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원이라니
토요일 아침이었다. 다음 진료날까지 먹을 약이 한알 부족했다. 약만 타와서 맛있는 점심도 먹고 좋아하는 카페에서 오랜만에 커피도 마실 생각이었다. 월요일에는 오랜만에 받는 마사지도 예약이 되어 있었고 몸도 그럭저럭 잘 버텨주고 있는 것 같았다. 이렇게 조금 더 버티면 되겠다 싶었다.
진료실에 들어갔더니 원장님의 어색한 미소와 함께 산모님의 상태가 안 좋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단백뇨 수치가 한 단계 올랐고 혈압이나 몸의 징후가 더 나빠졌다며 지금부터는 언제든 응급수술을 해도 상관이 없다고 하셨다. 그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
아무런 준비 없이 설거지도, 빨래도 그대로 두고 첫째 아이와는 아침에 잠깐 시간을 보낸 게 다였는데 이대로 응급 수술이라고? 너무나 당황스러웠다. 뱃속 아기의 상태를 알 수 없으니 NICU가 있는 상급 병원으로 전원을 보내주겠다며 잠시 대기해 달라고 했다. 진료실에서 나오는 순간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예상치 못한 전개에 두려움과 속상함이 밀려들었다. 아기를 품어주지 못하는 몸이 된 속상함이 가장 컸다.
그 길로 나는 바로 NICU 자리가 있는 종합병원으로 옮겨졌다. 다시 검사를 하고 불안한 마음을 애써 감췄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새로 만나게 된 담당의 선생님은 보수적인 판단을 하시는 것 같았다. 아이가 아직 작으니 당장 수술은 하지 말자며 병원 내에서 컨트롤할 수 있는 수준의 수치이니 계속 지켜보자고 하셨다. 지역에서 분만을 많이 하기로 유명한 산부인과여도 종합병원이랑은 또 다른 모양이었다.
그렇게 입원한 지 3일이 지났다. 첫날은 너무나 집에 가고 싶었다. 나는 멀쩡한 것 같은데, 수치는 그렇지 못했다. 그렇게 이틀, 사흘이 되니 병원 생활이 적응이 된 건지 버틸만해졌다. 그래, 아기가 제가 세상에 나올 그날을 골라서 나오겠거니 싶은 마음으로 버텨보자 하고 마음을 먹으니 딱딱하고 작은 침대도 괜찮았다. 답답한 이곳도, 제한된 섭식도 모두 참을 수 있는 것들로 변했다.
내 몸이 버티는 때까지 끌어보고자 하시는 주치의 선생님의 이야기는 살짝 무섭게 들리기도 하지만 그래도 안심은 된다. 이곳에 작은 한편에 몸을 붙이고 있다면 나와 애기는 무사할 것이다.
35주 4일.
오늘도 하루가 잘 지나갔다.
손발이 붓고 시력이 조금 떨어진 것 같지만 아직이다. 아기는 뱃속에서 잘 놀고 건강히 태어날 준비를 하는 것 같다. 곧 만난다는 설렘과 내 몸이 돌변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공존한다.
그럼에도, 다행이다. 안전한 곳에 있다는 안도감으로 오늘도 충분히 감사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