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시선들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학민 Dec 20. 2023

자기 안의 아이를 만나는 법

영화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지난여름 개봉한 영화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The Super Mario Bros. Movie)를 뒤늦게 보았다. 알록달록한 색감과 역동적인 연기(?)를 보고 있자니 한파에 움츠러든 몸과 마음이 펴지는 것 같았다. 생각해 보면 늘 그랬다. 귀여운 존재 앞에서는 퍽퍽한 현실과 꾸준한 고민을 잠시 잊게 된다. 너그러워지고 편해진다. 그러니까 귀여운 캐릭터가 나오는 영화는 지금이 제철인지도 모른다. 영화의 내용에 관해서는 특별히 설명할 필요가 없을 듯하다. 특별하지 않아서라기보다는 익숙하기 때문이다. 내용도 귀여움도 예상대로였다. 그 안에서 나는 사유나 논의의 주제가 될 법한 무언가를 발견하지 못했다. 처음부터 그것을 찾으려는 의지도 없었다. 편하고 즐겁게 관람하고 싶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보았을까.

     

찾아보니 즐겁게 관람한 사람들과 무감하게 본 사람들로 나뉘었다. 너무 당연한가. 대상을 바꿔 찾아보니 이번에도 두 부류로 나뉘었다. 한쪽은 즐겁거나 무감하게 본 사람들의 부류. 다른 한쪽은 훌륭한 영화는 아니지만, 흥행에 성공하리라고 전망하는 부류. 전자는 관객들의 반응이었고, 후자는 평론가들의 의견이었다. 관객들의 반응만큼이나 평론가들의 의견도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어떤 영화 안에 담긴 예술적 또는 사회적 가치를 따져 보거나 캐릭터, 이야기, 의미 등을 자세히 들여다본 뒤 논의할 만한 점을 찾아 말하는 것. 그것이 평론이라면 “이 작품엔 그런 것이 없다”라고 판단하는 순간에도 그대로 말하는 게 그들의 직업이기 때문이리라. 물론 영화는 그들의 예상대로 역대 장편 애니메이션 중 2위를 기록할 만큼 흥행했다.

     

왜 그렇게 많은 사람이 이 영화를 본 걸까. 뛰어난 기술과 검증받은 IP의 만남만으로는 그만한 관객을 불러 모을 수도, 만족시킬 수도 없었을 것이다. 직접 영화를 보니 전개나 서사적 완결성도 뛰어나 보이지도 않았다. 일테면 《겨울왕국》(Frozen, 2013)처럼 익숙한 전개를 조화롭게 비틀거나 《토이 스토리》(Toy Story) 시리즈가 보여준 것처럼 독창적인 스토리텔링을 보여준 부류도 아니었다. 그렇다면 이 영화의 흥행 비결은 무엇일까. 아마도 단순히 영화의 관객이 아니라 오랜 게임 팬들을 위해 만든 영화이기 때문이 아닐까. 실제로 관객들이 온라인에 올린 반응을 읽어 보니 상당수가 추억 소환을 관람 이유로 꼽았다. 그리고 그 기대가 제법 충족된 듯하다. 오직 오랜 팬에 집중해 만든 영화이기 때문이리라.

     

우리 각자에게는 과거를 떠올리면 빼놓을 수 없는, 그러니까 언제고 기억 속의 아이를 불러올 무언가가 있을 것이다. 그 무언가를 다시 펼쳐 놓고 옆에 앉아 공감할 수 있다는 건 특권이다. 함께, 명랑해질 수 있으니까. 다시, 어려지는 일이니까. 다만 나는 캐릭터와 배경음 정도를 기억할 뿐 마리오에 관한 구체적인 기억이 별로 없던 터라 크게 공감하지는 못했다. 그렇다고 반갑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한 성인 관객이 이 영화를 보며 자기 안의 아이를 만나는 장면을 볼 수 있었으므로. 내가 겪지 않더라도 그런 얼굴을 만나는 것 역시 반가운 일이었다. 그 아이가 나도 아는 아이라서 더욱 그랬다. 그래서 서운하지 않았다. 인간이 영화를 통해 과거를 되살리는 시도를 멈추지 않는 한 각자의 아이를 만날 차례가 있으리라고 믿는다.


(2023. 12. 19.)

(@dltoqur__)





매거진의 이전글 겨울, 한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