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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명진 May 20. 2021

몸이 아프다는 신호

20201029

일주일 정도 몸이 아팠다. 감기몸살처럼 기침이 나고 온 몸에 기운이 없었다. 아픔의 시간을 통과하면서 일상이 변했다. 이제 내 몸을 돌보고 가꿀 줄 알게 되었다. 아프기 전에는 앞만 보고 내달리며 사방에서 벌어질 일을 걱정하며 두려움에 떨었다.


몸에 집중하는 것 외에 다른 일을 할 수가 없었다. 몸이 말하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현재 내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으며 내면은 어떤 상태인지켜봤다. 몸이 아프다는 것은 무엇에 집착하면서 고통스러워하고 있는지 살펴보라는 신호다. 평상시에 스스로를 살펴보지 않으니 쌓이고 쌓여 몸에 증상으로 드러난다.


오늘도 새벽 4시 반에 깨어나 명상을 했다. 예전에는 30분 이상 명상을 하기 위해 시간을 확인했는데, 오늘은 시계를 보지 않았다. 가능하면 시간에 얽매이지 않으려고 마음먹는다. 하지만 아직도 분 단위로 행동과 상황을 예측하는 습관은 남아있다. 그런 나에게 아내는 "그렇게 살면 피곤하지 않느냐"며 핀잔을 준다. 덕분에  예전보다 조급함을 덜어냈다.


삶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지켜본다. 삶의 방향과 속도(어디로 흐르는지, 빠르게 흐르는지, 느리게 흐르는지)에 따라 내 상태를 조율한다. 그 흐름에 나를 맡긴다. 예전에는 삶의 흐름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오만이었다. 굽이치는 삶의 파도 위에 몸을 맡겨야 가라앉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이가 들면서 여러 가지 일을 겪다 보니 몸에 힘을 빼는 도 조금씩 터득하게 된다. 결국 삶은 파도타기다. 다음에는 어떤 물결이 다가올지 집중하며 몸의 균형을 맞춘다.


삶의 흐름에서 벗어날 때마다 몸이 아프다. 간혹 몸이 신호를 주기 전에 알아차릴 때도 있다. 뭔가 흐름에서 벗어났다 싶으면 조용히 내면으로 들어가 고요함을 찾는다. 그리고 이 상황을 온전히 감사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살펴본다.


맑은 아침 글을 쓸 수 있는 이 시간과 공간이 고맙다. 오늘 해야 할 글쓰기 강의를 마련해 준 분들도 감사하고, 내 강의를 들어주는 사람들도 감사하다. 강의할 수 있는 컨디션을 찾아준 내 몸에게도 감사함을 전한다.


어떤 상황이라도 감사한 마음을 먼저 내면 그런 감정이 생기도 한다. 어제 머리를 복잡하게 만들었던 일이 있었는데, 그 일을 준 분들에게도 감사의 에너지를 전한다. 아직 무엇에 감사해야 할지 모르지만, 내가 먼저 감사의 마음을 가지면 나중에 감사할 일이 생기는 경우도 흔하지 않았던가. 꼭 무슨 일이 일어났기 때문에 감사한 것은 아니다. 감사의 감정이 먼저 일어나고 감사한 상황이 뒤따라 올 수도 있다.


오늘도 모든 존재에게 감사의 에너지를 전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그렇게 살아갈 때 온전해지고, 고요해지고, 풍요로워진다는 것을 차츰차츰 알아간다.


* 메인 이미지 출처 : Photo by Pro Church Media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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