것보다 그냥 당시에는 페스티벌 여는 게 너무 재밌었어요. 그래서 그걸 해야겠다고 결정한거죠. 결국 그렇게 1회 멤버 그대로 1년을 더 쏟아부었고 2회도 성공적으로 열었어요. 끝나고 나서 돌아보니까 사실 무엇을 구체적으로 얻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만들어가는 과정이 너무 재밌어서 후회가 없었어요. 그러다보니 어렴풋이 제가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는지는 알게 되더라고요. 물론...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엇을 하면서 살 것인지에 대한 결론은 나지 않았지만요.



Q. 정말 큰 결정이었네요. 포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A. 지금은 그런 결정이 빨라졌지만, 처음에는 많이 고민했어요 저도. 그리고 그 때는 잘 모르니까 남의 말들도 많이 들었던 거 같아요. 근데 남의 말을 듣고 선택했을 때 결과가 제 맘에 들지 않았어요. 이건 자기계발서나 어느 책을 봐도 이렇게 얘기할 거예요. 결국에는 내가 진짜로 고민해서 얻은 답이 만족감이 크거든요.

스스로가 진짜 중요하게 생각하는 우선순위에 따라 선택해야해요. 최근에 회사에서 브랜딩을 위한 회의를 여러 차례 진행했는데, 그 때마다 우선순위 얘기를 항상 하거든요. 일의 본질도 사람이 성공하거나 만족감을 갖는 것도 비슷한 원리로 작용한다고 생각해요.



Q. 원하는 곳에 몰입하기 위해서 선택과 집중은 꼭 필요하겠네요.

A. 그렇죠. 방금 여대생 페스티벌 준비하다가 취업이 됐던 이야기를 예로 들면, 당시 그 게임회사에 갈 수 있었던 기회가 솔직히 좋은 기회이다 보니 친구들은 여대페를 병행하면서 일을 해보라고 하더라고요. 근데 저는 그때 확실하게 알았어요. 그렇게 하면 둘 다 잘 못할 거라고요. 그때 마침 저와 비슷한 상황에 놓인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는가 되게 힘들어하면서 프로젝트 준비를 하더라고요. 그 친구는 만족했을수도 있지만 저는 그렇게 하기는 싫더라고요. 이도 저도 아닌 게 싫어요 저는. 그래서 과감하게 취업을 포기했어요. 아마 사람들은 제가 취업을 포기할 거라고 상상도 못했을거예요.



Q. 몰입감이 지속감을 주었네요.

A. 맞아요. 앞으로 다양한 감을 가진 여러 유형의 분들을 인터뷰 해보실텐데, 지속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 중에 저와 비슷한 답변을 하는 분이 굉장히 많을 것 같아요. 마치 김연아 선수가 운동 연습할 때 무슨 생각하냐는 질문에 '그냥 한다'고 하는 것 처럼요. 그래서 몰입감과 지속감을 갖고있는 사람이라면 그 일을 왜 하는지, 무엇 때문에 하는지에 대한 의심을 잘 안 하는 것 같아요. 그냥 어떻게 하면 더 잘 할지, 그것만 생각하고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하는거죠.



Q. 예지님과 함께 일하면서 느끼는데, 인간관계에서도 예지님만의 몰입감이 보이는 것 같아요.

A. 맞아요. 저는 제 눈 앞에 있는, 지금 저와 함께하는 사람들에게 집중하거든요. 인간관계라는 게 대부분 꾸준히 안부 묻고 연락하고 얼굴도장 찍는다고 이어지는 거라고 생각하지만 저는 안 그래요. 사실 남아있을 사람들은 알아서 남아있어요. 그리고 저는 일로써 엮인 사람들이 굉장히 많아서 그 사람들과의 인연의 몰입도도 굉장히 깊거든요.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제 인생에 개입시키지 않고요 제가.



Q. 그렇다면 다음 질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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