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떠나 나는 어떤 디자이너, 개발자로. 어떻게 살 것인가.
저는 현재 제주 월정리에 와있습니다. 겨울방학을 가지기 위해 선언까지 하며 쉬고 있다고 했지만 사실은 계약한 일이 있어 맥북을 열고 조금씩 일을 하고야 말았습니다. 이러면 방학이 아니고 워케이션에 온 것 같습니다. 심지어 지금은 글을 쓰고 있네요. 하지만 이 글을 쓰기 위해 월정리에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옛날에 월정리의 집으로 시집을 오는 여자는 꼭 울었다고 합니다. 농사도 잘 안 되는 척박한 땅, 매우 작은 항구, 잡히는 물고기도 적어 할 수 있는 게 없어 그랬다고 합니다. 월정리에 이주를 하는 사람도 거의 없었다고 합니다. 최근 10년 동안 월정리 해변이 월정리 해수욕장으로 승격되고, 각종 숙소들이 들어서며 이주민이 늘어 구색을 갖추었다고 합니다.
확실히 월정리는 이런저런 이유로 사람이 없었습니다. 여름이라면 서핑을 하는 사람도 많았을 텐데 강한 바람과 낮은 온도, 그 모든 게 바다 밖으로 내쫓습니다. 가게에 들어가도 가게 전체에서 혼자 먹고, 칵테일 바를 가도 바텐더와 단 둘이서만 있었습니다. 저는 이런 곳에서 새해까지 맞이할 예정입니다. 이런 쓸쓸한 분위기가 오히려 생각에 도움이 되었습니다.
저는 올해 12월. 무려 한 달을 '서울을 떠날까' 고민했습니다. 그 고민 때문에 지방의 사는 청년들의, 청년마을 컨퍼런스까지 참여했던 것입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내가 생각하는 작업의 정의란 무엇인지 고민하여 '서울을 떠나도 될까'에서 '서울을 떠날 수 있을까'으로, 그리고 '서울을 떠날까'까지 온 것입니다.
그리고 오늘 저는 결심했습니다.
서울을 떠나 고향인 충남 공주시에 가려고 합니다. 많은 지방은 소멸되어 가며 '모든 것이 문제'인 상황에 봉착해 있습니다. 지방에서 문제란, 바늘이 있는 사막에서 모래를 찾는 것과 같습니다. 그중, 대도시의 기업과 지방의 기업들은 생산과 소비가 양극화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브랜딩의 양극화도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술과 제품은 있으나 그걸 어떻게 브랜딩을 할 해야 할지 막막한 기업과 개인들을 찾아가, 고민하여 해결해주는 디자이너로, 개발자로 지내볼 생각입니다. 저는 거기에서 다른 도시와의 디자인, IT 관련 고민에 대한 양극화를 줄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어떤 디자이너, 어떤 개발자로 국한시키고 싶지 않습니다.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바둑이 필요하다면 저는 바둑도 공부할 셈입니다.
돈도 당연히 문제였습니다. 고액연봉을 주는 서울의 개발자를 포기하고 지방으로 내려간다니. 하지만 제게 필요한 것은 연봉 숫자의 오름이 1순위가 아닌 것 같습니다. 이걸 최근에 깨달았습니다.
서울에서 3년째로 쉼 없이 프론트엔드 개발자로 다양한 프로젝트에 합류했지만 주체적으로 생각하여 문제를 해결하고, 설루션을 제공하는 경험이 매우 적었습니다. 그렇습니다. '내가 만든 결과물'이라고 말할 수 있는 그 고양감! 제게는 그 고양감에 갈증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부단히 노력하여 '내 작품'을 늘려보고 싶습니다.
그렇다고 돈을 적게 벌 생각으로 가는 것도 아닙니다. 1순위가 아니었을 뿐, 당연히 많이 벌고 싶습니다. 주변에서 전에 없는 고액으로 채용을 하겠다는 제안들을 뿌리치고 저는 하고 싶은 걸 하고 싶어서 내려가는 것이지, 돈을 덜 벌고 싶어서는 아니니까요. 왼발 내 디고 오른발 내디듯이 지금 도약에서 내딛는 것은 고양감에 대한 갈증인 것뿐입니다.
마지막으로 커뮤니티, 공동체를 만들고 싶습니다. 자기 작품을 만들고 싶어 하고, 사회의 문제를 자신의 능력으로 해결하고 싶어 하는 청년들과 함께하는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습니다. 서울에서 이런 마음으로 모집하여 진행했던 사이드프로젝트를 지방의 대학생들과 커뮤니티를 이루어서 해보고 싶습니다.
이런 결심 후에야 새해에 무엇을 하고 싶은지가 착착 연결되었습니다. 척박한 지방의 땅이라도, 저의 고민하고, 사색하는 힘으로 해내 보이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 지방 이주에 관한 이야기를 계속해서 쓰겠습니다.
성격상 사색과 고민을 많이 하는 탓에 주변에도 심려를 많이 끼쳤습니다. 저와 이 고민을 함께해준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고 제 주변을 믿게 되었습니다. 주변에 이렇게 좋은 사람이 많았다는 것을 최근에 다시 느꼈습니다. 저도 여러분과 같은 사람이 되어 주변을 믿을 수 있다는 믿음을 사람들과 나누겠습니다. 새해에는 굳이 다정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