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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되는 과정

원더우먼과 슈퍼맨이 성장하는 시간 차이에 대하여

by 수지로움 Mar 10. 2025

어느 집 사랑꾼 남편을 보며 부러움에 사로잡힌 적이 있는가? 정상이다. 

놀이터에서 아이와 다정하게 놀아주는 아빠를 보며 한숨을 푹 쉰 적이 있는가? 그것도 정상이다. 


왜 우리 집 남편은 늘 성에 차지 않는 것인가. 불만이라면 그것도 정상이다. 


애초에 여자와 남자는 속도가 다르다. 어쩌면 농도와 방향도 다른 것 같다. 나이가 든다고 해서 마음에 쏙 드는 슈퍼맨 같은 남편이 되지 않는다. 그랬더라면 우리네 아버지들은 모두 우리에게 백 점짜리 아버지여야 하지 않겠는가..?


여자들은 10대 무렵부터 임신을 준비한다. 매 월 생리를 하고 주기에 맞춰 호르몬의 변화를 온몸으로 체감한다. 빵빵하게 불어 오르는 아랫배를 보며 자궁이 어디에 붙어 있는지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그러니 실제로 임신을 하게 되는 30대 무렵까지 생각한다면 얼마나 오랜 기간 엄마가 되어가는 과정을 느꼈을지 모두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임신과 동시에 느끼는 신체 변화도 한몫한다. 아이가 태어날 때까지 여자가 느끼는 변화는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하다. 신체의 변화 심경의 변화, 일상의 변화, 모든 게 다 변한다. 그러는 동안 한 가지 변하지 않는 게 있다면 그건 내 남편일 것..


남편들은 무지 할 수밖에 없다. 재미나 봤지.. 뭘 한 게 있다고 아빠가 될 자격이 있겠는가 화딱지가 날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런 남편들도 변한다. 여자들이 오랜 시간을 엄마가 되기 위해 준비해 온 시간을 따라갈 순 없을 것이다. 그러니 아내와 남편에게는 시간의 간극이 생긴다. 남자들도 변한다. 그저 미리 준비할 기회가 없었을 뿐이다. 



첫째를 낳고 벌서 4년의 시간이 지났다. 둘째를 임신하고 배가 봉긋하게 부풀어 오른 어느 날 남편에게 온갖 화를 풀어 버렸다. 나의 노고에 대해, 너의 무심에 대해. 


그리고 며칠이 지난 어느 날 단정하게 정리된 집을 발견했다. 배가 나와 힘든 나를 대신해 어설픈 솜씨로 마무리한 설거지가 가지런히 쌓여있다. 세탁기에는 빨래가 부지런히 돌아간다. 너무나 조용한 아침 눈을 떠보니 밤새 뒤척이느라 피곤에 젖은 나를 안방에 조용히 두고 문을 닫아 주는 배려를 보았다. 


가족을 굶기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제 일을 다 해내는 남편의 모습에 늘 고마움을 느끼면서 또 바라는 것들이 생겼던 나를 되돌아보게 했다. 어느 순간 나는 저 사람에게 이기적이진 않았나 하는 반성을 하게 된다. 남과 여로 만난 우리가 남편과 아내, 아빠와 엄마로 바뀌어가며 서로가 노력하는 것들을 정말 잘 알아차려줬을까? 



우리 집에는 슈퍼맨이 산다. 

청년으로 나를 만나 남자가 되고, 

남자가 남편이 되고, 아빠가 되었다. 


그런 그를 믿고 서로 의지하며 살다 보니 어느새 뒷모습도 듬직한 슈퍼맨이 되어간다. 


시간이 필요할 뿐이다. 

제각각의 시간 속에 책임을 다 하는 슈퍼맨들이 우리들의 집에 있다. 


근육 빵빵 슈퍼맨은 아내의 믿음 속에서 더욱 더 빛을 발한다는 걸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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